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불 끈 소방관의 '처량한 밥'… 영양 전문가들 보여주니 "정말 속상해"

입력 2025.03.28 14:24

“유제품, 두유 등이라도 추가되길”

소방관 저녁 식사
6시간 동안 산불을 진화한 소방관의 저녁 식사는 미역국과 김치, 콩 반찬뿐이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전국 각지에서 산불과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국내 소방관들의 저녁 식사 사진이 화제다. 너무 부실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5일 한 누리꾼은 자신의 SNS 계정에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불 끄고 온 소방관의 저녁 식사”라는 문구와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방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두 개의 일회용 그릇에는 밥을 말은 미역국과 김치, 콩 반찬이 조금 담겨 있었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죄수도 저거보단 잘 먹겠다” “마음 아프다” “엄청나게 기부금이 들어오는데 소방관분들 식사도 챙겨달라” 등의 댓글이 쇄도했다.

한편,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부실해 보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최선일 수 있다”며 “불이란 게 갑자기 발생하고 시골이나 산 특성상 갑자기 반찬 몇 가지가 있는 도시락이 준비되긴 힘들다”는 댓글을 남겼다. 또 “소방관들도 빨리 먹고 다시 교대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게 낫다”며 “든든하게 먹으면 좋겠지만 일부러 저런 대접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국내 한 대학병원 영양팀장 A씨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다. A씨는 “위급한 상황을 고려하면 사진 속 도시락은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을 제공하는 나름 균형 잡힌 식단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소방관의 활동 강도에 비하면 양이 너무 적고 영양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를 고려하면 유제품이나 과일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이런 상황에서 과일을 준비하기 어려운 만큼 유제품이라도 포함되면 좋을 것”이라며 “다만, 소방관 중 유당불내증(우유나 유제품에 포함된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이를 고려해 두유나 락토프리(유당 제거)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내 대학병원 영양학과 교수 B씨는 “(소방관 식사) 사진을 이미 봤다”며 “너무 속상하긴 한데, 긴급상황이라 영양적으로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하루 동안 섭취하는 식사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비롯한 3대 영양소와 ▲비타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산불 진화와 같은 고강도 신체 활동을 하는 소방관들에게는 균형 잡힌 식단이 더욱 필요할 수 있다. 고강도 신체 활동은 체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근육 회복을 위해 풍부한 단백질과 미네랄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상 상황에서는 맞춤 식단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산불 진화처럼 갑작스럽고 긴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는 현장에서 손쉽게 제공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게 된다. A씨는 “사진 속 식단은 양이 매우 적고 부실하다”며 “산불 진화와 같은 고강도 작업을 고려했을 때, 영양소와 열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료계 뉴스 헬스케어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