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헬스조선 공동기획] 잘못된 비만 상식 바로잡기(잘.비.바) 17편

소아청소년 비만은 유전이라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말이 있다. 비만한 소아청소년의 체중을 줄이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 노력이 필요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정말일까?
실제 일부 비만은 유전자의 이상과 연관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비만으로 진단된 소아청소년의 1% 미만 정도가 특정 유전자 이상과 연관이 있다. 그리고 유전자 이상과 연관된 비만은 대부분 성장 발달의 이상 및 신체 특정 부위 질환과 동반되며 매우 어린 시기부터 나타난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은 과체중을 포함하면 25% 정도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4명 중 1명꼴이다. 앞에서 설명한 유전자 이상과 연관된 비만은 극히 일부로 ‘소아청소년 비만은 유전이라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체중으로 고생하는 대부분의 소아청소년에게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그래도 왠지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주변 친구들을 돌아보면 비만한 친구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할 때 뭔가 체중에서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부모님 중 누군가 비만하면 자녀도 비만한 경우가 많다고 느낀 적이 있지 않은가? 분명 비만과 유전은 어떤 연관이 있어 보인다.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비만을 일으키는 다양한 유전자들이 있고, 비만을 조성하는 환경이 형성되면 비만 관련 유전자가 없는 사람보다 관련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이 더 쉽게 비만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시 말하자면 소위 비만이 잘 되는 체질이 있다는 것.
비만 관련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비만이 될까? 그렇지 않다. 비만은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유전자 단독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며, 비만을 조성하는 나쁜 식습관, 움직이지 않는 생활 행태 등, 환경 요인이 충족될 때 발생하는 질병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비만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건강한 생활 환경 (규칙적 식습관, 적절한 영양 섭취, 규칙적 운동 및 수면)을 유지할 때 비만 관련 유전자의 영향을 변화시켰다는 결과도 있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만을 조성하는 생활 환경에서 자란 아이와 건강한 생활 환경에서 자란 아이를 비교했을 때 어린 시절 두 아이의 체중에 차이를 보였다는 결과도 있다.
비만에서 유전자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지만 노력해서 소용없는 비만은 없다고 아는 게 맞다. 비만한 소아청소년이 체중 조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움직일 수 없는 유전자에 집중하는 것보다, 움직일 수 있는 환경에 집중하는 것이 비만 치료의 정도(正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