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에 술자리… 알파걸들 '가슴'이 위험하다

입력 2008.02.12 15:35   수정 2008.02.13 10:26

고령 출산·초경 빨리 한 여성
서구식 식습관에 잦은 음주 등
'커리어 우먼' 유방암 발병 높아

'커리어 우먼' 구인영씨
라이프 스타일 살펴보니


10년 새 유방암 환자는 약 2.3배 늘어 2001년부터 여성암 1위를 지키고 있다. 대한유방암협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밝혀진 유방암 원인은 5~10%만이 유전과 관련된 요인이며 나머지 90~95%는 '산발적 요인'이다. 여러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서 '산발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문제는 이 산발적 요인들이 요즘 커리어 우먼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

서울대병원 유방암센터장 노동영 교수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남성처럼 음주와 야근이 잦아지고 출산율도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라이프 스타일이 유방암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이 추세 대로라면 현재 40명 중 1명 정도인 유방암 유병률이 미국처럼 8명 중 1명 정도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인영씨는 전형적인 '알파 걸'이었다. 전문의들은 구씨와 같은 커리어 우먼이 유방암 고위험군에 속하며 식사·생활습관만 바꿔도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유명 홍보회사에서 일하는 구인영(33)씨는 소위 촉망 받는 커리어 우먼이다. 브라질에서 자라 그곳 명문대를 졸업한 뒤 8년 전 C 홍보회사에 입사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격무가 이어지고, 거의 매일 저녁 폭탄주 술자리가 이어졌지만 마다하지 않는다. 깔끔하면서도 열정적인 일 처리 능력을 인정 받아 남들보다 빨리 몇 년 전 과장 직함을 달았고, 그 사이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여러 번 받았다. 지적인 외모와 174㎝의 큰 키, 마른 체형으로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골드 미스'였는데 지난해 말 결혼에 성공했다.

구 씨는 아직 임신 계획이 없다. 자신의 일과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좀 더 일하다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고, 연하인 남편도 동의했다.

이러한 고령 출산은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 원자력병원 외과 백남선 과장은 "30세 이후 첫 출산을 하면 30세 이전에 비해 약 2~3배, 40세 이후 첫 출산을 하면 40세 이전에 비해 약 4배 유방암 발병률이 높다고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표된 국민건강공단 자료에 따르면 36세 이상 고령 산모 출산은 최근 4년간 약 26% 늘었고, 30세 이전 여성의 출산은 약 36% 가량 줄었다.

브라질에서 자란 영향일까? 구 씨는 스테이크 요리를 특히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식습관의 영향으로 한국에 와서도 하루 최소 한끼 정도는 스테이크나 스파게티 등 서구식 식사를 한다. 업무상 미팅이 있을 때는 기름기 많은 중국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순천향대 병원 외과 이민혁 교수는 "유방암 원인의 90~95%를 차지하는 산발적 요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식사 습관이다. 육류 등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2~3배 정도 유방암 발병률이 높다. 구 씨의 라이프 스타일을 감안할 때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식사습관이라도 당장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술도 문제다. 구 씨 스스로 남들보다 승진이 빨랐던 이유 중 하나로 술을 꼽을 정도다.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술을 잘 마셔야 한다는 것이 구 씨의 지론. 평일에는 회사 일 때문에 매일 저녁 술을 마시고 주말에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역시 술을 마신다. 대한유방암협회에 따르면 10년 동안 여성이 일주일에 5회 이상, 하루 1~2잔의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유방암 발병률이 13% 증가한다.

이 밖에도 소위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들이 유방암에 걸리기 쉬운 이유는 많다. 대한유방암협회에 따르면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비해 유방암 발병률이 2~4배 높다.

또 도시에 사는 여성이 비 도시 지역에 사는 여성보다 유방암 유병률이 3배 이상 높다.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도 낮은 여성보다 유방암에 더 잘 걸린다. 초경이 빠른 것도 문제다. 국립암센터 유근영 원장은 "초경을 빨리 한 경우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약 1.5배 정도 높다. 요즘 아이들은 어렸을 때 영양상태가 좋아 발육이 빠르고 초경도 빠른데, 그만큼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노출 되는 기간이 길어져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근영 원장은 "소위 '알파 걸'을 꿈꾸는 커리어 우먼들은 유방암 검사를 더 일찍, 더 자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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