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혈액 고여 혈전 유발, 혈관 막아
항응고제 평생 복용… 기존 약 부작용 커
동양인 맞춰 출혈 위험 줄인 약 곧 출시

◇심장근육 늙으면 심방세동 위험 높아져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질환이 있으면 혈관이 망가지면서 심장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심방세동은 이런 특정 원인 질환 없이도 생길 수 있다. 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오동주 교수는 "심방세동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심장근육의 노화"라고 말했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피로나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증상은 고령자에게 흔히 생기는 증상이어서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치기 쉽다. 또 상당수 심방세동 환자는 증상 자체가 미약해 병을 놓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심방세동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3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학계가 추산하는 환자수(30만~50만명)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80세 이상 고령자의 12%가 심방세동 환자라는 통계 자료도 있다. 오 교수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인 우리 나라에서 심방세동 환자가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60세 이상은 심전도나 운동부하검사를 통해 심방세동을 체크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동양인에 맞는 심방세동 약, 곧 국내 도입"
심방세동 환자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평생 약을 써야 한다. 와파린이라는 약이 많이 쓰이는데, 이 약은 혈액을 응고시키는 비타민K의 활동을 막는다. 그런데 조금만 먹는 양이 늘어도 피가 너무 묽어져 뇌출혈의 위험이 높아지고, 비타민K가 많이 든 콩류나 채소류를 섭취할 수가 없어 음식섭취 제한이 많다. 또 와파린 복용자는 지혈이 잘 안 돼 날카로운 물건은 물론 양치질도 조심해야 하고 치과 치료나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는 약을 1주일 정도 끊어야 한다. 오동주 교수는 "약을 끊는 동안에는 혈전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60년 넘게 와파린이 처방된 이유는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나온 약으로 노악(NOAC)이라는 게 있다. 우리 말로 풀면 '새로운 먹는 항응고제'라는 뜻인데, 혈액 응고와 관련된 단백질인 '트롬빈' 작용을 억제한다. 노악은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 예방 효과는 와파린과 비슷하지만 뇌출혈 위험은 훨씬 적다. 또 음식을 가려먹을 필요가 없다.
노악 중에는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다른 약에 비해 풍부한 약도 있다. 오동주 교수는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은 체중이 작고 출혈 위험이 높아 서양인에게 맞춘 용량을 동양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출혈이나 다른 부작용의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다"며 "동양인 자료가 많으면 용량 조절이 쉽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릭시아나는 지금까지 나온 노악 제제 중 임상시험 기간이 2.8년으로 가장 길고,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수가 2만1000여 명으로 가장 많다. 이 약은 내년 초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제약사 전 직원이 CPR(심폐소생술) 공부하는 까닭?
일본 제약사인 다이이찌산쿄는 세계 최초로 스타틴(고지혈증 치료제)제제를 개발한 것을 비롯해 고혈압치료제, 혈전치료제 등의 심혈관 대사질환 치료제 및 항암제 분야의 의약품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국 자회사인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심혈관질환 치료제 전문이라는 회사 특성을 살려 심폐소생술(CPR)의 인식과 보급을 위한 일반인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다이이찌산쿄 김대중 대표는 "내년 7월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을 직접 교육하기 위해 현재 전 직원이 강사자격 취득교육을 받고 있다"며 "심폐소생술과 같은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심혈관질환치료제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