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지방흡입술에 첫 도입… '의사 없는 수술실' 가능할까?

입력 2017.09.13 09:11

365mc병원과 한국MS가 손잡고 세계 최초 AI지방흡입 기술 공개
빅데이터로 최적 수술 동작 안내

직장인 양희수(가명)씨의 복부 지방흡입 시술이 진행되는 수술실. 의사가 30㎝의 캐뉼라(얇고 긴 관)를 양씨의 배에 꼽고 지방을 뽑아내는 중에 경고 메시지가 음성으로 안내된다. "캐뉼라가 복부 아래쪽을 향해 위험합니다." 인공지능(AI)의 안내를 받은 의사는 즉시 캐뉼라의 각도를 재조정해 시술을 마쳤다. 시술이 마무리되고 바로 인공지능이 평가를 했다. "피부 손상 위험이 2%, 복부 장기 손상 위험이 5%이므로 검사를 진행하십시오." 즉시 검사가 이어진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 멍이나 부기도 거의 없다. 위의 사례는 이르면 올해 말 시행될 인공지능 지방흡입시술의 한 장면이다.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시술·수술 분야로 인공지능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지방흡입시술 특화 병원인 365mc병원이 인공지능 지방흡입 기술인 'MAIL(Motion captur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ed Liposuction) 시스템'을 공개했다. 인공지능이 세계 최초로 시술에 적용된 사례로, 인공지능의 의학적 활용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회에는 기자들을 포함해 국내 병원·벤처 기업 관계자들 300명이 참석을 해 큰 관심을 모았다.

365mc 대표원장협의회 김남철 회장이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지방흡입 시술인 ‘MAIL’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의사의 동작 패턴을 이해하고 최적의 시술 경로를 안내한다.
365mc 대표원장협의회 김남철 회장이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지방흡입 시술인 ‘MAIL’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의사의 동작 패턴을 이해하고 최적의 시술 경로를 안내한다.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지금까지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판단'을 하는 데 활용됐다.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이 대표적이다. 왓슨은 입력된 암 치료와 관련된 방대한 논문 DB를 바탕으로, 환자별로 최적의 항암제를 추천한다.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지방흡입술은 단순히 판단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고차원적인 시술 손 동작을 DB화 해 의사가 최적의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시술·수술의 경우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의사마다 다른 시술·수술의 동작과 패턴을 컴퓨터가 이해하도록 정량화할 수 없었기 때문. 인공지능이 최적의 시술·수술 경로를 파악하려면 수치화된 데이터가 필요한데, '손 감각'에 기반한 천차만별의 의사의 동작을 숫자로 나타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365mc 대표원장협의회 김남철 회장은 "지방흡입시술은 동작이 비교적 간단하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었다"며 "MAIL 시스템은 인공지능이 시술에 활용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시술 동작 파악해 최적의 경로 제시

인공지능 지방흡입 시술의 원리 설명 그래픽
지방흡입 시술에는 지름 4㎜, 길이 30㎝의 캐뉼라가 사용된다. 이 관을 피부 아래 지방층에 비스듬히 넣고 지방을 뽑아낸다. 문제는 지방을 한 번에 흡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렌지 알갱이처럼 작게 덩어리진 지방 조직을 빨아내려면 관을 꽂은 채 앞뒤로 수없이 찔렀다 빼야 한다. 시술이 진행되는 2~3시간에 1만5000~2만 번 반복된다. 이때 관의 끝 부분이 지방층 정 가운데를 찌르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지방층 위쪽을 찌르면 피부가, 지방 아래쪽을 찌르면 근육·장기가 손상된다. 정확히 찌르는가는 오로지 의사의 손 감각에 의존한다.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도 2만 번에 가까운 동작을 반복하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이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365mc와 MS가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했다. 여기엔 모션캡처·빅데이터·인공지능 등 최신 IT 기술이 총동원됐다. 모션캡처 기술은 관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데 사용된다. 관의 손잡이에 특수 센서를 설치해 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고 기록한다. 찌르는 깊이·각도·속도·가속도·좌표·범위 등의 패턴이 컴퓨터로 옮겨진다.

시술이 반복되면 정보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쌓인다. 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술이 빅데이터다. 빅데이터에서 패턴을 찾고 분석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역할이다. 수억 회의 찌르기를 종합해 바람직한 찌르기 각도·속도 등을 계산한다. 관이 지나치게 깊거나 얕게 들어가지는 않는지, 관의 끝이 위나 아래를 향하지는 않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잘못된 경로 시술 시 경고 메시지 떠

지방흡입 시술에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안전성과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365mc는 기대한다. 간혹 발생하는 심각한 부작용(장기·근육 손상 합병증)은 물론, 가벼운 부작용(멍·부기)까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시술 결과를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시술이 끝나고 정상적인 부기가 빠질 때까지 보통 한 달간 시술 결과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인공지능은 곧바로 결과를 예측한다. "멍이 많을 것이다" "아래로 찌른 횟수가 많았으니 복부 검사를 추가로 진행하라"는 식이다. 김남철 회장은 "1만 건 이상의 시술 데이터가 입력되는 올해 말에는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방흡입술을 시작으로 가까운 미래에 의사의 촉과 감에 의존했던 모든 시술·수술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 '의사 없는 수술실'이 등장하게 될까? 서울아산병원 의공학과 최재순 교수는 "현재까지는 의사의 시술·수술을 보조하는 정도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며 "의사의 시선을 인식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복강경 수술, 수술 도구와 수술 부위를 파악해 위험 요소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술 등이 현재 연구 중이다"고 말했다. 2025년 이후에는 상처를 봉합하는 등 단순·부분 작업에서 자동 수술 로봇이 실용화되고, 2030년 이후에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의료 로봇이 나타나 간단한 시술은 직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최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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