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처방 50% 감소… 내성도 줄이는 '정책' 나온다

입력 2021.11.09 10:07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 국내외 효과 입증
연간 의료비 3억원 절약 가능

항생제 내성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ASP)은 항생제 내성 예방을 위한 비용효과적인 방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 내성균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첫 번째 대책이 나온 지 5년 만에 '제2차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이 공개됐다. 이번 대책은 항생제 내성균 예방을 위한 '항생제 적정 사용', 기존 항생제 내성균 확산 억제를 위한 '적극적인 감염관리'를 주축으로 마련됐다. 1차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과 비교하면 특히 항생제 적정 사용 대책이 강화돼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ASP, 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s)'의 본격적인 운영이 예고됐다.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적용 등을 위해 시간과 재정을 상당히 투자해야 한다.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은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대책이 맞을까?

◇최소 사용으로 최대 효과 내는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
8일 정부가 발표한 제2차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의 주축인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ASP, 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s)'이란 감염질환 치료 경과 향상, 환자안전 위해요소 최소화와 항생제 내성 관리 목적으로 개별 의료기관 등에서 반드시 필요한 곳에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일련의 프로그램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으로 불렸다.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ASP)은 우리나라에서 다소 낯선 용어이지만, 해외에서는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해 수년 전부터 활발하게 활용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미국은 2014년 CDC가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7개 핵심요소를 정의하는 지침을 발표하고 나서 2020년 기준 미국 전체 병원 중 88.9%가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운영 중이다. 영국은 2013년부터 국가 차원의 항생제 내성 대응 전략으로 ASP를 명시했고, 4년 만에 2017년 인체 항생제 사용량을 7.3% 감소시키는 등 성과를 얻어 프로그램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도 2016년부터 ASP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사례 보니… 연간 3억원 절약· 항생제 처방 50% 감소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은 지난 1차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에서 강력히 추진되지 못할 만큼 많은 재정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럼에도 ASP는 가성비 좋은 정책으로 분류된다. 대한감염학회의 '한국에서의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적용 지침' 최신판을 보면, 항생제 처방 중재는 비용효과적인 행위로 분류된다.

지침에 소개된 일 평균 재원 환자 수 100명 미만의 미국 지역사회 병원 사례를 보면, 전반적인 항생제 사용량이 약 10% 줄어들었고, 연간 약 3억 3100만원(28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싱가포르 소재 병원에서는 ASP 팀 소속 의료진이 검토해 항생제 사용 적응증이 되지 않는 경우 중단을 권고하고, 이를 받아들였을 때 환자당 약 2억4000만원 (1만 817 싱가포르 달러) 정도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필요한 항혐기균 항생제(메트로니다졸, 클린다마이신) 처방은 50%나 감소했다.

스웨덴 소재의 약 1100병상 규모 대형 병원에서는 내과 병동에 입원해 항생제를 투여 중인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감염전문의가 주 2회 검토하고 적정한 항생제를 권고하는 활동을 수행한 결과, 전체 항생제 사용량이 27% 감소했다. 465병상 규모 캐나다의 수련병원에서는 신경계 외상 중환자를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도 항생제 사용량이 약 28% 감소했다.

항생제 사용량이 감소하면 그 자체로 약제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사용량 감소만큼 내성 위험도 낮아진다. 이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비싼 신약 등을 사용할 가능성을 낮춰, 장기적 관점에서도 의료비용을 절감한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은 항생제 내성 예방을 위한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당장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 감소 효과는 더 확실
일각에서는 특정 항생제 처방 제한 프로그램만으로는 주요 내성 균주인 다약제내성 그람음성균의 발생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하지만, 그간의 연구를 보면 항생제 내성 감소에 항생제 처방 제한 프로그램이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ASP는 항생제의 사용량과 선택 압력(selection pressure)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생제 처방에 대한 감사와 피드백을 시행하거나 감염관리 활동을 함께 시행하는 경우 개별 의료기관에서 유의한 항생제 내성률 감소를 유도할 수 있다. 스페인의 1000병상 규모 3차 병원 사례를 보면, 프로그램 시행 1년 후 항생제의 부적합 처방은 53%에서 25.4%로 감소했다. 이런 경향은 프로그램 적용 후 5년 동안 지속했으며, 다약제내성 그람음성균과 칸디다의 원내 감염 발생률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국내 의료기관에서도 같은 효과가 확인된다. 국내 8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에서 수행한 연구를 보면, 감염 전문가가 주도하는 카바페넴, 글리코펩티드계 계열을 포함한 광범위 항생제의 처방 제한 프로그램과 항혐기균 항생제의 중복처방 모니터링을 시행한 결과, 제한대상 항생제 사용량의 유의한 감소 외에도 세팔로스포린, 플루오로퀴놀론 등 3세대 항생제의 사용량이 감소했다. 중환자실에서 시프로플록사신, 옥사실린 등의 내성률 감소도 확인됐다. 감염학회 관계자는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 없이 항생제 내성 시대를 맞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사용 관리 프로그램이 항생제 사용량 증가를 막아 내성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 판단했다. 김봉영 교수는 "항생제는 관리하면 사용량이 줄지만 중단하면 다시 원상복귀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항생제 처방 제한 프로그램은 내성균 발생 방지, 불필요한 약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예방 차원에서 당위성이 충분히 입증된 정책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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