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바로알기 <下>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는 체내에 들어오면 면역체계를 파괴시키며, 에이즈를 유발한다. 과거 HIV 감염은 ‘불치’란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HIV 감염인이라도 적절히 치료하면 큰 문제없이 살 수 있다. 헬스조선은 HIV와 관련된 건강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 HIV 감염인과, 의료현장에서 HIV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솔직한 이야기를 취재, 상·하로 나누어 연재한다. 2편은 의료진의 이야기다.

7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신형식 교수를 만났다. 신형식 교수는 감염내과 전문의로 HIV 감염을 포함한 각종 감염병을 진료한다. 한국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를 치료한 의사기도 하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에서 많은 HIV 감염인을 치료한 계기로, 2016년 대한에이즈학회장에 선출됐다. 신 교수에게 국내 HIV 감염 현황을 묻자, 그는 진지한 얼굴로 “수치를 봐도 그렇고, 진료현장에서도 실제로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환자의 나이도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병원 방문이나 치료를 꺼리는 편이라 인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을 꺼냈다.
Q. HIV 감염은 정확히 어떤 상태입니까?
A. 면역체계를 파괴시키는 바이러스인 HIV에 감염된 상태입니다. 감염되면 면역체계 손상이 심해지면서 여러 면역결핍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몸 속 특정 세포(CD4+T)수가 200cell/㎟이하거나, 면역체계 손상으로 각종 감염과 암 등이 나타나면 AIDS 환자라고 합니다.
Q. 각종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A. 암, 결핵, 폐렴 등의 질환 위험이 정상인보다 높아집니다. 암 발생 위험은 20배 이상 커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Q. 국내 감염인 현황은 어떻습니까?
A. 1985년 첫 번째로 감염인이 보고된 이후, 신규 감염률은 계속 증가했습니다. 2013년 신규 감염인이 1114명으로 보고된 이후, 매년 1000명 이상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 신규 감염인은 1191명입니다. 2017년 신규 감염인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남성(1089명)입니다. 연령은 20대 33.1%, 30대 24.3%, 40대 17.8%수준으로 20~40대가 많았습니다.
Q. 문제가 있다면?
A. 환자가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는 겁니다. 병원을 찾지 않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먼저 자신이 HIV 감염인줄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관계를 하면서 검사를 해 본적도 없고, 콘돔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겁니다. HIV 감염인 줄 알아도 ‘부끄럽다’ ‘어차피 치료가 안 된다’고 잘못 생각해 병원에 오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약 5%가 병원을 아예 방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치료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HIV 감염은 더 이상 불치도 아닙니다. 병원에 와서 약을 꾸준히 받아가야 하는데 귀찮다며 안 오는 환자도 봤습니다. 특히 젊은 10~20대 환자에게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젊고 상대적으로 몸이 건강하니, 약을 1달 정도 먹고 ‘멀쩡하네’라고 잘못 생각해 다시 약을 받으러 오지 않는거죠. 이렇게 하다 상황이 심하게 악화돼 병원을 찾는 환자를 봤습니다. 많이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진료현장에서 보면 10명 중 1명은 불규칙하게 병원을 찾는 편입니다.

Q. 주로 어떻게 감염되나요?
A. 국내는 대부분 성관계로 감염됩니다. 외국에서는 마약 투여로 인한 주사기 사용 감염도 있는데, 국내는 이런 사람이 드뭅니다. 의료현장에서 발생한 경우도 국내에서는 아직 없습니다.
Q. 예방법은요?
A. 콘돔을 사용하면 90% 이상 감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Q. 최근에는 보건소에서 익명, 무료로 HIV 감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HIV 감염을 확인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일반 병원이나 소규모 의원에서는 HIV 치료제 처방이 어렵습니다. 약국이 아닌, 병원에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약이라 그렇습니다. 감염내과 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이나 큰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Q. 감염됐을 때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은 없나요?
A. 대부분 감염 초기에 심한 감기몸살 증상이 1~2주간 나타납니다. 이후에는 증상이 없습니다. 일반인과 전혀 차이가 없죠. 나중에 7~10년씩 지나고 나서야 면역체계가 취약해지면서 폐렴이나 암 같은 질환이 곧잘 나타나는 정도입니다. 감염 증상이 일반적이라, 예방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입니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A. 간단합니다. 매일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됩니다. 보통 3~4개월치를 한 번에 처방합니다. 약을 특별히 잘 복용하는 환자고, 장거리에 있다면 기간을 조금 더 늘리기도 합니다. HIV로 인해 암 등 다른 질환이 생겼다면 이는 따로 치료해야 합니다. 약만 잘 먹으면 바이러스 수치가 검출이 안 될 정도로 낮아지고, 타인에게 옮길 위험도 거의 없어집니다. 또한 암 같은 질환이 생길 위험이 일반인 수준에 가깝게 줄어듭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약만 잘 먹으면 100살까지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Q. 그 외에 HIV 감염자들이 지키면 좋은 생활습관이 있나요?
A. 면역이 약할 수 있기 때문에, 때에 맞춰 예방접종을 잘 해야 합니다. 암 검진도 마찬가지죠. 금연, 절주, 꾸준한 운동은 기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