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호의 손·손목 이야기

손목 골절 후 “엄지가 안 펴져요”… 신전건 파열 의심해야

SNU서울병원곽상호 원장
입력
2025-04-09

손목 골절 후 펴지지 않는 엄지손가락, 건이식술 4개월 후 신전 기능을 회복된 모습. (사진제공=에스앤유서울병원)

외래에서 “엄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내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자세히 병력을 물어보고 X-ray 검사를 시행해 보면 최근 손목 골절로 통깁스 등 보존적 치료를 받았고 한두 달쯤 지나면서 ‘언제부턴가 엄지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증상은 왜 발생하는 걸까?

손목 골절 후, 왜 엄지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
손목 골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위 요골 골절 상당수는 큰 전위가 없는 단순 골절로 통깁스와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잘 회복할 수 있다. 즉, 많이 어긋나지 않은 골절을 이렇게 치료하게 된다. 그런데 손목 골절 초기에 종창 때문에 손가락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보니, 환자가 엄지 손가락 움직임 제한을 초기에는 잘 인지하지 못한다. 대부분 골절 이후 4~8주 정도에 ‘엄지가 펴지지 않는다’는 증상을 인지하게 되고, 실제 문헌에서도 이 시기에 많이 외래를 찾아오거나 처음 발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손목 골절 이후 골절선 주위에서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장무지 신전건 파열’ 이라 한다.

장무지 신전건이 파열이 잘 생기는 구조적 이유
엄지를 펴는 힘줄 중 하나인 장무지 신전건 (extensor pollicis longus)은 손목의 리스터 결절(Lister’s Tubercle)이라는 곳에서 꺾이면서 엄지손가락을 펴게 되는데, 요골과의 상호관계에서 가지는 구조적 특징 때문에 골절 이후에는 파열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요골 골절시 단순 골절의 경우에는 뼈가 부러진 부위가 하나의 골절선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분쇄된 골절선보다는 거칠고 힘줄의 특정 부분만 손상시킨다. 게다가 해당 부위는 힘줄이 리스터 결절을 지나며 꺾이는 구간이기 때문에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마찰도 많은 구조라 힘줄이 약해지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손목 골절 이후 장 무지 신전건의 파열이 흔히 발생하게 된다. 

약간 흥미롭게도 오히려 골절의 분쇄가 심한 환자들에서보다는, 단순골절로 골절선이 하나만 보이는 환자들에게서 자주 발생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심지어 단순골절에 대해 수술을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 이차적으로 장무지 신전건 파열을 겪는 경우가 보고되어 있다. 마치 자동차 유리가 조각조각 부서지는 경우에는 비교적 덜 다치지만, 유리컵이나 창문 유리가 깨질 때처럼 길고 날카로운 조각이 발생할 경우 깊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엄지가 안 펴지는 장무지 신전건 증상과 치료
장무지 신전건이 파열되면 엄지의 마지막 마디를 펴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파열이 발생한 이후에는 힘줄 전체를 따라 통증이나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2~5수지의 손가락이라면 경우에 따라서 보존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지만, 엄지의 신전이 되지 않으면 기능 저하가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술적 치료를 권유하게 된다. 

수술은 힘줄이 오랜 시간 동안 마찰, 허혈 등을 통해 끊어진 상태이므로 끊어진 시기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급성기보다는 아급성기 (3~6주) 또는 만성기 (6주 이후)의 파열에 준해서 치료해야 한다. 힘줄과 힘줄의 단순 봉합하는 것은 술기적으로 어렵고, 재파열 가능성이 높아 대개는 힘줄 이식(건강한 힘줄을 이식해서 재건) 또는 건이전(다른 힘줄을 연결)으로 다시 엄지를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1.장장건 이식법 수술
수장측의 장장건(palmaris longus) 힘줄로 손등 쪽의 끊어진 힘줄을 덧대어 이어주는 방법이다. 이 수술 방법은 장무지 신전건의 근육 자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재활이 복잡하고 파열 후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에는 장무지 신전건의 근육 자체의 구축이 심하게 발생하여 치료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2.고유 검지 신전건 건이전 수술
검지에 있는 ‘고유 검지 신전건 (extensor indicis proprius)’ 이라는 힘줄을 떼어다가 손등 쪽에서 끊어진 엄지 힘줄에 이어주는 수술 방법이다. 즉, 이 방법은 검지의 공통 신전건 이외의 여분의 힘줄을 가지고 바로 엄지에 힘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원래 장무지 신전건과 매우 비슷한 위치에 있는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움직임도 거의 비슷하고, 빠른 재활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원래 장무지 신전건의 근육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수술 후 재활, 얼마나 중요할까
이러한 힘줄 재건 혹은 건이전 수술을 통해 엄지의 신전건을 복구한 다음에는 최소 6~12주의 재활 기간 동안 천천히 엄지의 움직임을 시작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너무 빠른 움직임의 재활을 할 경우 엄지를 완전히 구부리는 동작을 하게 되면서 재건 혹은 건 이전을 한 힘줄 자체가 재파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끊어지지는 않더라도 해당 근육이 과도하게 늘어나 엄지의 완전한 신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 회복 속도 편차가 있으므로 외래에서 지속적인 추적 관찰로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골절 이후 엄지에 이상이 있다면, 꼭 다시 진료가 필요하다
원위 요골 골절은 흔한 손목 골절이지만, 다행히 크게 어긋나지 않은 골절이라면 수술 없이도 잘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골절 후에도 엄지가 펴지지 않는다면 엄지의 신전건의 파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파열이 오래된 상태일수록 수술이 복잡해지고, 회복도 더디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간단한 손목 골절 이후 엄지의 신전이 잘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서 영상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와의 상담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쉴 때조차 쉬지 않고 움직이는 손과 손목. 방아쇠수지, 손목터널증후군, 손목건초염, 테니스·골프엘보, 손 퇴행성관절염, 주관증후군 등 손과 손목, 팔꿈치에 생기는 상지 질환에 대한 지식과 치료방법(주사치료, 관절경, 절골술, 신경치료, 회복치료)의 개인적 견해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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