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얀센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Darzalex, 성분명: 다라투무맙·daratumumab)가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 적합성과 무관하게 1차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는 최초의 항체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7일(현지 시간),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적합성과 무관하게 신규 진단된 다발골수종 성인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다잘렉스’ 피하주사 제형과 보르테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VELCADE) 화학 항암제의 병용요법을 허가했다.

이번 허가는 얀센 측이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PERSEUS)의 결과를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적합한 환자와 부적합한 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다잘렉스’+VELCADE와 기존 치료제인 VELCADE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한 것이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다잘렉스’+VELCADE은 대조약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3% 감소시키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다잘렉스’+VELCADE의 완전 관해율은 81.2%인 반면, 대조군은 61.6%에 불과했다.

이번 결과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적합성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다발골수종의 1차 치료 옵션이 그간 항암화학요법 외에는 사실상 부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생성되는 항체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발생하는 혈액암의 유형이다. 골수의 여러 부분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여 다발골수종이라고 부른다. 가장 흔한 다발골수종의 증상은 뼈 통증으로, 주로 요통이나 흉통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혈액암은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다발골수종은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더라도 완치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때문에 이식 여부와 관계없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질병을 조절하는 치료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그동안 이식 무관하게 초기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약제가 부작용으로 악명 높은 항암화학요법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다잘렉스’는 이러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일정 부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약물은 CD38을 억제하는 항체 약물로, 골수 내 항체 생성을 촉진하는 CD38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이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하는 기전이다. 이를 통해 다발골수종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얀센 측은 앞서 2024년 9월 3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다잘렉스’의 이번 적응증 확대를 위한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어 10월 10일에는 유럽 의약품청(EMA)에도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이례적으로 유럽에서 먼저 허가를 취득했다.

이는 각 허가 신청서에 포함된 3상 임상시험 데이터가 서로 달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FDA에 제출된 3상(시험명: CEPHEUS)은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의 다양한 임상 기관에서 진행된 반면, EMA에 제출된 3상(시험명: PERSEUS)은 유럽 각국의 단일 임상 기관에서만 실시된 것이다.

아울러 CEPHEUS와 PERSEUS 두 3상 시험을 통틀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만이 임상 실시 국가로 포함돼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다잘렉스’의 이번 적응증이 확대 허가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