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원인 추적에 VR 장비 활용… 게임하면서 재활 치료하죠"

입력 2022.05.25 09:19

VR 안진검사 개발한 홍성광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어지럼증 원인 파악하는 '안진검사'
상급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고 高價
기기 자체에 해석 기능 없어 한계

한림대의료원 기술지주자회사 출범
범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 착수
민감도 85~95%, 고도화 연구 중

어지럼증은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하게 치료하면 빠르게 호전된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부터 쉽지 않다. 영상검사에서 원인 미상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안구의 운동성을 파악하는 안진검사가 가장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를 위한 안진계는 고가의 의료기기라 개인병원에서 구비하기 힘들다. 그래서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상급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이비인후과 홍성광 교수는 안진검사가 가능한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환자가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시선을 움직이면 인공지능이 안진을 추적해 어지럼증 진단 정보를 제공하는 원리다. 홍성광 교수에게 더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홍성광 교수가 어지럼 진단 분석 소프트웨어로 환자의 안진을 관찰하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어지럼증은 왜 종류가 다양한가?

"원인이 다양해서다. 60~70% 환자는 전정기능(균형 및 평형감각과 관련된 기능) 이상, 즉 귀의 문제로 어지럼증을 겪는다. 가장 흔하게는 이석증이라고 불리는 '양성돌발성두위현훈증'이 있다. 또 바이러스 등으로 한쪽 귀의 전정기능이 저하돼 나타나는 전정신경염, 내이의 압력 조절 이상으로 난청, 이명 등이 함께 나타나는 메니에르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10~20% 환자는 소뇌 경색처럼 뇌에서 발생한 문제가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으로 어지럼증을 겪는 환자 비율이 13%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어지럼증의 원인을 조기에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빈혈, 기립성 저혈압과 같은 심혈관계 문제나 심리적 문제가 어지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진단 방법도 다양한가?

"그렇다. 온도검사, 영상검사, 청력검사, 신경학적 검사, 안진검사 등이 활용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경학적 검사와 안진검사다. 신경학적 검사는 병력 청취를 통해 신경질환을 진단하는 기법이고 안진검사는 안구의 움직임을 통해 어지럼증이 어디서 오는지 파악하는 방법이다. 우리 몸의 균형 유지는 귀 안에 있는 세반고리관이 맡고 있다. 머리의 회전, 이동, 균형을 중추신경에 전달하는 기관인데 눈과도 연결돼있다. 만약 전정기관의 균형이 깨지거나 중추성 전정신경로의 이상이 발생해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안구 움직임에도 이상이 생긴다. 특히 급성 어지럼증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진단적 절차가 안진검사다. 머리에서 오는 어지럼과 귀에서 오는 어지럼을 구분하는 데 핵심적인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응급으로 촬영하는 '확산강조자기공명영상(Diffusion MRI)' 검사보다 진단적 민감도가 뛰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안진검사의 한계는 무엇인가?

"안진검사는 주로 하드웨어 기반인 고가의 안진계에 의해 이뤄진다. 또 기기 자체에 해석 기능이 들어있지 않다. 예컨대 응급실의 심전도검사 결과는 정확하지 않아도 1차적인 자동 판독 기능이 제시되기 때문에 훈련된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검사 결과를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안진계는 안구의 운동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판독하려면 많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이비인후과나 신경과 전문의들에게 안구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어지럼증 환자의 대부분이 신경이과(귀를 통해 신경과 질환을 판별해내는 진료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응급실이나 1차 병원에 내원한다는 점이다. 안진검사보다는 영상검사나 혈액검사 등이 우선적으로 시행된다. 미국에서도 초기에 내원하는 어지럼증 환자 중 20%만 안진검사를 받는다고 보고된 바 있다. 22~50%는 CT를 받는다.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어지럼증 진단 후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원인에 따라 다르다. 이석증이 원인이라면 일종의 물리치료인 이석치환술을 적용한다. 전정기능 저하가 원인이라면 머리와 몸의 움직임에 따라 보상 활동을 촉진하는 전정재활치료를 적용한다. 예컨대 한쪽 귀의 전정기능이 망가졌다면 다른 쪽 귀나 눈 및 근육의 움직임을 보완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메니에르병이 원인이라면 식이요법과 더불어 약물치료를 적용하고 수술적 치료까지 고려하기도 한다."

―어지럼증 진단에 가상현실을 활용한다?

"그렇다. 기존 안진검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다. 처음엔 더 실감나는 가상현실 기기를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귀를 자극시켜 움직임을 극대화하고 멀미는 경감시키는 연구였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가상현실 기기 안에 들어있는 안구 추적 기능이 어지럼증 검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 기반이므로 범용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원격 유지보수가 가능하다는 장점들이 있다."

뉴로이어즈 서규원 대표와 임은천 박사가 인공지능모듈로 안구운동 학습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원리가 무엇인가?

"9만개의 안구움직임 동영상 데이터를 학습시킨 인공지능 엔진(NeuroEars-Diago)을 활용한다. 환자가 VR 기기를 착용하고 시선을 움직이면 인공지능이 동공의 움직임을 추적해 어지럼증 진단 정보를 제공한다. 정확도 관련 연구결과가 SCI급 저널에 발표됐는데 진단적 민감도가 85~95%로 나왔다. 외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는 분류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완료되면 스마트폰으로도 안진검사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러면 질환의 원인이 정확하게 진단된 뒤 블랙박스처럼 안진을 기록하는 식으로 원격진료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활도 가능한가?

"가상현실은 재활 과정에서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기존 전정재활치료의 의학적 효과는 명확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4~6주 정도는 시행해야 효과가 나타나는데 병원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이나 유튜브 교육용 자료 등은 다소 지루하다. 게다가 환자 스스로 정확하게 운동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치료 순응도가 낮은 편이다. 한 달 정도면 나을 질환이 두세 달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가상현실은 게임의 형식을 취한다. 눈이나 머리가 가상현실 안에서 목표점에 닿으면 소리가 들린다거나 화면이 변한다. 단순히 눈과 머리를 움직이는 것보다 재미있고 목표의식도 충족되니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높아질 수 있다."

―상용화 시점이 궁금하다

"소프트웨어는 측정 및 분석에 이용되는 'Anna'와 재활 치료에 이용되는 'Thera'로 나뉜다. 이중 Anna는 올해 상반기 시장 출시가 가능하며 이후 모듈은 순차적으로 올해와 내년에 걸쳐 인허가 과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도 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뉴로이어즈는(NeuroEars)'는

2021년 3월 설립된 한림대학교 기술지주자회사다. CEO는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 서규원 교수가, CTO는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홍성광 교수가 맡고 있다.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 및 인공지능 기반 안진검사 의료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대만의 HTC Vive, 존스홉킨스 병원 등과 기밀유지 협약을 체결했다. 신경이과 질환 진단 및 치료 솔루션 제공으로 '세상의 귀'가 되는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한다. 그런 만큼 어지럼증 솔루션 개발이 끝나면 이명을 치료하는 전자약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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