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범죄자, 그들도 사이코패스다

입력 2021.04.28 16:50

전문가들 "비정함 일치… 아동·여성으로 대상 옮겨갈 우려"

강아지를 치료하는 모습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동물학대 범죄가 폭력, 살인 등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고양이, 강아지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일어난 사건들의 경우 잔혹한 범행이 장기간 수차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일부 범죄자들은 범행 과정에 드러난 행동·심리에 사이코패스 전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이들의 범행이 동물을 거쳐 사람을 대상으로 자행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사전에 차단해 범행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죽이고 절단하고… 인간성 의심케 하는 ‘동물판 n번방’ 사건
최근 서울 성동경찰서는 20대 남성 이모씨 등 3명을 동물보호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했다. 이들은 이른바 ‘동물판 n번방’ 사건의 가해자로, 화살 등을 이용해 개, 고양이, 너구리 등 동물을 학대·도살한 뒤 사진을 촬영해 ‘고어전문방’이라는 오픈채팅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고어(gore)’란 피, 살인 등을 일컫는 말로, 흔히 잔인한 영화 장르를 이를 때 ‘고어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가해자들이 저지른 범행의 폭력성, 잔혹성은 올해 초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이들은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동물들을 죽이는 것은 물론, 일부 부위를 절단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을 사진·영상으로 남겨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공유했다. 사진·영상을 본 대화방 참여자들은 서로 아무렇지 않게 ‘감상평’을 주고받았으며, 즐거워하거나 더 큰 자극을 원하기도 했다.

◇말 못하는 동물 대상 범행… 감정·자제력 결여된 모습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잔인한 학대사건은 이번 일뿐만이 아니다. 강아지를 차에 매달고 달리거나 길고양이들을 잇달아 죽이는 등 여러 방식의 동물학대 사건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발생 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10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동물학대 범죄자들의 정신 상태에서 ‘무정(無情)’, 즉 감정이 결여된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사람에게 여러 감정을 느끼듯 동물을 보고도 감정이 생기지만, 그들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해 단순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수단·대상으로 여긴다는 설명이다. 특히 말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동물들에게 폭력성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고, 이로 인해 범행 수법 또한 더욱 폭력적이고 잔혹한 양상을 띤다. 한국범죄심리학회 송병호 교수는 “대부분 동물학대 범죄자들은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감정들이 결여됐고, 폭력성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며 “일부 사례를 보면 과거 동물 폭행 경험이 있거나, 폭행을 자주 목격한 경우, 반대로 동물에게 피해를 입은 경우, 또는 동물이 자신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망상증을 가진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와 성향 일치… 유영철·강호순도 그랬다
동물학대 범죄자들의 심리 상태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둘 다 범행 대상인 인간·동물에 대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며, 범행 과정에서 폭력성·잔혹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실제 유영철, 강호순, 이영학 등 사이코패스 범죄자들 또한 과거 동물학대 전력이 있다. 1996년 가해자 5명이 여성 한 명을 납치·살해한 ‘막가파’ 사건 범인들의 경우, 범행 전 동물 대상으로 예행연습을 벌이기도 했다. 송병호 교수는 “범행 과정에서 보이는 행동이나 폭력성, 비정함 등 심리 상태를 고려하면 그들에게도 사이코패스, 반사회적 성향이 나타난다”며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00% 사이코패스 성향을 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 대상으로 이어질 위험 높아… 처벌 강화해야”
많은 사람들이 동물학대 범죄를 예방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모든 동물학대 가해자들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범행 수법이나 기존 사례 등을 고려하면 이들의 범행이 동물학대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송 교수는 “동물학대로 원하는 자극이 충족되지 않으면 대상이 사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동물에게 그랬듯 아동이나 여성 등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범행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처럼 위험성이 높지만 아직까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10~2019년 사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304명이었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9명뿐이었다. 그나마 이 중에서도 실형 선고는 10명에 불과했다. 송 교수는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고, 동물에 대한 학대 역시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동물의 기본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권리를 침해했을 때 합당한 수준의 처벌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콘텐츠 노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일부 웹사이트나 커뮤니티, SNS 등에는 ‘동물판 n번방’과 같이 동물학대 관련 텍스트, 영상·사진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방범죄 위험 뿐 아니라, 콘텐츠를 접한 아동·청소년들의 정서 발달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 또한 무분별한 콘텐츠 노출이 동물학대 범죄 증가와 점차 잔혹해지는 범행수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송병호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범행을 학습할수록 감정이 무뎌져, 더 큰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잔혹함, 폭력성을 원하게 된다”며 “이 같은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잔인한 내용을 차단하는 등 미디어 콘텐츠 정화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