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 수술·해부용 인체도 만들어 전기 자극으로 뛰는 초소형 심장 생쥐에 난소 이식, 출산까지 성공
자영업자 김진명(가명)씨는 얼마전 관상동맥질환으로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아야 하지만 심장 근육 손상 정도가 심하고, 스텐트를 삽입해야 하는 혈관 부위가 복잡해 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김씨의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은 수술을 앞두고 김씨의 심장 CT를 3D 프린터에 입력해 몇 시간 만에 김씨의 심장과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인공 심장을 만든다. 이후 의료진은 수술에 사용할 도구를 이용해 모의 수술을 진행, 미리 계획한 수술 방법에 따라 실제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친다. 수술이 끝난 뒤, 의료진은 김씨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따로 보관한다. 김씨에게 심장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본인의 세포로 인공 심장을 즉시 만들어 이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위의 사례는 미래에 병원에서 이뤄질 수 있는 가상의 사례다. 전 세계적으로 3D 프린팅 기술(특수한 소재를 얇게 쌓아올려 3차원 물체를 복제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의료 분야에서도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의료계에서 3D 프린팅 기술은 보청기·틀니·의족 등 개인 맞춤형 의료 보형물을 제작하거나, 해부용 신체 제작, 수술 계획을 위해 활용하는 장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기존 장기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인공 장기를 만드는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이정찬 교수는 "세포를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상용화되면, 장기 이식 환자들이 기증자를 막연히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세포로 만든 장기를 바로 이식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철원 기자,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 제작 가능
3D 프린팅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3D 프린팅〈그래픽〉은 크게 디자인, 프린팅, 후처리 작업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우선 디자인 프로그램이나 3D 스캐너 등을 통해 복제할 사물의 3차원 그래픽을 만든다. 이후 3D 프린터는 입력된 그래픽을 약 0.1㎜ 두께로 얇게 층을 낸다. 3D 프린터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복사기에서 잉크 역할을 하는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을 매끄럽게 만드는 등 후처리 과정을 거치면 제작이 완료된다. 한국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 심진형 교수는 "기존에 사용하는 의수나 수술용 헤드기어는 이미 사이즈나 형태가 정해진 상태로 출시돼 환자에 따라 사용이 불편할 수 있다"며 "3D 프린터로 만든 제품은 환자 맞춤형으로 만들기 때문에 사용이 더 편리하다"고 말했다. 3D 프린팅 기술은 수술의 성과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권정택 교수는 "뇌출혈 등 수술을 할 때 뇌를 둘러싼 뼈를 어떻게 깎느냐가 수술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라며 "3D 프린터로 수술 부위를 미리 만들어 가상 수술을 해보면 실제 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줄이고, 수술 성공률도 향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오 프린팅으로 심장·간 만들어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난소=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는 젤라틴으로 만든 인공 난소에 난포 세포(난자로 자랄 수 있는 세포)를 붙여 배양하고, 이를 쥐에 이식했다. 인공 난소를 이식받은 암컷 쥐는 수컷 쥐와 교배를 통해 건강한 새끼를 출산했다.
▷심장=울산과학기술원과 미국 웨이크포리스트재생의학연구소는 최근 초소형 심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길이가 0.25㎜인 인공 심장은 전기 자극을 주면 움직이고, 심장 박동 속도는 실제 심장과 동일하다. 연구진은 현재 소형 간의 제작에도 성공했으며, 이후에는 심장 혈관과 폐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간(肝)=미국 벤처기업 '오가노보'는 직접 개발한 3D 프린터를 이용해 간 세포와 간성상세포, 내피세포 등으로 이뤄진 간 조직을 만들어 42일 동안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해당 기간 동안 간 조직의 모든 기능은 정상이었다. 인공 간은 2014년부터 신약 개발에 사용 가능하도록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