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바디 프로필'… 몸 망칠 수 있다?

입력 2022.01.20 07:30

[새.몸=새해 몸 다지기 프로젝트] ①
체지방 줄이면 무월경 위험… 수년간 회복 안되기도
정신건강 해쳐… 강박증·섭십장애 위험도
체지방률 집착보다… 눈에 보이는 자신의 몸에 집중을

# 대학에 오고 급격하게 살이 찐 A 씨(21)는 최근 SNS에 유행하는 '바디 프로필' 사진을 보고,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6개월 동안 꾸준한 운동과 식단 관리로 14kg 감량에 성공했다. 그러나 촬영 이후 다시 급격하게 살이 쪄 한 달 만에 10kg이 다시 쪘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졌고, 빠르게 다시 찐 살에 우울증까지 왔다.

# 5년간 헬스 등 운동을 즐겨오던 대학원생 B 씨(28)는 건강한 20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놓고자 '바디 프로필'을 찍기로 결심했다. 조금 더 완벽한 몸매로 사진을 찍기 위해 운동 시간을 늘리고, 식단도 엄격하게 조절했다. 결국 체지방률 7%에 도달해 사진을 찍었다. 찍자마자 폭식했다. 마음먹고 운동하면 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더 마음 놓고 먹게 됐고, 결국 이전보다 살이 쪘다.

바디 프로필
많은 사람이 몸매를 가꿔 촬영하는 바디 프로필을 도전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몸을 탄탄하게 가꿔 전문 스튜디오에서 마치 모델처럼 촬영하는 '바디 프로필' 촬영이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검색데이터 분석 플랫폼 블랙위키는 최근 1년 동안 '바디 프로필' 키워드 검색량이 무려 50만건을 넘어섰다고 보고했다. 사진을 공유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바디 프로필'을 태그한 게시물은 자그마치 288만 건이 넘는다. 그러나 동시에 폭식증, 강박증, 탈모, 생리 불순 등 다양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후기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건강해지려고 결심한 바디 프로필인데, 오히려 건강을 잃었다니 아이러니하다. 부작용은 왜 생기는 걸까? 기간을 늘려 천천히, 잘 먹으면서 운동하면 괜찮지 않을까?

◇2~3개월 내 체지방률 10% 만들기
바디 프로필 촬영 준비 방법부터 알아보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석처럼 알려진 과정이다. 먼저 2~3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스튜디오를 예약한다. 의지만으로 운동이 힘들기 때문에, 일단 예약을 해 두는 것이다. 식비, 운동비 등을 제외하고 스튜디오 촬영만으로도 최소 50만원 이상 비용이 들어간다. 동기부여, 심하면 꼭 빼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절대 적지 않은 비용이다. 이후 촬영 전까지 근육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근육량은 최대로 키우고 체지방량은 최대한 낮춘다. 매일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탄수화물·지방·나트륨 섭취를 줄인 단백질 중심 저열량 식사를 하면서다. 대게 목표는 남성의 경우 체지방률 5~10%, 여성은 10~15%다. 성인 정상 체지방률이 남성 15~20%, 여성 20~25%인 것을 고려하면 정상치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촬영 예정일이 다가오면 수분 섭취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체표면을 건조하게 해 근육이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주일 전부터 마시는 물의 양을 점점 줄여, 하루 전부터는 아예 마시지 않는다.

◇체지방 줄이면 폭식증, 무월경, 탈모 유발돼
촬영 기간을 늘리고,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해도 부작용은 생긴다. 극단적으로 체지방량을 줄인다는 목표 설정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지방은 중책을 맡은 주요 영양소다. 먼저 체지방량이 적으면 폭식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주로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기영 교수는 "식욕은 음식을 먹어 배가 찬 것만으로 줄어들지 않고, 여러 인자가 작용해 조절된다"며 "그중 하나가 지방에서 렙틴을 분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 근육량을 늘리는데, 근육에서는 오히려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나온다"며 "급격하게 살을 빼고 근육을 단련하면 식욕이 왕성해져 폭식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급격하게 체지방을 줄이면 담석증, 뇌경색 발병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방은 여성 호르몬 재료이기도 하다. 여성 호르몬은 체지방률이 22~30%일 때 가장 잘 만들어지며, 20~22% 이하로 떨어지면 생리불순, 무월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방 섭취를 절반으로 줄일 때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약 20%씩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성은 교수는 "체중 감소, 식단 조절로 인한 스트레스 등은 뇌에 문제가 없는데도 시상하부 기능을 떨어뜨려 기능성 시상하부성 무월경을 유발하기도 한다"며 "다시 체중을 회복하더라도 약 30%는 6~8년이 지난 뒤에야 몸이 회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줄어들면 골밀도가 떨어져 골다공증이 생길 수도 있고, 무월경인 상태로 오래 두면 폐경 됐다고 몸이 인식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며 "오래 방치할수록 생식능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무월경 증상을 인지하면 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디프로필 촬영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
극단적으로 체지방량을 줄여 촬영하는 바디 프로필 촬영은 폭식증, 거식증, 우울증, 탈모, 무월경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사진=KBS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식단 조절도 신체적 후유증을 유발한다. 단백질 위주의 식사는 다른 영양소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탄수화물이 줄어들면 뇌로 가는 포도당이 줄어 집중력이 감소하고, 두통, 무기력증, 피로 등이 생기게 된다. 나트륨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동하면 저나트륨혈증으로 근육 수축이나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영양소 불균형은 탈모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적게 먹어 체력 저하, 변비 등 위장장애가 생기고, 면역 기능도 저하돼 만성 염증, 감기, 몸살, 장염 등을 겪을 수 있다.

