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헬스케어 협약, 亞 최초·세계 12번째 도입 병원 '구멍' 찾아 개선·보완… 운영 효율 높여 환자 전원 지연·응급 대기 등 문제 해결할 것
1000병상이 넘는 큰 병원 곳곳의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더 많은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의 안전 운행을 위해 설치된 '공항관제센터'처럼 대형병원에도 환자 안전과 병원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관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바로 '임상통합상황실(Clinical Command Center)'이다. 이대서울병원이 지난해 말 GE헬스케어와 협약을 맺고 아시아 최초로 도입했다. 전 세계에서는 12번째이다. 임상통합상황실은 이대서울병원 2층에 15평 규모로 들어섰으며, 중환자실 환자의 생체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현황판(타일)도 8개 갖췄다〈사진〉. 현황판 앞에는 전담간호사 2명이 앉아 중환자의 생체징후를 모니터링 한다. 생체징후가 기준치에서 벗어나면 알람이 작동하며, 전담간호사는 이를 담당 주치의 또는 신속대응팀에 알려 즉각적인 대응을 하게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임상통합상황실, 병원 운영·환자 안전 보완
이대서울병원 조도상 응급진료부장(신경외과 교수)은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은 심화되고 전공의 근무시간이 종전의 절반 정도로 줄어 병원 곳곳의 환자 안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임상통합상황실은 병원에 '구멍'이 될만한 부분을 찾아 개선·보완하는 데 사용될 유동적 디지털 플랫폼으로 대형병원 운영 효율성과 환자 안전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통합상황실은 GE헬스케어의 '커맨드 센터(Command Center)'의 실험적인 플랫폼이다. 아직 '완성본'은 아니며 앞으로 더 확대된다. 조도상 교수는 "응급실 대기, 수술실에서 입원실로 이동할 때 시간 지연 등 병원 내 흐름과 운영에 장애가 되는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어떤 분야를 추가 구성할지 준비한 뒤 2022년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은 진료과·부서 등이 세분화 돼 있다보니 소통에 제약이 있다. 병원 전체 '큰 그림'을 보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다른 병원에서 환자 전원 의뢰가 왔다면, 이 업무를 관할하는 부서만 해도 진료협력팀, 구급차 등 환자 이송팀, 원무팀, 간호팀이 있다. 또한 병실 가용 현황, 구급차 가용 현황, 입원 대기 환자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한눈에 보고 파악할 수 있다면 환자 전원에 대한 의사결정을 빨리 할 수 있게 된다.
◇GE, 각 병원 문제 파악 후 개별 솔루션
커맨드 센터는 GE헬스케어에서 파견한 전문가들이 각 병원에 3~4주간 상주하면서 의료진·직원 인터뷰, 관찰,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병원 운영과 환자 안전에 장애가 되는 사항을 파악한다. 이런 분석을 가지고 개별 솔루션 플랫폼을 만든다. 커맨드 센터는 각 병원에 맞게 만들어지므로, 이름도 이대서울병원의 '임상통합상황실'처럼 개별 병원이 짓는다.
조도상 교수는 "2016년부터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 캐나다의 험버리버 병원 등에서 커맨드 센터를 도입했는데, 6개월 정도만 적용해도 병원 운영 지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의 커맨드 센터 적용 결과 ▲타 지역 병원 환자 추가 수용 능력 60% 향상 ▲앰뷸런스 픽업 소요 시간(앰뷸런스 도착·환자 이송 후 환자가 병상을 지정받기까지 시간) 63분 단축 ▲응급실 병상 배정 시간 30% 단축 ▲수술실 이송 지연 70% 감소 ▲전년 대비 정오 이전 퇴원 환자 21% 증가 등의 효과가 있었다.
조도상 교수는 "전 세계 병원의 공통적인 문제점이 환자 전원 지연, 응급실 대기, 장기 재원, 수술실 비효율적 사용 등이다"며 "커맨드 센터는 문제가 발생할 미래를 예측하고, 문제가 닥쳤을 때 바로 컨트롤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