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것 같은데 지방간…"여기서 살을 더 빼라고요?"

입력 2022.10.21 23:00

비비만 지방간 유병률 19%… 대한간학회 위험성 경고

마른비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보기엔 말랐는데, 간에만 지방이 끼어있는 사람이 있다. 말라도 지방간이 생길 수 있으며, 이들은 틀림없이 '마른비만' 상태다. 지난 20일 열린 대한간학회 제 23회 ‘간의 날’ 토론회에서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유수종 교수는 ‘지방간의 또다른 원인, 마른비만’을 주제로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를 했다.

마른비만은 의학적으로 비(非) 비만 상태 (BMI 동양인 25 미만, 서양인 30 미만)지만 근육이 적고 체지방, 특히 복부에 지방이 많은 상태를 말한다. 유수종 교수는 “마른비만은 BMI 지수는 정상이지만 체지방률이 높고 내장지방이 많이 쌓인 상태”라며 “내장지방은 장기와 가까이 위치한 데다 피하지방보다 분해 또한 어려워 각종 대사질환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비만하지 않은데 지방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대한간학회에 조사에 따르면 국내 비비만 인구의 비알코올 지방간 유병률은 약 19%다. 뚱뚱하지 않은 성인의 5명 중 1명은 간에 지방이 5% 이상 끼어있는 지방간 상태라는 것. ‘간에 지방 좀 낀 정도’라고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지방간은 지방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진다. 특히 비만이 심각한 미국은 간이식의 주요 원인이 지방간이다.

문제는 지방간은 증상이 없다는 것. 말랐다면 의심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지방간은 간초음파, 섬유화스캔를 해봐야 정확히 알며, CT·MRI를 통해서도 진단할 수 있다. 
이런 진단까지는 받지 못했더라도 자신이 팔다리에 비해 배가 좀 나온, 내장지방이 많은 체형이라면 일단 지방간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약 없는 지방간, 생활습관 철저히 바꿔야  
유수종 교수는 “간에 지방을 빼기 위한 첫째는 체중감량, 둘째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라며 “그 다음이 운동”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흔히 마른비만인 사람들은 "지금도 말랐는데, 여기서 뭘 더 빼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러면 '나쁜 지방'만 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체중은 3% 이상 감량하면 지방증이 없어진다. 마른 사람들이 살을 빼면 어지럽거나 힘이 없어진다고 말하는데, 그 때는 물을 많이 먹고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탄수화물은 줄여 먹는 것이 좋다. 실제 체중감량으로 지방간 개선 효과를 본 유수종 교수는 “밥을 평소보다 두숟가락 정도 덜먹었다”고 말했다. 탄수화물 적정 섭취는 전체 칼로리의 55~65%며, 적어도 65% 이상은 먹어선 안된다.

지중해 식단은 지방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식단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흔히 지중해 식단이 채소로만 구성돼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질 좋은 고기와 생선 섭취가 키포인트"라며 "좋은 지방과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견과류, 유제품, 올리브오일, 아보카도 같은 식물성 지방을 주로 섭취하고, 계란, 생선, 비가공 육류 등의 단백질 공급원을 추천한다. 앞서 말했듯이 탄수화물 식품은 섭취를 줄이고, 녹색 잎 채소와 베리를 많이 섭취하면 좋다.

운동은 중등도 운동을 해야 한다. 호흡과 심박수가 증가해 힘들다고 느껴야 한다. 안정 시에 비해 3~6배 힘든 운동으로, 걸을 때 말할 수 있지만 노래는 할 수 없는 정도의 운동 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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