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계속 발생, 왜?
◇홍역 백신 맞아도 10년 넘으면 효과 감소
국내 홍역 확산 패턴을 보면 외국에서 감염된 환자가 국내 병원에 와서 퍼뜨리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에서 홍역이 사상 최대로 발생하고 있다"며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1세 미만 영아와 홍역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20대 젊은 층이 외국에서 감염돼 국내에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홍역은 생후 12~ 15개월, 만 4~6세에 MMR(홍역·볼거리·풍진)백신을 총 2회 접종하면 예방이 된다. 국내 MMR백신 접종률은 1차 97.8%, 2차 98.2%로 매우 높다. 1세 미만 아기는 백신 접종을 안 해서 그렇다 쳐도, 백신을 맞은 20대 젊은 층은 왜 홍역에 취약할까?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홍역 백신의 한계'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진한 교수(대한백신학회 회장)는 "질병에 걸려서 생기는, 자연감염을 통한 방어면역은 평생 유지되지만 백신을 통한 인공감염은 면역이 평생 유지되기 어렵다"며 "국내 조사에 따르면 10년도 안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7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964~2014년생 3500여 명을 대상으로 홍역 항체가(홍역에 대한 항체 보유율)를 조사한 결과 1995~1998년생의 항체가는 48.5%에 불과했다. 1999~2001년생의 항체가는 66%, 1990~1994년생의 항체가는 69.6%에 불과했다. 김우주 교수는 "20대는 홍역 예방접종을 의무적으로 완료한 세대인데, 이들의 항체가가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조사에서 40~50대 홍역 항체가는 약 90%인데, 실제 홍역 감염을 통해서 생긴 면역이 많아 항체가가 높게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1세 미만 영아가 홍역에 잘 걸리는 이유는 엄마에게 받은 항체로 돌까지 홍역에 대한 면역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 홍역 예방 접종을 돌 이후에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진한 교수는 "엄마 역시 자연감염을 통한 면역이 아니고 백신을 통해 만들어진 면역이기 때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돌 전이라도 홍역 예방 접종을 고려하는 등 국민 전체의 홍역 면역도를 추적해 홍역 백신 접종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돌 전에 홍역 예방접종을 시작하고, 홍역에 방어면역이 소실되는 시점에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인 홍역 환자 3분의 2가 의료인
홍역은 외국에서 들어와 병원이 '핫스팟'이 돼 확산되고 있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홍역 환자가 병원에 올 때는 증상이 심할 때여서 부지불식간에 바이러스를 확 퍼뜨리고 의료진이 이때 감염이 된다"며 "국내 성인 홍역 환자의 3분의 2가 의료인"이라고 말했다. 홍역의 병원 통제를 위해서 일부 병원은 의무기록상 예방접종력이 없으면 일제 MMR접종을 하고 있다. 이재갑 교수는 "우리 병원의 경우 2017년 700여 명이 접종을 마쳤고, 최근에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홍역 항체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홍역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병은 아니지만, 암환자 등 면역이 저하된 환자가 걸리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며 "의료인 홍역 백신 접종에 대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홍역 유행 국가(유럽, 중국, 태국, 필리핀 등)로 여행하기 전에 홍역 예방 백신을 2회 모두 접종했는 지 확인하고, 2회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출국 4~6주 전 2회 접종(최소 4주 간격)을 완료해야 한다. 생후 6~11개월 영아라도 1회 접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