4차 산업혁명과 화장품의 만남, '스마트 뷰티' 시장이 열린다

입력 2020.03.24 15:40
로레알의 스킨케어 시스템 '페르소'
로레알의 스킨케어 시스템 '페르소'는 커피를 담는 텀블러처럼 생겼는데, 모바일 앱과 연동해 얼굴 사진을 찍으면 상태를 분석해 매일 다른 사용자 피부에 맞게 크림 등을 제공한다.

4차 산업혁명의 정보통신기술(ICT)이 화장품 업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화장품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의 기술과 만나 '스마트 뷰티(Smart Beauty)' 시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 업계는 IC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뷰티가 새로운 소비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스마트 뷰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스마트 뷰티의 가장 뚜렷한 트렌드는 의료계 맞춤형 치료처럼 '개인 맞춤형 화장품'이다. 개인의 피부타입, 선호도 등을 반영해 판매장에서 즉석으로 제품을 혼합∙소분해준다.

아모레퍼시픽의 즉석 '마스크팩' 제조.
아모레퍼시픽의 즉석 '마스크팩' 제조.

◇즉석에서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화장품 디바이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0'에서는 글로벌 화장품 제조사 로레알이 인공지능 기반의 화장품 즉석 제조기를 선보였다. '페르소(Perso)'란 이름의 이 디바이스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개인 맞춤형 화장품 포뮬러를 즉석으로 제조한다. 소비자가 그때그때 원하는 색상과 성분을 고르면, 피부상태와 주변환경 등을 분석해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어낸다.

아모레퍼시픽은 3D프린팅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얼굴에 딱 맞는 맞춤형 마스크팩을 제조하는 '아이오페 테일러드 솔루션'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안면 계측 기술로 눈, 코, 입, 이마, 얼굴 경계 등의 부위 사이즈를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매장에서 즉석으로 마스크팩을 프린팅한다. 여기에 피부타입 및 고민에 맞는 성분을 전문기기로 배합해 추가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또한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진 촬영으로 소비자의 입술 부위를 인식하고, 색과 질감이 가장 적합한 제품을 탐색해 안내하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제품의 향기나 포장도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다.

시셰이도 '옵툰'.
시셰이도 '옵툰'.

일본 화장품업체 시셰이도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옵튠(Optune)'이란 화장품 배출기기를 만들었다. 손을 갖다대면 거품 비누가 자동으로 분사되는 장치처럼 생겼는데, 스마트폰 앱과 연동돼 피부를 측정하고 자체 알고리즘으로 각 피부에 맞는 화장품 조합을 찾아낸다. 스트레스 상태, 생리주기, 주변 습도, 자외선 등도 고려한다. 국내 판매되고 있는 뉴스킨의 '에이지락미(ageLocme)'도 전통적인 화장품 용기에서 벗어난 새로운 카트리지다. 손을 가까이 대면 그때 피부에 필요한 성분의 스킨케어를 필요한 양만 자동으로 배출한다.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한 기업 룰루랩은 인공지능 기술로 피부를 분석하는 솔루션 '루미니(LUMINI)'를 개발했다. 얼굴 전면을 촬영하면 10초 안에 모공, 피지, 홍조, 잡티, 주름 등의 정보를 분석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한다. 이 제품은 지난해 11월 오픈한 국내 첫 인공지능 뷰티 스토어인 롯데 에비뉴엘 잠실점에 입점했다. 두바이, 미국, 캐나다, 칠레 등에도 진출했는데 여러 회사의 제품을 추천하기 때문에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데도 도움될 수 있다.

울 디바이스 앞에서 모델이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룰루랩이 개발한 '루미니 홈'은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통해 피부를 분석하고, 사물인터넷 기술로 디바이스와 연동해 그날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제품은 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았다./사진= 룰루랩 제공

◇디지털과 유전자 기술을 만난 K-스마트 뷰티의 도약

룰루랩 최용준 대표는 "현대의 화장품 소비자는 스스로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제품의 성분이나 효과 등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며 "선호하는 화장품도 무조건 유명 명품 브랜드가 아닌, 개인의 피부 상태에 맞는 화장품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 산업은 개인화(Personal)·디지털화(Digital)·고급화(Premium)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맞춤형 뷰티 시장은 앞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유전자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제시하는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도 있다. 그동안 혈당∙혈압 등 일부 항목에 한정됐던 민간업체의 '소비자 직접 의뢰(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 제도가 최근 피부탄력∙피부노화∙색소침착 등 56개 항목으로 확대됐다. 이를 계기로 유전자 분석 기술 회사와 화장품 제조사간 협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테라젠이텍스와 아모레퍼시픽, 마크로젠과 LG생활건강, 더젠바이오와 한국화장품 등이다. 화장품 산업에도 피부 유전자 분석이 중요해진 것이다. 예컨대 제니끄라는 화장품 회사는 제품을 구매하면 집으로 유전자 검사용 구강세포 채취 키트를 보낸다. 온라인으로 생활습관을 파악하는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이후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화장품이 배송된다.

화장품의 개인화 수요 증대에 따라, 정부도 'K-뷰티' 산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화장품법을 개정하면서, 한국은 이달 14일부터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맞춤형 화장품의 품질 관리를 위해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라는 새로운 직업군도 배출됐다. 지난달 1회 국가자격 시험이 진행돼 2928명이 합격했고, 9월 2회 시험이 치러진다. 식약처 관계자는 "맞춤형 화장품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변화를 이끌어 K-뷰티를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식약처와 화장품 업계가 협력해 안전하고 품질 높은 화장품이 유통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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