촬영 직전 수분을 조절하는 것도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수분량을 조절하는 호르몬 시스템이 있는데, 일주일 동안 수분량을 줄이는 과정은 이런 이뇨작용 호르몬을 교란한다. 이는 콩팥 기능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수분을 줄였을 때 격한 근력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 손상으로 인한 부산물이 콩팥을 손상할 수 있다.

◇촬영이 목표되면 강박증 심해져
잘못된 바디 프로필 준비는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도 해친다. 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수록 몸이 점점 허기져 하는데, 정신은 이를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극도의 강박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지현 교수는 "버텨내기 위해 바디 프로필 촬영이 건강해지기 위한 과정보단 목표 그 자체가 된다"며 "촬영 날짜까지 정해진 기간에 극단적 식단 관리와 운동을 강박적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안 교수는 "극단적 식이 제한과 과도한 운동에 성공하면 뇌의 쾌락 중추가 자극받아 지속해서 과도하게 관리를 해야 만족하게 된다"며 "정서적 만족 얻기 위해 더 강박적으로 식이 요법과 운동 조절을 하게 되고, 설정한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면 우울감으로 이어지거나 기준을 못 지켰으니 그냥 폭식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동은 뇌에도 영향을 준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전전두엽은 20대 중반까지 형성되는 곳으로, 이 전에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 극단적으로 영양 공급을 제한한다면 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특히 어릴수록 뇌가 쉽게 영향을 받아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강박증으로 인한 섭식장애로도 이어지기 매우 쉽다"고 말했다. 식습관에 엄격한 기준이 지속되면 식사행위 자체에 불안을 느끼는 거식증, 촬영 이후에는 보상심리로 인한 폭식증 등 섭식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배승민 교수는 "섭식장애는 실제로 치명률과 사망률에 영향을 줘 정신과 질환 중 응급질환으로 여겨진다"며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치료 기간도 긴 편이며, 입원 치료 비율도 높은 질환"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바디 프로필 촬영, 가능할까?
잘못했다가는 몸도, 정신도 버리기 쉬운 바디 프로필 촬영. 건강하게 찍는 방법이 있긴 한 걸까? 있다. 세 번째 바디 프로필 촬영을 준비 중인 가천대 길병원 내과 서재덕 전공의는 "목표를 극단적인 체지방률 수치로 잡기보다 눈에 보이는 자신의 몸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며 "체지방이 어디 분포돼 있는지는 사람마다 달라 실제로 같은 체지방률 20%여도, 누군가는 복근이 보이기도 하기에 본인에게 맞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신 건강도 챙겨야 한다. 안지현 교수는 "바디 프로필 촬영이 장기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목표를 지키는 과정 중 하나가 돼야 한다"며 "바디 프로필 촬영 준비 중 이전보다 기분 변화가 심하거나, 잠을 잘 못 자거나, 관리 실패를 강박적으로 자책하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끊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면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고 말했다. 반복적으로 SNS를 통해 타인의 몸과 비교하면서 우울해진다면 SNS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바디 프로필 촬영을 결심하기 전 이미 불면증, 불안증 등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신체를 극단적으로 조절하는 바디 프로필 촬영은 나중으로 미뤄두는 것이 좋다.

구체적으로 기간은 얼마나, 식단과 운동은 어떻게 해야 건강한 바디프로필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준비했다. 새해 몸 다지기 프로젝트.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첫 번째 편은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먼저 알아봤다. 다음 편으로 기간 설정법, 식단 조절법, 운동법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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