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 비접촉 체온 측정... 코로나 못 잡는다

입력 2020.12.17 07:30

비접촉식 체온계 사용 사진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팀은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사진=연합뉴스
직장에 출근해 체온을 확인하고자 비접촉식 체온계를 사용한 A씨는 측정할 때마다 체온이 크게 달라 당황했다. B씨는 열이 펄펄 나고 뜨거운 듯한 느낌이 드는데, 체온계를 사용해도 정상체온보다 훨씬 낮은 온도가 나와 의아했다. A씨나 B씨와 같은 경험은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코로나 선별검사를 위해 학교, 직장, 공공기관 등에서는 주로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를 사용하고 있다. 구강·겨드랑이·항문 등에 직접 접촉해야 하는 전자체온계와 달리 접촉 없이 간단하게 체온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접촉식 체온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연구가 나왔다.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 코로나19 환자 못 걸러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 교수팀은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Non-contact infrared thermometer, NCIT)를 이용한 체온 측정으로 환자를 거르기 어렵다는 내용의 사설을 미국감염병학회 온라인 저널에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는 수많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심부온도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실제로 이마, 관자놀이 등을 통해 측정하는 '표피체온'은 대기 온도, 습도, 바람 등 환경에 따라 쉽게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심부체온이 높아지면 오히려 표피체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사설의 저자인 윌리엄 라이트 교수는 "심부체온이 오르는 동안에는 피부 표면 근처의 혈관이 수축하면서 오히려 열 방출이 적어질 수 있다"며 "이마에서 방출되는 열을 측정하는 비접촉식 체온계로는 심부체온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면역력이 약한 노인은 감염병에 걸려도 체온이 크게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발열이 있다는 것은 감염이 있을 때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이 활발히 일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체온이 높아지면 바이러스 증식 속도가 떨어지고, 각종 염증 반응이 활발해지며 감염된 균을 제거한다. 그러나 면역력이 낮은 사람은 이런 반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발열도 적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월 17일부터 9월 13일까지 미국 공항에서 비접촉식 체온계에 나타난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나타나 검열 분류된 사람은 약 76만6000명이었는데, 이중 겨우 0.001%만이 코로나19 확진자였다. 게다가 발열 외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278명 중 47명(17%)만이 고열로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영향받는 체온계, 사용법 정확히 숙지해야
아직 체온 측정을 대체할만한 선별검사 도구가 개발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은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안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체온계 사용법을 정확히 숙지할 것을 당부한다.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를 사용할 때는 ▲실내에 30분 이상 머무른 후 측정 ▲측정 부위를 고정한 채 2초 이상 유지 ▲최소 2회 이상 측정 ▲바람, 난방기구, 햇빛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서 측정 ▲땀이나 수분이 없는 건조한 피부에 측정 ▲제조사가 권하는 측정 위치와 각도를 유지하는 등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해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가 아닌 다른 종류의 체온계를 사용할 때도 제품 설명서를 통해 사용법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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