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병'이라고 인식하며, 중세시대 때 '흑사병(黑死病)'처럼 바라보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에이즈는 치료제가 나와있으며, 환자가 치료를 잘 받으면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병을 전파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실제 에이즈 감염 환자 수는 전세계적으로 최근 15년간 약 32% 줄었다. 환자수가 줄어든 데는 효과 높은 에이즈 신약들이 개발된 것과 더불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끌고 있는 감염인 제로(zero), 편견과 차별 제로(zero), 에이즈 관련 사망 제로(zero)와 같은 대응 전략의 힘이 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 추세와 달리, 환자수가 늘고 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에이즈 환자는 1만명을 넘었다. 보건 당국도 에이즈의 예방·관리를 위해 조기검진 활성화·상담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과감한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에이즈는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있을 때 전파되기 쉽다. 이 시기에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부지(不知) 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HIV)를 전파시킬 수 있다. 반면 이미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은 체내 바이러스 양이 적어 성(性)관계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위험이 적다. 따라서 에이즈에 대해 누구든 두려움 없이 검사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운동 경기에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 모든 에이즈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자 등 에이즈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미리 에이즈 치료제(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도록 해서 선제 예방을 하는 'HIV 노출 전 예방요법(PrEP)'이 도입되는 추세이다. 2015년 9월엔 세계보건기구도 이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시행하도록 수용했고, 우리나라도 현재 관련 학회에서 구체적인 도입 방법을 논의 중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해당 예방요법이 국가나 의료진이 주도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감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해 예방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에이즈 약물 치료가 시작된지 20년이 됐다. 20년 후에는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 전파가 차단돼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