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호전 땐 항생제 끊어라" VS. "처방약 다 먹어야"

    입력 : 2017.11.22 05:30

    영국發 항생제 복용법 논란, 내성 막으려면?

    - 끊어라
    필요 이상의 복용 더 위험
    몸에 이로운 공생균 없애

    - 먹어라
    재발 최소화하는 데 효과
    복용 중단에 근거 불충분

    - 문제 제기 공감
    치료기간 재논의 필요
    처방 줄이는 연구해야

    항생제는 내성 위험을 막기 위해 처방받은 약을 모두 다 먹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주일치 항생제를 처방받고 3일 만에 증상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남은 4일치까지 모두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의학 상식과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이 영국에서 제기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남은 항생제 먹으면 오히려 내성 키워" 주장

    처방받은 항생제를 끝까지 다 복용하라고 안내하는 이유는 내성 때문이다. 증상이 낫는 것 같아 복용을 중단하면, 완전히 죽지 않고 남은 세균이 항생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세포막을 두껍게 하는 등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내성균으로 변한다. 최근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논문은 이런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영국 브라이튼 석시스 의과대학의 감염전문의 마틴 르웰린 교수는 "처방된 항생제를 완전히 복용하지 않고 중단하면 내성이 커진다는 주장은 증거가 거의 없다"며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항생제를 복용하게 돼 장기적으로는 내성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일례로 신우신장염을 치료할 때는 'β-락탐'이라는 항생제를 2주간 처방하도록 권고된다. 그러나 2주 먹어야 한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는 것이 르웰린 교수의 지적이다. 또한, 세균이 사라진 뒤 먹은 항생제는 우리 몸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공생균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에 따르면 대장에 사는 공생균은 유해 내성균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항생제에 의해 공생균이 사라지면 유해 내성균이 더 번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처방된 항생제
    처방받은 항생제는 증상이 사라져도 모두 먹어야 한다는 기존 ‘상식’을 뒤집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는 “환자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처방기간을 줄이려는 의학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신지호 헬스조선 사진기자
    ◇"항생제 사용 중단, 매우 위험한 행동" 반박

    이런 도발적인 주장에 대해 대다수 감염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사용 중단이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문제의 논문이 항생제 복용 중단이 내성일 키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정확히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또, 복용을 중단하려면 환자의 증상이 완화됐는지 외에 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교수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논문"이라며 "처방된 항생제 복용 기간을 지키는 것은 내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재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항생제를 먹다가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고 복용를 중단할 경우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세균이 다시 활동할 수 있다. 이때는 증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엄 교수는 "병이 재발하면 중단 시점부터 치료를 재개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치료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치료가 더 어렵고 치료기간 역시 더 길어진다"고 말했다. J정약국 정재훈 약사 역시 "항생제를 가급적 짧게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내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확히 얼마나 짧게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문제의 논문에서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 제기에는 공감 "권고 치료기간 재조정 필요"

    다만, 감염 전문가들은 논문에서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현재 권고되는 항생제 치료기간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폐렴의 경우 10~14일, 요로감염은 7~10일, 뇌수막염은 2주 동안 항생제를 복용하라고 권고된다. 그러나 이런 권고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정해졌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최신 연구에서는 입원이 필요 없는 경증 폐렴일 경우 항생제를 5일만 써도 좋아진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연구를 통해서 항생제 처방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대병원 감염내과 허중연 교수는 "전반적으로 항생제 사용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을 항생제만으로 치료한다고 생각해선 안 되고, 환자 건강상태, 영양공급 등 면역력을 키우면 항생제 사용기간을 짧게 줄일 수 있다"며 "다만, 증상이 좋아졌다는 판단은 환자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및 전문가 소견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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