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논란, ‘日 논문 철회’로 일단락되나

입력 2018.08.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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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했던 논문이 최근 철회됐다./사진=헬스조선DB

일본 정부는 2013년 4월부터 자궁경부암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으로 지정, 무료 접종을 시작했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이 원인으로, 암 중에 유일하게 원인이 밝혀져 있다. 이를 예방하는 백신이 개발됐으니, 정부가 나서서 국가 예방접종으로 지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백신을 맞은 일부 접종자들이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보행장애 등의 부작용 의혹을 제기했다. 2013년 초순에는 언론이 집중적으로 다뤘다. 부작용 논란이 거세지자, 일본 정부는 그해 6월 백신 접종의 ‘적극 권장’을 철회했다.

당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5년간 338만 명이 백신을 접종했고, 2584건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비율로는 0.08%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그해 11월 발표된 도쿄의대의 연구 논문이었다. 쥐에게 HPV 백신을 접종했더니, 운동 기능과 뇌에 손상이 유발됐다는 내용이었다. 이듬해에는 2016년 7월에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63명이 일본 정부와 제약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일련의 논란을 거치며 HPV 백신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70%에 달하던 접종률이 1%대로 떨어졌다. 논란은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 많은 학부모가 부작용을 걱정했다. 다른 예방접종과 달리 HPV 백신의 접종률은(만 12~13세 기준) 60%대에 머물고 있다.

◇엉터리 논문, 치명적 오류로 결국 철회

지난 5월 문제의 도쿄의대 논문이 실린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논문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실험 방법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댔다. 그간 이 논문은 실험 방식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고, 실험 결과를 잘못 해석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실제 연구진은 HPV 백신과 함께 백일해 독소를 쥐에게 투여했다. HPV 백신이 단독으로 뇌 손상을 유발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백신을 쥐 한 마리에서만 나타난 결과를 성급하게 일반화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본 실험이 아닌 예비 실험으로 진행됐음에도 그 결과를 최종 결과로 발표했다. 백신 투여량도 문제였다. 인간으로 환산하면 정상 투여량의 100배에 달하는 양이 투여됐다. 이마저도 쥐에게 백신을 투여하고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한 것이 아니라, 백신을 접종한 쥐에게서 혈청을 뽑아 다른 쥐의 뇌에 직접 뿌려서 얻어낸 결과였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의심 거두지 않는 일본인들

이런 논란은 유독 일본에서만 거세다.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폴란드·에스토니아·슬로바키아 정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만 9~12세 여성 청소년에 대해 HPV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12월 산하 단체인 국제백신안전성자문위원회(GACVS)의 ‘HPV 백신 안전성 성명서’를 근거로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도입하도록 권장했다. 이밖에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유럽 의약품청(EMA), 세계산부인과학회(FIGO) 등이 일관되게 부작용에 근거가 없다며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2016년 4월 일본의 산부인과학회, 소아과학회, 전염병학회 등 17개 의학 학술단체는 HPV 백신에 문제가 없다며 정부가 해당 백신을 다시 ‘적극 권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본 안팎에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는 노력이 한창이지만, HPV 백신이 일본에서 신뢰성을 얼마나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여러 의혹이 해소되고 있음에도 일본의 HPV 백신 접종률은 반등할 기미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깊이 뿌리박힌 의심은 과학적인 근거와 여러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는다.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WHO와 일본 학술단체들이 제약사들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도쿄의대 논문에 문제를 집중 제기한 일본 교토대 무라나카 리코 교수에게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코 교수는 2017년 ‘존 매덕스 상(John Maddox Prize)’을 수상했다. 존 매덕스 상은 1966~1973년 네이처 편집장을 지낸 고(故) 존 매덕스의 이름을 따 제정한 상이다. 위협 받는 상황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과학을 옹호한 사람에게 2012년부터 수여하고 있다. 리코 교수는 수상 소감을 통해 “일본 언론은 백신 반대단체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를 원한다”며 “수상 소식을 통해 일본 언론이 이 문제를 다시 짚어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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