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위축되고, 심장 병들고… 아동학대의 거대한 후유증

입력 2020.06.08 15:12

면역·내분비에도 악영향

의붓아들을 심정지에 이르게 한 계모 사진
아동학대는 아이에게 평생의 트라우마와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사진은 의붓아들을 심정지에 이르게 한 계모./사진=연합뉴스

최근 아홉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의 사건이 충격을 줬다. 아동학대는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아동학대 사건 수는 6796건, 2018년 아동학대 사건 수는 2만4433건으로 큰 폭 상승했으며, 매년 증가 추세다. 아동학대는 뇌와 심장, 마음을 모두 멍들게 한다. 학대 당한 아이는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뇌' 위축시키고, '심장' 병들게 하는 아동학대

전문가에 따르면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뇌' 크기가 작아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뇌에 있는 뉴런의 수가 줄어들며 뇌가 위축되는 것. 또한 해마 기능이 떨어져 긍정적 기억은 줄어들고,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기능이 저하되며 인지 발달도 더뎌진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세로토닌'도 저하돼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영국의 버밍엄대는 아동학대를 겪은 아이는 중증 정신질환 발병 소지가 4배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동학대를 받은 아이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심장협회는 아동학대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논문 26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동·청소년기에 폭력, 성적 학대, 무관심, 따돌림 등을 경험한 사람은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높다는 결과를 내놨다. 협회는 아동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성장기에 면역·대사·신경·내분비·자율신경계에 나쁜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동학대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흡연 등을 해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신체적 폭력만 '학대' 아니야… 정서적 학대도 주의를

아동학대에는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신적 학대, 성 학대, 방임 등이 포함된다. 신체적 학대를 제외하면 심각성을 인지하기 어렵지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유형 중 절반(44.9%)은 '정서학대'였으며, 아이에게 밥을 주지 않거나,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방임' 유형도 13.3%였다. 방임의 경우 아이 자신은 폭력적 행위가 없어 인지하지 못할 수 있지만, 정서학대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된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수현 교수는 "(아이가 방치되면) 항상 외롭고, 심심하고, 요구사항을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익숙해진다"며 "이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까지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주에서는 이혼소송 중이던 부부와 자녀가 함께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정확한 경위는 조사 중이지만, 부모가 갈등 끝에 아이를 칼로 찌르고 투신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극단적인 사건까지 가지 않아도 부모의 갈등은 아이에게 학대가 될 수 있다. 아이는 가정의 두 기둥인 엄마, 아빠를 통해 안정감을 얻기 때문에 부모의 갈등은 아이에게 크나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따라서 아이 앞에선 최대한 싸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며, 실수로 싸웠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갈등을 목격한 아이에게는 '다시는 널 불안하게 하지 않겠다'고 사과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해자도 처벌과 함께 치료받아야, 신고는 112로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는 성격장애가 있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일 확률이 높다. 주수현 교수는 "아동학대 가해자는 충동 조절을 못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며 "모든 아동학대 사건의 부모는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가해자 중에서는 어릴 적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던 경우도 많다. 발달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가해자에게는 학대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동시에 정신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주 교수의 조언이다.

만약 주변에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가정이 있다면 아동권리보장원이 제공하는 '아동학대 체크리스트'를 확인해보자. 아래 목록 중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 아동학대를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아동학대 신고는 112 또는 관할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가능하다. 신고자의 신분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0조, 제 62조에 의해 보장된다.

<아동학대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아동학대 의심)

1. 사고로 보이기에는 미심쩍은 멍이나 상처가 보인다.

2. 상처 및 상흔에 대한 아동 혹은 보호자의 설명이 불명확하다.

3. 보호자가 아동이 매를 맞고 자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나, 체벌을 사용한다.

4. 아동이 보호자에게 언어적, 정서적 위협을 당한다.

5. 아동이 보호자에게 감금, 억제, 기타 가학적 행위를 당한다.

6. 기아, 영양실조 등 적절하지 못한 영양 섭취 상태를 보인다.

7. 계절에 맞지 않는 옷, 청결하지 못한 외모를 보인다.

8. 불결한 환경이나 위험한 상태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방치한다.

9. 성 학대로 의심될 성 질환이 있거나 임신 등의 신체적 흔적이 있다.

10.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 및 해박하고 조숙한 성 지식을 보인다.

11. 자주 결석하거나 결석에 대한 사유가 불명확하다.

12.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적 처치 혹은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는다.

13. 보호자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보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14. 아동이 매우 공격적이거나 위축된 모습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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