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생충 질환

기생충 감염은 옛말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요즘도 기생충 감염질환이 빈번히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기생충 감염증으로 공식 신고한 환자 수만 2700명이 넘는다. 주요 기생충 종류는 다양한데, 한림대의대 기생충학교실 허선 교수는 "임상에서 개회충, 고래회충이 흔히 발견된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개회충 감염이 특히 최근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 대변으로 나온 '기생충' 체내 들어와 문제
개회충은 말 그대로 개에 기생하는 회충이다. 개 외에도 소, 오리, 염소 등 동물의 간에서 기생한다. 이로 인해 생간이나 천엽을 먹었을 때도 감염될 수 있다. 이 밖에 개 대변으로 나와 부화되 개회충알을 사람이 섭취해 체내에 들어와 문제가 된다. 허선 교수는 "체내 들어온 기생충은 성충으로 자라지 못하고 소장을 뚫고 간으로 이동, 이후 폐, 눈, 뇌 등 여러 장기로 가 염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간이나 폐에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가장 많고, 포도막염과 같은 안과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포도막은 안구의 중간층을 형성하는 눈의 조리개 역할을 하는 홍채, 수정체를 받쳐주는 모양체, 눈 바깥의 광선을 차단하는 맥락막으로 구성된다. 포도막염이란 이 부위에 생긴 염증이다. 포도막염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24%가 개회충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국내 안과 조사 결과가 있다. 개회충에 감염돼 발생하는 신체 이상 증상으로는 피로, 식욕부진, 페렴, 만성두드러기 등 다양하고 심하면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거나 호흡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개회충은 대부분 폐나 간에 살기 때문에 폐나 간에 원인 불명의 결절이 있고, 혈액검사에서 호산구(백혈구의 1~3%를 차지하는 면역세포의 일종) 수치가 높아졌으며, 생간을 먹은 적이 있다면 개회충 감염을 의심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특별한 처치 없이 관찰하면 대개 6개월이 지나서 증상이 사라진다. 증상이 심하면 알벤다졸 성분 등의 회충약을 2주~한 달 쓴다. 개회충 감염을 예방하려면 집에서 키우는 개의 대변을 검사해 감염 여부를 확인, 감염됐다면 제거하고 소간 섭취를 피해야 한다. 허선 교수는 "반려견을 새끼 때부터 키워 개회충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개회충은 어미 뱃속에서 감염될 수도 있어 검사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래회충, 생선 날로 먹고 복통 생기면 의심
고래회충은 고래류 등 바다에 사는 포유류에 기생하는 회충이다. 사람이 바다 생선을 생으로 섭취하면서 주로 감염된다. 허선 교수는 "최근 병원에서 기생충학교실에 의뢰하는 가장 많은 증례 가운데 하나가 고래회충증"이라며 "바다 생선을 날로 먹고 위장관 증상이 있어 위내시경을 시행하는 경우 흔히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래회충 유충이 위장벽을 파고들어 통증을 일으킨다. 감염 부위는 80% 이상이 위장이고, 소장, 대장, 식도 등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기생충을 제거하면 완치되며 특별한 후유증은 없다. 예방법은 바다 생선을 날로 먹지 않는 것이다. 단, 멸치 등 작은 크기의 바다 생선을 통째로 날로 먹는 것은 주의하는 게 좋다. 허선 교수는 "바다 생선에 있는 고래회충은 대부분 생선의 장간막에 있고 일부 근육으로 옮겨 가는데, 사람이 근육으로 옮겨간 회충을 먹어서 감염되는 것"이라며 "멸치 등 작은 생선은 통째로 먹기 쉬워 장간막에 있는 기생충까지 섭취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예방 목적 주기적인 약 복용 크 효과 없어"
허선 교수는 "회충을 예방하기 위해 구충제를 주기적으로 복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회충 양성률이 평균 0.1%도 되지 않는 데다 약을 먹은 후 24시간이 지나면 반감기로 인해 약물의 혈중 농도가 떨어져 효과가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허선 교수는 "기생충 감염으로 인해 증상이 있어도 약을 안 쓰고 나아지는 경우도 많은 편"이라며 "심한 증상이 지속되는 등 필요한 경우 의사의 판단하에 약을 써서 치료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