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story] 사망 위험 높은 중증 外傷 구급대원, 환자 상태 종합적 판단, 치료에 적합한 병원 이송이 원칙 환자가 병원 정하면 문제 가능성… 치료 지체, 합병증 증가 원인 돼 재이송할 경우 사망률 3배 껑충
농부인 김모(72)씨는 밭일이 늦어져 해가 진 뒤에야 경운기를 끌고 집으로 가던 중 봉변을 당했다. 밤길에 경운기를 보지 못한 차량과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교통사고로 김씨는 경운기 짐칸에 실려있던 1m 길이 파이프에 등쪽 허리를 찔렸다. 7분이 지나 도착한 119구급차에 몸을 실은 김씨는 옆구리 통증과 출혈이 있었지만 평소 자신이 다니던 병원 의사를 안다며 "○○병원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구급대원은 "어르신 상태로는 다른 병원으로 가시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했지만 김씨는 거절했다. 하지만 김씨의 말을 듣고 도착한 병원에는 김씨를 치료할 수 있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의사가 부재 중이었다.
외상환자가 병원 정보가 119 구급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데도 자신이 가고 싶은 병원을 선택한다. 이렇게 되면 치료가 늦어져 외상으로 인한 장애가 커질 수 있다. 사진은 분당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응급환자가 이송되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주부 이모(37)씨는 아파트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구르고 말았다. 다시 일어서려는데 부은 발목과 손목이 욱신거려 걸을 수가 없었다. 119 구급차 신세를 지게된 이씨는 서울의 대형병원 중 한 곳을 지정한 뒤 "빨리 가달라"고 말했다. 구급대원은 "인근 병원으로 가시는 것이 더 빨리 치료받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구급대원은 이씨의 말대로 대형병원 응급실로 갔다. 대형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이씨에게 의료진은 "응급환자가 많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3시간이 지나서야 깁스를 할 수 있었다.
김씨나 이씨처럼 외상환자 자신이 이송될 병원을 선택했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0년 대한응급의학회지에 실린 구급차 이용조사에 따르면 환자나 보호자가 이송될 병원을 선택하는 비율이 71.2%로 조사됐다. 때문에 중증도와 무관하게 부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된 비율은 36.8%였다. 강북소방서 김영혜 구급대원은 "외상환자는 평소 자신이 다니던 병원이나 대형병원을 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에 적합한 병원을 권해도 절반 정도는 환자의 요청이 강해 환자가 원하는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고 현장에선 많은 환자가 자신이 갈 병원을 선택한다. 응급의료법에는 환자가 특정 병원에 가기를 원해도 구급대원 판단 하에 적합한 병원에 이송할 수 있다고 정해놨지만, 김 구급대원은 "지속적으로 환자가 가고 싶은 병원을 요청할 때에는 거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가 임의로 병원을 선택해 치료가 늦어지면 외상 후유증이 커지는 것은 물론, 사망률도 증가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급차로 이송된 후 수술실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외상환자는 총 85명에 달했다.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가 처음 병원에서 치료받을 시 사망률은 1.2%지만 다른 병원으로 이송될 경우 사망률은 3.5%로 2.9배 증가한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조현민 센터장은 "외상이 발생하면 내부 장기가 파열되거나 손상을 입어 많은 출혈이 생긴다"며 "심장, 폐, 간, 콩팥 등의 장기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괴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치료 시간이 지체되면 치료를 해도 여러 합병증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외상외과 조준민 교수는 "구급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병원정보가 부족한 외상환자는 자신이 가고 싶은 병원을 선택할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급대원은 외상환자의 적절한 병원 이송을 위해 119종합상황실 구급상황관리센터로부터 환자 상태에 적합한 병원을 안내 받는다. 또는 병원 핫라인으로 직접 연락해 환자에게 적합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정기적으로 응급환자에 대한 중증도 분류방법 교육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