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은 건강, '30분마다 물 한잔'으로 식히세요

입력 2008.07.15 22:01 | 수정 2008.07.16 09:24

폭염 계속된 1994년 7월, 전년대비 사망 72% 증가
체온 상승하면 심장 박출량 늘고 '세포 독성' 반응
고도 비만·고혈압·심장질환자 무더위에 특히 취약

7월 들어 '무더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살인적 폭염'으로 기록되고 있는 1994년 7월 한 달간 서울지역 사망자는 1074명(사고 사망 제외)으로 전년 621명보다 72% 증가했다. 이 중 서울지역 65세 이상 사망자는 1993년 350명에서 1994년 713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도 1994년 못지않은 '무더위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노인, 영·유아, 고도 비만환자, 야외 근로자, 만성질환자(고혈압, 심장질환, 우울증 등) 등을 무더위 사망 '고(高)위험자'로 규정하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고위험자들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약해 무더위가 계속되면 뇌졸중, 협심증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과 열사병 등이 잘 발생한다"며 "여름엔 만성질환의 관리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엔 왜 사망자가 늘어나나?

무더위 사망의 주범은 체온 상승이다. 인체는 열에 대해 빠르게 반응한다. 기온이 높아지거나 운동을 해서 체내에 열이 발생하면 뇌의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를 통해 피부혈관을 확장하고, 땀을 배출시켜 체온을 36~38℃ 사이로 끌어내리게 된다. 그러나 기온이 32℃ 넘는 무더위가 3일 이상 지속되면 신체는 외부 열을 더 많이 흡수하고, 반대로 열 발산은 줄어 신체 적응체계가 무너지고, 체온이 상승하게 된다.

블룸버그
체온이 상승하면 먼저 심장 박출량이 증가하면서 심장에 무리가 가 저산소증이 생긴다. 체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심장 박출량이 분당 3L씩 증가해 심장에 무리가 가해지는 것이다. 또 체온이 상승하면 인체 면역세포가 엉뚱하게도 몸에 해로운 독소를 분비해 세포를 죽이는 '세포독성' 작용을 한다. 이 때 염증 반응과 응고 장애를 일으켜 혈관 내피 세포와 조직이 손상되고 급기야 장기(臟器) 손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뇌를 포함한 중추 신경계는 열 손상이 일어나기 쉬운 부위로 이로 인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기온이 32℃ 이상일 때 뇌졸중은 66%, 관상동맥질환은 20% 증가한다.

이와 같은 체온상승은 영·유아, 노인,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게 더 위험하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호흡기센터 유지홍 교수는 "영·유아는 땀 배출 능력과 환경 조절능력이 부족하며,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심폐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체내 수분이 부족하므로 여름철 무더위가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고위험자들, 이렇게 대처하라

고혈압 환자는 급격한 체온변화를 일으키는 갑작스러운 찬물샤워, 과다한 에어컨 사용을 조심해야 한다. 뜨거운 온도에 의해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하고 그 때문에 혈압이 상승한다. 때문에 고혈압 환자나 노인은 찬물 샤워 대신 33~36℃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또 장시간 에어컨을 사용해서 실외 온도와 너무 차이가 나는 것도 좋지 않다. 실내외 온도 차를 4~5℃ 이하가 되도록 설정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무더위에 노출되면 탈수가 되면서 피가 묽어져 일시적으로 혈당수치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합병증도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장시간 더위에 노출되면 혈당 조절기능 자체가 저하돼 저혈당 증상이 생기며, 이로 인해 현기증을 느끼면서 낙상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또한 소변량이 많아져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기 쉽고, 자율신경 중 체온조절 기능이 감퇴해 열사병에 걸릴 위험도 크다. 여름에 많이 찾는 빙과류나 맥주 등은 혈당을 높이는 원인이 되므로 당뇨병 환자는 이런 음식 대신 냉수를 하루 2L 이상 마시는 것이 좋다. 더위에 식욕이 없어져 끼니를 거르면 혈당관리가 더 어려워지므로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운동은 땀이 많이 나지 않는 정도로 무리하지 않게 해야 한다.

약을 복용 중인 환자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할로페리돌'이나 '크로르프로마진' 등 정신과 약물이나 파킨슨병 치료제에는 땀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이런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잠시만 고온에 노출돼도 열사병이 생길 위험이 높다. '페노씨아진' '뷰티로페논' '띠오잰틴' 등 진정제 성분이 든 항불안제, 진통제, 이뇨제 같은 약물도 더위에 노출됐을 때 체온이 급증할 수 있으므로 이런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평소보다 물을 20~30% 더 마시는 것이 좋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열사병 등의 위험은 고위험자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며 "고위험자는 햇볕이 너무 뜨거운 시간을 피하고 평소 충분한 영양섭취와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폭염 대처법

①식사는 가볍게 하고, 충분한 양(매 시간 2~4잔)의 물을 섭취한다.

②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염분과 미네랄을 보충한다.

③헐렁하고 가벼운 옷을 입는다.

④무더운 날씨에는 야외활동을 삼가며 햇볕을 차단한다.

⑤가급적 실내에서 활동하며 냉방기기를 적절히 사용해 실내온도를 적정수준(26~28℃)으로 유지한다.

⑥갑자기 날씨가 더워지면 자신의 건강상태에 따라 활동의 강도를 조절한다.

⑦노인, 영·유아, 고도 비만환자, 야외 근로자, 만성 질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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