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혈증으로 숨진 유명 전통음식점 한일관 대표 김모씨의 혈액에서 녹농균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SBS는 23일 김씨 혈액 검사 결과에서 녹농균이 검출됐다는 유가족의 이야기를 전하며 “일차적으로는 병원을 의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녹농균 감염의 경우 병원 내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는 질병관리본부 지침과, 개의 구강에 있던 녹농균이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6건에 그친다는 내용을 근거로 삼았다.
김씨의 시신이 부검 없이 화장됐기 때문에 정확한 감염원인과 경로는 밝히기 어려운 것이 현재 상황이다. 다만,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 토대로 하면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은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녹농균이 개의 이빨에서 감염됐는지, 병원 내에서 감염됐는지에 따라 사건의 국면이 전혀 새롭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48시간 내 증상 발현…“병원 내 감염 가능성 희박해”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김씨의 시간대별 건강 상태를 알아야 한다. 김씨가 엘리베이터에서 프렌치불도그에 물린 것은 9월 30일 오전 9시경이다. 김씨는 자택에서 간단히 소독한 뒤, 오전 10시경 서울백병원 응급실을 찾아 파상풍과 항생제 주사 등 2차 처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큰 문제없이 지내다 이틀 뒤인 10월 2일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처가 깨끗하고 상태가 좋아 소독 후 항생제 연고만 처방받았다. 사흘 뒤인 10월 5일 식당에 나온 김씨는 “몸이 좋지 않다”며 곧바로 조퇴했다. 다음날인 10월 6일 오전 8시 15분경 상태가 더욱 나빠져 서울백병원 응급실을 다시 찾았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 의식을 잃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으며, 중환자실로 실려 간 뒤 오후 5시경 결국 숨을 거뒀다.
만약 병원에서 감염됐다면, 두 번째 병원을 찾은 10월 2일이 유력한 감염 시점으로 보인다. 첫 번째 방문인 9월 30일 이후 이틀간은 몸 상태가 좋았기 때문이다. 김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사흘 뒤인 10월 5일. 이에 대해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병원 감염은 보통 감염 시점에서 48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 경우로 설명된다”며 “이를 감안하면 김씨의 경우 이틀 후가 아닌 사흘 후에 증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제3의 감염 경로 가능성도…“개 이빨 녹농균 의아하다”
녹농균이 주로 병원 내에서 감염되지만, 병원 밖 감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때는 개로부터의 감염, 병원으로부터의 감염이 아닌 제3의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도 생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인공호흡기 사용, 석션·튜브 같은 의료기기의 공동 사용 과정에서 녹농균이 감염되는 경우가 많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 관리가 강화되면서 중환자실 및 응급실에서의 감염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녹농균 감염으로 패혈증 및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화상환자, 항암치료환자, 중증외상 환자 등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의 환자들”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고인이 평소 앓던 지병으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적기에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 역시 “녹농균이 주로 병원 내에서 감염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교통사고로 실려 오는 환자에게서도 종종 녹농균이 발견되는 점을 감안하면 병원 밖 감염 가능성이 전혀 없지도 않다”고 말했다.
개의 이빨에서 녹농균이 검출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김우주 교수는 “사건을 처음 접하고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나 고양이의 이빨에서 주로 발견되는 균은 연쇄구균, 포도상구균, 카프노사이트파가균 등으로, 녹농균이 검출된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