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박테리아 무섭다”면서 치료제 도입은 뒷전

입력 2017.10.27 14:40

슈퍼 녹농균 항생제 있어도 못 쓰는 이유

최시원과 개 사진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 녹농균’에 사용할 수 있는 새 항생제가 개발됐지만,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사진=최시원 인스타그램·조선일보DB

패혈증으로 숨진 한일관 대표 김모씨의 혈액 검사에서 녹농균이 검출된 이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일각에서 녹농균 검출을 이유로 병원 감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김씨를 진료한 서울백병원 측은 “다제내성 녹농균이 아닌 일반 녹농균이 검출됐기 때문에 병원 내원 중 감염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다제내성 녹농균은 주로 병원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슈퍼 박테리아’ OECD 2위 수준
일반 녹농균은 항생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녹농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획득하기 시작하면 치료가 매우 까다로워진다. 3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두루 내성이 생긴 녹농균을 다제내성 녹농균, 또는 슈퍼 녹농균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특히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마저도 듣지 않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의 사망률은 40% 이상, 전염성은 21~40%로 매우 심각하다. WHO가 슈퍼 녹농균을 항생제 개발이 가장 시급한 ‘3대 슈퍼 박테리아’로 지정한 배경이다.

이런 슈퍼 녹농균은 이미 국내 의료기관에서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카바페넴에 대한 녹농균 내성률이 30.6%로, 그리스(49.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을 정도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의 국가항생제내성정보에 따르면 카바페넴에 내성을 획득한 녹농균은 종합병원급, 병원급, 의원 및 요양병원 모두에서 최근 몇 년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2015년 기준 종합병원의 카바페넴 내성률은 33.3%로 2007년 대비 1.4배, 요양병원의 내성률은 43.2%로 2007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식약처 허가까지 받은 '슈퍼 항생제' 국내에선 쓰지 못하는 이유
개발된 지 30년이 되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는 여전히 ‘최후의 항생제’ 타이틀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카바페넴 내성을 획득한 슈퍼 녹농균에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새로 개발된 항생제들은 카바페넴과 치료 효과는 비슷하지만, 내성 문제가 없어 슈퍼 녹농균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와 ‘타조박탐’ 복합제가 대표적이다. 병원에서 카바페넴을 사용하기 전에 이 항생제를 사용하면 카바페넴의 내성을 획득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국내 병원에서 이 항생제들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와 타조박탐 복합제의 경우 미국은 재작년부터, 영국은 작년부터 실제 의료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올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는데도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신약의 가치에 비해 낮은 ‘약가(藥價)’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해당 외국계 제약사가 국내 시장에 이 항생제을 출시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계 제약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동아ST에서 개발한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 역시 2015년 4월 식약처 허가를, 같은 해 12월 보험 등재가 결정됐으나, 약 2년 가까이 국내에선 출시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시벡스트로가 활발히 사용된다.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제시한 가격이 문제다. 주사제 1회 투여 비용이 12만8230원으로 산정됐는데, 이는 미국에서의 1회 투여 비용(300달러 내외)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는 개발이 매우 어렵고 원가가 높아 개발비·생산비를 감안하면 (정부 제시 가격으로는) 마이너스 매출이 발생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반려견 안전 관리에 대한 제도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확보하는 데는 무신경한 모습이다. 매년 슈퍼 박테리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정작 항생제 신약 확보에는 미진한 것이다. 영국·프랑스·스웨덴 등에서 항생제 신약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보험 급여 정책을 개정하는 모습과는 상반된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패혈증과 같이 환자 생명이 위급할 때 꼭 사용해야 할 항생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증가하는 슈퍼박테리아에 대응하려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수를 늘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항생제 신약(슈퍼 박테리아 치료제)이 환자에게 쓰일 수 있도록 국가의 현실적인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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