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자궁경부암 명의'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노주원 교수
수십 년간 변하지 않는 부인암 1위는 자궁경부암이다. 자궁 경부는 질과 연결된 자궁의 입구로, 바이러스(HPV,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암이 발생한다. 자궁경부암은 암 중에는 드물게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밝혀져 있다. 자궁경부암은 예방 백신이 있고, 국가 검진을 통해 암 전단계에 발견이 늘면서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줄고 있다. 그러나 자궁경부암은 일단 발생하면 자궁과 그 주변 조직을 넓게 절제해야 해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자궁경부암 명의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노주원 교수(산부인과전문의)를 만나 자궁경부암 예방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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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궁경부암이 백신 도입 이후 암이 줄고 있나?
그렇다. 국가암등록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암종별 발생률 추이를 살펴본 결과, 1999~2017년 18년간 자궁경부암은 매년 3.5%씩 감소했다. 2006년에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을 막는 백신이 도입된 뒤 나타난 결과지만, 전적으로 백신의 효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국가암 조기검진 사업 등의 효과가 함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 검사를 통해 전암 단계의 병변을 발견, 병변을 절제함으로써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백신 도입 10년이 지났는데, 어떤 변화가 있나?
HPV 백신을 국가접종으로 2007년도에 가장 먼저 도입한 호주의 경우 이미 백신을 시작한 연령대에서 자궁경부암 전암 단계 발생이 감소하는 있는 것이 객관적 자료로 증명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연령대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여성들에게까지도 전암 단계 발생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집단 면역 보호(herd immunity protection)’라고 부른다. 전체적인 감염이 감소하면서, 결국 전염을 시킬 수 있는 감염원의 수가 줄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그 보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효과는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도부터 만 12세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국가 접종이 시작되었으므로 조만간 그 효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리라 기대된다.
-첫 성경험 연령이 어려져 자궁경부암 발병 연령층도 낮아진다는데, 사실인가?
35세 미만의 젊은 여성의 경우 늘어난다기 보다는 아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국가암등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35세 미만의 젊은 여성에서는 발생률이 줄어들지 않고 지속적으로 10만명당 발생률이 5~5.5 명을 유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35세 미만 연령대에서 3번째로 흔한 암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첫 성경험의 연령이 낮아지므로 병이 시작되는 연령이 감소한 효과도 있고, 국가암검진 시작 연령이 30세에서 20세로 낮아지면서 검진율이 증가해 발견이 많아진 효과도 포함됐으리라 생각한다. 향후에는 결과적으로는 백신의 효과가 나타나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도 역시 감소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대부분 인유두종 바이러스인가?
그렇다. 자궁경부암의 98%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때문이다. 거의 100%라고 보면 된다. HPV감염 후 암까지 가는 데 평균 10~15년 걸린다. 국내 여성의 80%는 HPV감염 경험을 하지만 95%는 면역 기능에 의해 바이러스가 사라진다. 그러나 HPV가 사라지지 않고 1년 이상 장기 감염 상태가 되면 암까지 진행할 수 있다. HPV감염을 '성병'으로 간주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앞서 얘기했듯이 여성 10명 중 8명은 HPV에 감염되 적이 있다. 성매개 감염이긴 하지만 성병이라고 보긴 어려우며, HPV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고 암에 대한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HPV감염을 성병처럼 간주하다보면 조기검진 등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발생하고, 환자가 자궁경부암 관련질환을 가진 경우 사회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부부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HPV가 원인이긴 하지만, 암으로 진행되는 데에는 면역이나 환경적인 요인들도 함께 작용한다. 또 다른 성병과는 달리 95% 여성에서는 바이러스가 저절로 사라진다.
-진단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자궁경부암은 검사법이 매우 단순하다. 자궁경부세포검사, 즉 Pap 검사라고 부르는 자궁경부에서 탈락 세포를 이용해 세포검사를 하면 된다. 현재 자궁경부세포검사는 국가검진 항목에 포함돼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번씩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세포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질확대경 검사를 통해 자궁경부 조직검사를 시행, 확진한다. 단, 자궁경부세포검사가 다소 암을 못찾는 등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HPV 검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만약 암이 진단이 되면, 이후에는 병기를 확인하기 위해 CT, MRI, PET-CT 등을 추가해 암이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검토한 후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HPV 검사는 꼭 해야 하나?
HPV 보유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가 최근 확대되고 있는데, 논란도 있다. HPV 검사를 하면 전 인구의 20%에서 양성이 나온다. 양성판정을 받으면 괜히 두려워한다. 그러나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꼭 암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며 가능성은 크지 않다. HPV검사는 자궁세포검사와 같이 했을 때 암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자궁세포검사는 암을 놓칠 위험이 있는 반면, HPV검사는 암을 놓칠 위험은 크지 않지만, 암이 아닌 것을 암으로 과잉진단할 위험이 있다. 두 검사를 보완하면 암 진단 정확도가 높아진다. 자궁세포검사, HPV검사를 하는 목표는 0기암 직전 단계나 고등급 상피내이형성증 같은 전암 단계에서 발견해 병변을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서다. 전암 병변을 내버려두면 70%가 암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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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는 어떻게 하나?
