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r>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만성 질환으로 알려진 이상지질혈증을 단 한 번의 투약으로 완치할 수 있는 미래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 베르베 테라퓨틱스(Verve Therapeutics)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자사의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주사제) ‘VERVE-102’이 임상 1b상 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시험은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또는 조기 관상동맥질환(CAD)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VERVE-102’ 3가지 용량(0.3mg, 0.45mg, 0.6mg)의 1회 투약시 내약성, 안전성, 약동학을 평가한 것이었다.
그 결과, ‘VERVE-102’은 28일 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환자들의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유의미하게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세 가지 ‘VERVE-102’ 투약군은 각각 21%, 41%, 53%의 LDL-C 수치 감소를 보였으며, 고용량 ‘VERVE-102’ 투약군 일부 환자는 LDL-C 수치가 최대 69%까지 감소했다.
시험의 1차 평가변수인 안전성의 경우, 모든 용량에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VERVE-102’가 예비 유효성은 물론 안전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특히 ‘VERVE-102’가 새로운 의약품 기술인 RNA 편집 기술에 기반한 치료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유전자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한 차세대 치료 기술이기 때문이다.
위험성 매우 높은 이상지질혈증 위한 PCSK9 억제 유전자 치료제
‘VERVE-102’의 대상 질환인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내 지질 성분이 과다한 상태를 의미한다. 혈중 지질은 단백질과 결합하여 지단백 형태로 존재하며, 지단백은 각 지질 성분의 비율에 따라 저밀도 지단백(LDL), 고밀도 지단백(HDL) 등으로 나눠진다.
HDL은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LDL는 콜레스테롤과 결합하여 동맥경화증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이로 인해 이상지질혈증의 치료 전략은 LDL-C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이상지질혈증 치료 접근법은 LDL 수용체 분해를 조절하는 PCSK9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여 LDL의 재사용 비율을 높이고, 이를 토대로 혈중 LDL-C 수치를 감소시키는 PCSK9 억제제가 있다.
PCSK9 단백질이 이상지지혈증 치료의 핵심으로 보이는 만큼, 만약 PCSK9을 한 번의 투약으로 억제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 등을 통해 영구적으로 억제한다면 혈중 LDL-C 수치를 극적으로 낮추어 마치 이상지지혈증을 완치 혹은 예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PCSK9을 영구적으로 억제할 경우, LDL 수치가 지나치게 낮아져 세포막 형성이나 호르몬 합성과 같은 세포 기능에 필수적인 콜레스테롤까지 영향을 받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PCSK9 억제 유전자 치료제는 이상지지혈증 치료에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부작용 위험이 매우 큰 만큼,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LDL-C 수치를 낮추기 위해 주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기존의 상용화된 치료제(알약)는 환자에게 투약 불편함만 초래하기 쉽다.
회사측 “‘VERVE-102’, 한 번 투여로 평생 LDL-C 수치 낮추는 ‘원샷 치료제’”
‘VERVE-102’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중인 PCSK9 억제 기전의 RNA 편집 치료제다. RNA 편집 기술은 RNA를 원하는대로 편집하여 RNA 구조를 더욱 안정화하고, 더 오랫동안 체내에 머물러 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와 달리 체내에서 분해될 수 있으므로, 위험성은 낮은 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DNA는 구조적으로 훨씬 안정적이며, 체내에는 DNA를 분해하는 효소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DNA 유전자 치료제를 한 번 투여하면 약물의 활성 조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RNA는 구조가 불안정하고 체내에 RNA를 분해하는 효소가 매우 많다. 때문에 RNA 편집 치료제를 통해 RNA의 구조를 상당히 안정화하여 영구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도, DNA와 달리 분해는 여전히 가능하므로 가역적으로 약물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VERVE-102’은 기존 유전자 치료제에서 우려되던 영구적인 부작용의 위험성은 대폭 낮추면서도, 이상지질혈증을 완치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차세대 정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베르베 테라퓨틱스 측은 이와 관련 “‘VERVE-102’의 이번 결과는 단 한 번의 투여로 평생 LDL-C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이른바 ‘원샷 치료’의 미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베르베는 지난 2023년 6월 미국 릴리(Eli Lilly and Company)와 6000만 달러(한화 약 855억 원) 규모의 ‘VERVE-102’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에 따라 베르베가 ‘VERVE-102’의 1상을 종료하면 릴리는 바톤을 이어받아 2상부터 상용화까지의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베르베 측이 이번에 1b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터라, ‘VERVE-102’의 미래는 이제부터 릴리의 손에 달려있다. ‘VERVE-102’이 혁신 신약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릴리가 개발을 방치하거나 소홀히 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헬스코리아뉴스
이충만
admin@hkn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