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이 임신 방해? 정부, 입장 모호해 혼란

입력 2021.07.16 08:10

미 생식의학회 “임신부, 임신 계획 여성 화이자·모더나 권고”
정부 “현재 임상 결과 부족해 임신부는 접종 제외”
전문가, 임신부·임신 계획 하는 사람 백신 접종 권고해야

임신테스트기
미국·유럽에서는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들도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확실한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가 점차 확대되면서 임신을 계획 중인 부부들에겐 고민이 하나 늘었다. 혹여나 백신이 임신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지 걱정돼서다. 여성 중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런 고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맞아도 괜찮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 의학계에선 아직 별다른 입장이 없다. 임신 계획중인 부부, 백신을 맞아도 되는 걸까?

◇영국 가임기 여성들, "불임 걱정돼 백신 안 맞겠다"
아직 국내선 일반적인 가임기 여성은 백신 접종 대상자가 아니다. 그러나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접종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영국 시장조사 기업 'Find Out Now'가 지난해 12월 영국 성인 5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백신 거부감이 가장 큰 연령대는 18~34세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이 임신을 방해하거나, 생리불순을 유발하는 등 알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 연구팀이 구글 검색량을 살펴봤더니 '불임' '불임 백신' '불임 코로나 백신' 검색어도 전년 대비 각각 119.9%, 11251%, 34900%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이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해 해외 전문가들은 대부분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대 생식면역학자 비키 메일 박사는 "코로나19 백신이 생식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며 "임상시험 결과만 없을 뿐, 오히려 백신을 맞은 후에도 성공적으로 임신을 성공했다는 보고는 많다"고 말했다. 이어 메일 박사는 "백신 접종이 일시적으로 생리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라며 "백신 접종 이후 생리주기가 변한다고 보고하는 것은 스트레스, 피로 등으로 인한 우연의 일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미국생식의학회가 지난 3월 '임산부 또는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에게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미국산부인과의사회도 같은 입장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특정 백신명을 언급한 것은 이외에 다른 백신이 위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mRNA 기반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경우,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미국생식의학회에서) 권고한 것"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른 백신은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 임신과 관련된 부작용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정부·의료계, 확실한 입장 발표는 아직
그러나 아직 국내 의료계에서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성인의 백신 접종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정부도 모호한 입장만을 내놨을 뿐이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안내 홈페이지를 통해 "임산부의 경우 아직 임상시험 결과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면서도,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해 접종 전 임신 검사나 접종 후 피임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신 계획을 세우는 여성으로선 혼란스러운 답변이다. 백신을 직접 접종해야 하는 병원 측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모 산부인과 병원 A 원장은 "정부 지침에 따라 임산부 대상 접종은 하지 않고 있지만,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에게는 확답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 대학병원 B 감염내과 교수 또한 "아직은 임상 결과가 많지 않아서 확실하게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5일 "미국과 유럽에서는 임산부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생기는 위험이 크다는 측면에서 임산부에 대한 접종을 계속하고 있다"며 "임산부가 굳이 접종을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일단은) 국내 임산부는 접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나 의학계에서 확답을 내기 전까지는 환자들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훈 교수는 "감염 위험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임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도 백신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가임기 연령까지 접종 대상이 확대된다면 정부가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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