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경이 휘는 페이로니병, 수술로 치료"

입력 2022.09.13 18:30

[전문의에게 묻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이동섭 교수

 

발기가 됐을 때 음경이 휘어지는 병이 있다. 페이로니병. 잘 안 알려진 병이지만, 유병률이 1~10%로 생각보다 흔하다. 선천적인 만곡이 아니라 음경 '외상'이 주요 원인이다. 국내에서 페이로니병을 치료하는 의사는 손에 꼽는다. 주요 치료법은 휘어진 음경을 펴는 수술인데, 이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이동섭 교수를 만나 페이로니병에 대해 들었다.
-페이로니병은 어떤 병이고 얼마나 흔한가?
페이로니병은 프랑스의 라 페이로니라는 의사가 명명한 질병이다. 음경이 꺽임 등 손상을 입은 후 회복 과정에서 해면체(발기 시 혈액이 들어와서 팽창되도록 하는 조직)에 결절이 생겨 발기 때 음경이 휘는 질환이다. 보통 결절이 생긴 쪽으로 휘는데, 위쪽 혹은 아래쪽으로 휜다. 유병률은 연구자마다 다르다. 적게는 1%, 많게는 10%까지 본다.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건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자신도 모르게 과격한 성관계를 하다가 음경이 확 꺾이는 손상이 발생한 후 회복되는 과정에서 석회화가 침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더 잘 생긴다고 보고돼 있다. ‘듀피트렌 구축’이라고 손바닥 아래에 있는 근막이 섬유화 돼 두껍고 짧아지면서 손가락이 굽어지는 질환이 있는데, 듀피트렌 구축이 잘 생기는 사람이 페이로니병도 잘 생길 수 있다.

-어릴 때 발생하는 음경 만곡과는 다른가?
다르다. 청소년이나 20대에 음경이 휜 경우에는 음경 발달 과정에서 음경을 구성하는 요도와 해면체를 싸고 있는 근막 발달이 잘 안되면서 한쪽으로 휘는 만곡이 생기는 것이다. 페이로니병은 후천적으로 음경이 다친 후에 발생한다.

-만곡이라는 것이 어떤 모습인가? 
음경이 위 또는 아래로 휘며, 위로 휘는 경우가 더 많다. 좌우로 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래 위로 같이 휘는 경우도 있는데, 음경 모양이 중간이 잘록해지는 모래시계 형태를 보인다. 만곡은 발기했을 때 나타나는 것이며, 단순히 보기에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 처음엔 발기했을 때 통증이 나타난다. 음경에 외상을 입고 염증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6~9개월 정도 지나면 결절이 생기고 통증은 좋아지지만 음경이 휘게 된다. 급성기인 처음에는 음경에 결절이 안 만져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만져진다. 결절이 클수록 음경은 더 많이 휘게 된다.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하나?
발기 때 통증이 있는지 물어보는 등 문진이 가장 중요하다. 병원에 올 때는 발기 때 사진을 찍어오는 것이 좋다. 어느 각도로 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오지 않으면 진단을 위해 해면체 내 발기유발 주사를 놓아야 한다.

당장 통증이 있는 급성기에는 통증 컨트롤을 위해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발기 개선제를 쓴다. 타다라필 같은 발기개선제는 음경 해면체 내 혈류를 개선하고 혈관성장인자의 발현을 증가시켜 발기를 개선하면서 발기 때 통증을 감소시키고 병의 진행을 어느 정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저강도 초음파 요법도 통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들 치료법이 음경 만곡 자체를 막아주는 방법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다. 휘어진 음경을 물리적으로 당기는 견인요법은 음경 만곡 진행을 더디게 하지만 견인 치료 장비가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만곡을 일으키는 해면체 부위에 칼슘차단제 주사를 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현재 가이드라인에 벗어나는 치료다. 클로스트리디움 세균이 내뿜는 효소는 콜라겐 섬유를 용해하는 특징이 있다. 이를 이용한 치료법은 국내에는 아직 안들어왔지만 미국, 유럽에서는 시행하고 있다. 굉장히 고가의 치료이긴 하지만 효과가 괜찮다. 

-약물 치료는 없나?
5년 전만 해도 약물 치료 시도를 많이 했다. 비타민E, 파라벤조익아마노액시드(PABA), 타목시펜, 콜치신 등과 같은 경구용 치료제를 권유했지만 최근 대부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급성기에 발기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치료로는 저용량 발기개선제, 진통소염제, 저강도 초음파 요법이 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음경이 만곡된 채로 지나다 보면 처음에는 발기 때 통증이 생기고, 6~9개월이 지나면 통증은 줄어들지만 발기 유지가 안돼 발기부전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음경 만곡이 20도 이상이 되면 부부관계가 잘 안될 수 있다. 부부관계를 하더라도 남녀 모두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사실 페이로니병 치료 목적은 부부관계가 잘 되게 하려는 것이다. 음경 변형에 따른 스트레스, 심리적 위축 등 삶의 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발기될 때 왠지 모를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음경에 결절이 만져진다면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수술을 해야 할때는? 
음경 만곡이 20도 이내로 부부관계가 가능한 정도에는 수술을 하지 않지만, 그 이상이면 수술 대상이 된다. 만곡 정도가 60도 미만이라면 주름성형법을 적용한다. 음경 결절이 생긴 반대편의 정상 조직을 일부러 상처 내 꿰매는 것이다. 음경은 피부를 절개하면 근막과 해면체·요도를 싸고 있는 백막이 나오는데 근막과 백막을 째서 꿰맨다. 음경 손상이 생긴 부위의 반대 편에 상처를 내면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유착이 생겨 원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휘게 돼 수평이 맞춰지게 된다. 음경이 짧아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음경이 60도 이상으로 많이 휜 경우에는 문제가 되는 결절을 아예 잘라 버린다. 그리고 대퇴부 정맥, 소 심장막 등을 결손 부위에 덮어주는 이식법을 시행한다. 대퇴부 정맥은 자기 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하긴 하지만 수술 시간이 많이 걸리고 흉터가 남는 문제가 있다. 대퇴부 정맥을 얻으려고 다른 부위를 절개해야 하기 때문에 통증도 배가된다. 과거에는 피부 조직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여드름 등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현재는 하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소 심장막이다. 나의 경우도 이식 재료로 소 심장막을 시행하고 있다. 수술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한편, 이식법의 경우에는 해면체가 노출되고 혈관·신경을 들었다 놨다 하는 등 ‘공사’가 큰 것이 단점이다. 발기력이 10~20% 감소할 수 있다.

아예 발기가 안되는 사람은 음경 보형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 후 재활이 중요한가?
그렇다. 저용량 발기개선제를 일정 기간 복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필요 시 아스피린 같은 혈전방지제를 같이 복용할 수 있다. 음경 견인요법도 좋은 재활요법이 될 수 있지만 기구가 없을 경우 음경을 하루 십수회 충분히 견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남성갱년기가 동반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에 수술 전후 갱년기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페이로니병은 어떻게 예방해야 하나?
페이로니병은 음경 손상 때문에 발생한다. 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등 음경 손상을 막아야 한다. 과격한 성관계로 음경이 꺾이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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