자궁경부암은 전암 단계와 본격적 암인 침윤성 암으로 나눈다. 고등급 상피내이형성증 등 전암 단계와 0기암에서는 자궁경부에서 암에 발생하기 시작하는 변형대라는 부위를 제거하는 시술을 한다. 과거에는 외과칼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전기 고리를 이용하는 고리전기절제술을 주로 시행한다. 이 시술은 단순히 조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고, 절제를 동시에 해서 다시 한번 조직검사를 정확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술 시간이 5분 이내로 매우 간단한 치료법이고 합병증이 거의 없는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여성에서도 임신 및 출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암은 병기별로 어떻게 치료 하나?
침윤성 암인 경우 1기부터 4기까지 나눈다. 1기에서 2기 초 까지는 대개 수술을 한다. 2기 후반~ 4기 초의 경우는 항암·방사선 치료만 한다. 2기 후반~4기 초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과 함께 항암·방사선 치료를 한 그룹, 수술 없이 항암·방사선 치료만 한 그룹을 비교했을 때 치료 성적이 똑같다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치료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한가지 치료만 도모한다. 치료 방법을 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병기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MRI, PET-CT, 그리고 간혹은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적 병기 설정까지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의 약 20% 정도는 수술 후 위험요인이 추가로 발견되어 항암·방사선 치료를 추가적으로 한다. 세계산부인과학회에서는 2018년 병기 설정이 바꾸는 등 의사들은 가능한 최선을 다해서 정확한 병기 설정을 하고, 이에 따라 적합한 치료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술은 어떻게 하나
초기 자궁경부암 환자들이 대부분 자궁적출술을 한다. 자궁적출술도 비교적 적은 범위로 수술하는 단순자궁적출술부터 광범위 자궁적축술까지 여러 단계로 분류되고, 자궁부암의 세부 병기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여 사용하게 된다. 자궁적출술의 분류는 타입 A에서 D까지로 분류되며, A부터 D로 갈 수록 더 광범위하고 수술범위가 크다. 보통 타입 C가 대표적인 수술 법이다. 수술은 자궁 주변으로 1㎝씩 범위를 넓혀가며 절제를 하는 데, 이 때 골반신경을 살릴 수도 제거할 수도 있다. 향후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자궁을 살리면서 암을 제거하는 광범위자궁경부절제술이라는 특수한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자궁을 살려서 향후 임신을 도모할 수 있다.
-골반신경을 보존하는 ‘신경보존 광범위 자궁절제술’은 어떤 장점이 있나
골반신경을 절제하는 광범위 자궁적출술을 시행하는 경우의 약 20~30% 정도에서 장기적으로 만성적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개 골반신경이 손상되기 때문인데, 골반신경은 방광 기능, 직장 기능, 성기능과 직결돼 있다. 대소변을 원활히 보게 하고 성적인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골반신경을 보존하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독일, 일본에서는 골반신경을 보존하는 자궁경부암 수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나는 2000년대 초반 독일 연수를 통해 신경보존 자궁절제술을 배워와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신경보존 자궁절제술이 골반신경을 절제한 광범위한 자궁적출술과 비교했을 때 암 재발률이나 생존율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여러 연구로 증명했다. 다만 신경보존 자궁절제술은 수술 시 신경을 찾아 박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이 복잡하고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아직 국내 일부 의사들만 시행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완치율은 약 80% 이상으로 매우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암이고, 특히 초기암의 경우 완치율이 93%가 넘을 정도로 예후가 좋은 암이다. 그러므로 완치한 환자들이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합병증이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보존 자궁절제술이 국내에서 확산되기를 바란다.
-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현재 만 12세 여성에게 무료접종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조기검진은 만 20세부터 2년에 한 번 무료로 자궁경부세포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빠뜨리지 않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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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원 교수
차의과학대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 자궁경부암 환자의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신경 보존 광범위 자궁절제술’ 국내에서 주도적으로 도입했다. 자궁경부암 환자가 자궁절제술을 시행할 때 기존 수술법은 자궁뿐 아니라 골반 신경을 포함한 자궁 주변의 조직까지 절제한다. 이때 골반 신경까지 절제하면서 수술 후 상당 기간 소변줄을 끼워야 할 정도로 배뇨 기능이 마비된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주원 교수가 2003년 대한부인종양학회에 골반 신경을 살려두는 ‘신경 보존 광범위 자궁절제술’ 처음 선보였다. 또한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근육층으로 파고 들어 자궁이 비대해지는 자궁선근증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을 적출하는 방법 밖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는데, 자궁을 창문 열듯이 열어서 자궁의 안쪽을 깎는 ‘자궁선근증 감축술’을 개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바이러스 양을 측정하는 검사법을 연구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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