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국소 반응’만 예상했는데

“어제 접종하고 왔는데 너무 불안합니다”, “혹시 하는 마음에 확인했는데 로트 번호가 일치하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게시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정부의 여러 차례 설명에도 ‘백색 입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백신을 접종한 사람 중 90% 이상이 20세 이하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녀에게 백신을 접종한 부모들의 우려는 더욱 큰 상태다. 전문가들은 백색 입자 백신의 부작용 유발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정확한 안전성을 입증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백색 입자가 들어간 독감 백신(코박스플루4가PF주, 제조번호 PC200701)을 접종한 사람은 총 689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전국 12개 시·도 188개 의료기관에서 해당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108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남(1065명)·경북(950명)·충남(878명)·경기도(685명)·강원도(535명)·경남(413명)·제주(230명)·충북(25명)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접종자는 총 644명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접종자 수는 ▲0~10세 5415명 ▲11~20세 1007명 ▲20대 96명 ▲30대 240명 ▲40대 74명 ▲50대 37명 ▲60대 이상 28명으로, 0~20세 아동·청소년이 전체 인원의 93.1%를 차지했다. 백색 입자 백신 접종자 10명 중 9명은 아동·청소년인 셈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일 영덕군 보건소에서 한국백신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접수한 후 해당 제품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당시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에 따르면 백색 입자는 항원단백질 응집체로 보이며 주사부위 통증・염증 등 국소작용 외에 안전성 우려는 낮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백신에 대해서는 국민 안심차원에서 16일까지 61만5000도스를 모두 회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식약처의 이 같은 설명에도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뒤늦은 검사 결과 발표로 백색 입자 발견 후에도 해당 백신을 접종받는 사례가 발생했고, 지난 13일 발표 때보다 접종자가 418명 추가되는 등 해당 백신의 접종자 수 또한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소작용 외에 안전성 우려는 낮다”는 식약처 설명과 달리 일부 접종자들에게 알레르기나 발열·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되며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백색 입자 백신 접종자들의 이상 사례는 총 55건으로, 국소반응 23건을 제외한 발열(14건)이나 알레르기(11건)·복통(2건)·경련(1건)·관절염(1건) 등의 사례가 접수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접종 사실과 증상만으로 부작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백신 접종 외에 당사자에게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없었는지 고려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현재로써는 백색 입자 백신이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저질환 등 환자 개인의 건강 상태나 백신 접종 전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이상 사례가 있다고 해도 (백색 입자 백신과)연관성을 입증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색 입자 백신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낮은 것은 맞다. 독감 백신은 사백신(바이러스를 죽여 불성화시킨 백신)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며 “계속해서 부작용 사례가 발생한다면 해당 증상 및 연관성에 대한 추가 검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부작용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는 확인 작업과 함께 역학조사 등 추가 조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