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홍역, 지구상 가장 강한 감염병이라는데… [헬스컷]

입력 2023.01.17 17:52

코로나로 인한 ‘백신 기피 현상’이 전세계 유행 원인
홍역 백신 2회 접종 안했다면 접종 고려를

사진=헬스조선DB
전세계적으로 홍역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3년 만에 발생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앞으로 홍역 유행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홍역은 어렸을 때 한 번 앓았거나 백신을 맞으면 평생 걸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선택한 분들도 많을 텐데요. 홍역도 조심해야 하는 걸까요?

◇홍역 퇴치 국가에서도 홍역 환자 증가세
지난 2일, 국내에서 3년 만에 홍역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보다 전인 12월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는 항공기에 홍역 확진자가 탑승했다고 합니다. 질병청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엔 한국인 21명도 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귀국 후 방역 당국의 모니터링을 받았는데 이중 40대 남성이 발진 증상을 보여 검사를 실시한 결과 홍역으로 확진됐습니다.

사실 예상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전 세계에서 홍역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최근 1년간 47개국에서 홍역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중국(411명), 타지키스탄(396명), 미국(76명), 영국(45명), 일본(6명) 등 홍역 퇴치국가에서도 환자가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90%가 감염, “해외여행 증가로 유행 규모 커질 것”
홍역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두 가지가 언급됩니다. 먼저 해외여행의 증가세입니다. 홍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감염병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유행 이후 감염재생산지수에 대해서 많이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감염자 한 명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환자 수를 뜻합니다. 코로나19의 경우엔 1을 넘느냐 마냐가 중요했는데 홍역은 무려 18이라고 합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90%는 감염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 유입 확진자와 공항, 비행기 등에서 접촉했는데 항체가 없다면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큽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박성희 교수는 “지난 3년간 국내 홍역 확진자가 없었던 이유는 해외 유입 확진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홍역 확진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홍역 유행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백신 안 맞는 것도 원인, “코로나 이후 홍역 백신 거부 현상도 나타나”
그 다음으로 백신 기피 현상입니다. 홍역은 볼거리와 풍진을 함께 예방해주는 백신(MMR)을 2회 맞으면 97%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며 생후 12~15개월에 한 번, 만4~6세에 추가로 한 번 더 접종합니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백신 기피 현상이 커지면서 자녀들에게 홍역 백신을 맞히지 않는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시혜진 교수는 “지난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낸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어린이 약 4000만명이 홍역 백신을 맞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무분별한 정보가 백신 기피 현상을 불러 일으켰고 이게 홍역 백신에도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1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어린이 81명이 홍역에 걸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는데 집단면역이 깨지고 홍역, 수두 유행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일본·베트남·필리핀 등 단거리 여행지가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홍역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확진되고 발진이 나타나면 4일 간 격리하면서 대증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여행 전에 백신을 맞는 게 좋을까요?

◇접종이력 확인 후 2회 안 맞았다면 백신 고려해야…
1967년 이전 출생자는 안 맞아도 됩니다. 국내에 홍역 백신이 도입된 게 1965년이기 때문에 이미 앓고 지나가 자연 면역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2002년 당시 30~34세군의 홍역 항체가(항체 보유율)가 95.4%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20~30대는 백신을 2회 맞았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홍역 1회 예방접종은 1983년, 2회 접종은 1997년에 시작됐습니다. 즉, 1983~1996년 출생자는 백신을 1회만 접종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면 항체가가 낮아서 홍역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백신 접종을 고려해보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2017년 1964~2014년생 3500여 명을 대상으로 홍역 항체가를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5~1998년생의 항체가는 4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유아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생후 6~11개월 미만의 영아라도 홍역 유행 국가로 여행한다면 1회 접종이 권고됩니다. 만약 생후 12개월이 지났는데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맞아야 합니다. 시혜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백신 기피 현상으로 홍역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권고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면역저하자입니다. 박성희 교수는 “홍역은 건강한 사람에게 치명적이지 않지만 기저질환이나 암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만들 수 있다”며 “어느나라를 가도 주의해야 하지만 동남아나 아프리카는 특히 조심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의 접종이력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단 2002년 이전에 접종했으면 전산 정보가 없을 수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혈액검사를 통해 항체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