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무서운 '항생제 내성균'… 눈으로 확인 가능해진다

입력 2020.12.09 16:12

카이스트 연구팀, 도파민 반응 확인해 빠른 진단

미생물 사진
국내 연구진이 항생제 내성균을 빠르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 내성'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항생제를 사용해도 병원균에 ‘약발’이 듣지 않아 계속해서 증식하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약효가 없다'는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항생제 내성은 '슈퍼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항생제 내성균을 만들 수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된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아 항생제 내성균에 한 번 감염되면 매우 치명적이다. 일례로 '카바페넴' 내성균에 감염되면 치사율은 40% 이상이다.

◇항생제 내성균 피해 미래엔 '암'보다 심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2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다. 향후 30년 이내에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피해가 '암(癌)'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은 최후의 항생제라 불리는 '카바페넴'에 대한 내성률이 OECD 국가 중 2위(30.6%)다. 질병관리청은 2017년에 카바페넴 감염증을 전수감시 감염병으로 지정했지만, 증가 추세는 여전하다. 환자 수는 2017년 5717건, 2018년 1만1953건, 2019년 1만5369건이었다.

카바페넴 감염증은 특히 고령자에게 위험하다. 2020년 감염자 중 60% 이상이 70세 이상 고령 환자였다. 같은 이유로 요양병원 신고 비율도 2018년 4%에서 2020년 10%로 늘었다. 전염성이 있는 감염병으로, 감염된 환자나 병원체를 가진 사람과 직접·간접적으로 접촉하면 전파될 수 있다. 오염된 기구, 물품, 환경 표면 등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국내 연구팀,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 진단법 개발

항생제 내성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감염병 검사와 마찬가지로 진단 기술이 필요한데, 기존에 사용되는 '배양 검사' 방식으로는 소요 시간이 2~7일로 길어 빠르게 환자를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가 어려웠다. 이외에 코로나19 검사에도 쓰이는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검사도 있지만, 이는 숙련된 전문가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최근 카이스트 연구팀(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화학과 이해신 교수)은 도파민 반응을 이용해 수 시간 만에 항생제 내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도파민의 '자체 중합반응(두 개 이상 결합해 큰 화합물이 되는 일)'을 이용했다. 중합된 도파민 고분자는 짙은 갈색을 띈다.

그러나 만약 도파민 용액 내에 항생제 내성균이 있으면 중합반응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투명한 색을 유지한다. 중합반응을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한데, 내성균 또한 성장할수록 산소를 소모하므로 중합반응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관찰해 항생제 내성균의 생장 정도를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항생제 내성을 더욱 '빠르게',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현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도파민의 자체 중합반응을 생체 시스템에서 규명한 연구로 큰 의미를 가진다"며 "기존의 미생물 배양법보다 신속하게, PCR 검사보다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어 감염병 확산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