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10년 가까이 이어진 ‘제미글로’ 판권소송이 국내 제약사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다만, 함께 진행했던 반소는 국내사가 패배해 당초 목표했던 40억 원대 부당이득금 회수는 어렵게 됐다.

LG화학은 사노피아벤티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에 송달 및 확정 증명서를 제출했다. 송달 증명서는 판결문의 강제집행 등의 근거가 되는 판결문 등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것을, 확정 증명서는 재판이 완전히 종료돼 확정됐다는 것을 법원이 증명해 주는 서류다.

LG화학은 법원이 증명한 도달일로부터 상고 가능 기간 내에 사노피아벤티스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자 법원으로부터 사노피아벤티스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이 확정됐다는 것을 법원으로부터 증명받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참고로 대법원 상고는 판결문을 받은 뒤 14일 안에 해야 한다. 사노피아벤티스 측에 항소심 판결문에 도달한 것은 지난달 25일 0시다. 원래 판결문 도달일은 기간 산정에 포함되지 않지만, 0시에 도달한 경우 초일이 산입된다.

즉, 25일을 포함해 이로부터 14일째 되는 이달 7일까지 상고장이 제출돼야 상고가 접수되는데, 사노피아벤티스가 이 기간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아 재판이 그대로 확정됐다는 의미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4일 1심에서 패소한 사노피아벤티스의 항소를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을 했다. 사노피아벤티스가 제미글로 홍보 관련 정보 공유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홍보 비용 지출 기록 등 사노피아벤티스의 제미글로 홍보 관련 자료에 대한 LG화학의 조사권 발동에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사노피아벤티스는 조사 과정에서 LG화학이 과도한 수준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LG화학의 비협조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사노피아벤티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사노피아벤티스가 제출한 자료와 증거들만으로는 이 회사의 영업사원들이 실제 제품정보 제공행위를 했는지 확인하기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반소는 LG화학 패소 확정 … 서울고법, 원고승소 1심 판결 뒤집어

제미글로 판권소송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본소에서 LG화학과 대웅제약에 승소 판결을 했지만, 반소에서는 사노피아벤티스의 손을 들어주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42억 원 규모 부당이득 반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LG화학은 사노피아벤티스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이로부터 3년 뒤 사노피아벤티스에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하는 내용의 반소를 제기한 바 있다. 사노피아벤티스가 제미글로의 홍보·판촉을 다 하지 않고도 제품 판매에 따른 이익을 본 부분을 부당이득으로 판단했다.

반소는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 피고가 원고와 진행하는 본안 소송 절차에 병합해 새롭게 제기하는 소송을 뜻한다. 소송을 당한 피고에게도 맞소송을 허용해 당사자 양쪽을 공정하게 취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제도다.

LG화학이 제기한 반소의 소가는 42억 원이다. 서울행정법원은 LG화학의 주장이 이유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노피아벤티스가 계약에서 정한 홍보 의무 이행을 완수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계약 체결 이후 상당한 정도로 홍보 비용 지출 의무와 제품 정보 제공 의무를 이행해 온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며 “사노피아벤티스는 제미글로의 병원 DC 리스팅 성공에도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서 “LG화학은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하면서 어떠한 의사표시도 유보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점으로 미뤄볼 때 LG화학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계약에 따라 지급된 (제미글로) 프로모션 비용이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LG화학은 제미글로 판권소송의 본소 승소 및 반소 패소 판결 확정과 관련해 헬스코리아뉴스에 “별도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9년간 이어져온 제미글로 판권 소송이 예상과 달리 대법원이 아닌 항소심 단계에서 끝났다”며 “본소는 LG화학과 대웅제약이, 반소는 사노비아벤티스가 승소하면서 양사가 사실상 큰 피해 없이 분쟁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LG화학이 사노피의 제미글로 공동판매 계약을 해지하면서 촉발됐다.

LG화학과 사노피는 지난 2012년 10월 국내 공동판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당초 계약 기간은 2020년까지였으나, LG화학은 2015년 말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공동 프로모션 계약에 따른 홍보·판촉 등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사노피는 강하게 반발, LG화학에 계약 해지 통보 철회를 요청했으나, LG화학은 이를 무시하고 2016년 1월 사노피가 가지고 있던 판권을 대웅제약에 넘겼다.

사노피는 2016년 1월 “계약해지 통보를 받을 만한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고, 계약해지 통보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LG화학과 대웅제약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이 개발한 제미글로는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이자 처음으로 매출 1000억 원 고지를 넘어선 국산 신약이다. 개발 당시 이미 같은 계열의 약들이 있었고 이후로도 여러 약이 나왔지만,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