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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판교 소재 SK케미칼 본사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치료제로 활용되는 비칼슘 계열의 인 조절제 세벨라머 제제의 과립제 시장이 독점 체제에서 경쟁 구도로 전환됐다.
SK케미칼은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벨라산’(성분명: 세벨라머탄산염) 0.8mg과 2.4mg 과립제형을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받았다. 대상 적응증은 투석을 받고 있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혈청 인 조절이다.
‘인벨라산’의 주요 성분인 세벨라머는 위장관에서 음식을 통해 섭취된 인산염과 결합하여 인이 혈류로 흡수되는 것을 저해하는 기전이다. 기존에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고인산혈증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칼슘제 대비 부작용의 위험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대표적인 품목은 한국쿄와기린의 ‘레나젤정’(성분명: 세벨라머염산염)이었다. 이 약물은 200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지만, 2011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염산염 대신 탄산염 구조를 적용한 ‘렌벨라정’(성분명: 세벨라머탄산염)을 출시하면서 시장 내 존재감이 크게 약해졌다.
참고로, 세벨라머탄산염은 세벨라머염산염 대비 혈중 탄산염 농도를 유의하게 높여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대사성 산혈증 위험을 줄이고, 위장장애 등 부작용 발생도 더 줄일 수 있다.
여기에 2014년 ‘레나젤정’의 물질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 공습에 직면했고, 결국 2015년부터 시판을 중단하기 시작하더니 2019년 10월 허가 유효기간 만료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퇴장했다.
‘레나젤정’의 공백을 대신 차지한 약물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렌벨라정’ SK케미칼의 ‘인벨라정’(성분명: 세벨라머탄산염)이다.
이 중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정제인 ‘렌벨라정’에 더해 지금껏 유일무이하게 세벨라머의 과립제형인 ‘렌벨라산’(성분명: 세벨라머탄산염) 0.8mg까지 동시에 선보이면서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였다.
정제(알약)는 일반적으로 환자가 삼키기 편리하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고령자나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겐 알약 섭취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 아무리 작은 크기라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과립제는 가루 형태로 삼키기 쉬워 소아나 노인, 알약을 잘 삼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위장관에서 빠르게 분해되어 흡수되므로 약효가 더 빨리 나타나는 추가 이점도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이러한 이점을 토대로 SK케미칼 대비 세벨라머 제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식약처 기준 ‘렌벨라정’과 ‘렌벨라산’의 합산 수입 실적은 70억 원에 달하지만, ‘인벨라정’의 생산 실적은 65억 원에 그쳤다.
SK케미칼이 이번에 과립제형의 ‘인벨라산’을 선보인 배경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벨라산’은 0.8g 단일 용량만 제공하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렌벨라산’과 달리, 2.4g 용량까지 허가를 받으면서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
이 때문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렌벨라산’은 1일 최대 3회 복용해야 하지만, SK케미칼의 ‘인벨라산’은 1일 1회 복용으로 용법을 간소화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독점해 온 과립제형 인 조절제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만성 신장질환은 신장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는 인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투석을 통해서도 인을 제거하기 힘들고, 인산염이 인체에 그대로 흡수되면 고인산혈증으로 발전한다.
칼슘제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고인산혈증을 조절하기 위해 종종 사용된다. 칼슘은 인과 반응하여 칼슘 인산염으로 형성되는데, 이를 통해 혈중 인산 농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혈중 칼슘 수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저칼슘혈증이 발생할 수 있고, 칼슘 인산염은 혈관벽을 비롯해 신체 조직 내에 결정을 형성하는 석회화 현상을 초래하여 중증 동맥경화증, 뇌졸중, 심장마비, 순환부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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