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말자! 시니어㉔]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 이제 아침과 저녁이면 쌀쌀한 바람이 불어 외출 시에 윗옷을 챙겨야 할 정도다. 날씨는 환절기답게 태풍이 지나고 구름 낀 하늘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렇게 날씨가 변덕을 부릴 때면 시니어들은 감정이 늘어지고 우울해지는 느낌을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대개 일시적인 증세에 지나지 않으나, 50대 중년 시니어들이라면 갱년기 증상의 시작 혹은 심화되는 징조일 수 있는 만큼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
갱년기란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신체가 급격한 변화를 겪는 증상을 일컫는다. ‘모든 중년의 적(敵)’이라는 악명이 붙어있을 정도로 정신·육체적 변화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 특히나 여성 시니어들에게서 증상들이 눈에 띄게 발생한다.
갱년기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불규칙한 월경뿐만 아니라 얼굴과 목에서 자주 땀이 나고 근육통과 요실금도 나타난다. 얼굴이나 가슴이 상기되어 답답해지거나 열감을 느끼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심리적인 변화도 갱년기 증상의 특징이다.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이유 없이 긴장감이 밀려오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경우도 많다.
갱년기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누구나 겪는 현상으로 여성 시니어뿐만 아니라 남성 시니어들도 피해갈 수 없다. 여성의 경우 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증상이 두드러지는 것일 뿐이다. 남성들은 30대 후반부터 호르몬 분비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보통 매년 1%씩 분비량이 줄어드는데, 이에 따라 나이가 들수록 피로, 무기력감, 정력 감퇴 등이 자주 찾아오게 된다. 평소 생활습관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도 팔다리 근육이 줄고 배에 지방이 쌓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면 남성 갱년기로 인한 신진대사 저하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성별과 관계없이 갱년기 시니어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근골격계 질환이다. 갱년기에는 호르몬 저하로 인해 골밀도가 줄어들고 척추·관절의 퇴행속도가 빨라지는 탓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살펴보면 관절염, 골다공증, 경추·요추추간판탈출증(목·허리디스크) 등 대표적인 근골격계 질환들의 경우 50대 이상 연령층부터 환자 수가 현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갱년기는 신체가 노쇠해 기능이 저하되고 정기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한방에서는 정기를 보충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킨다. 갱년기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기에 증상에 따라 약침, 침, 뜸 등 치료법들을 적절히 활용해 질환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실시한다. 또한 한약 처방도 병행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뼈와 근육에 영양을 공급함으로써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도 낮춘다.
대표적인 예로 공진단에 신장을 강화하는 육미지황탕의 처방을 가미한 육공단을 들 수 있다. 과학적으로도 그 효능이 입증된 한약인 육공단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어바인 의과대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뇌세포 재생 관여 단백질인 Egr1을 활성화시켜 체력 저하, 만성피로 등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해당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바 있다.
갱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족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신체적인 증상보다도 정신적인 어려움이 갱년기 시니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정신적으로 큰 위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님 혹은 배우자가 때때로 실수나 실언을 하더라도 이해하고 감싸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같이 화를 낼 경우 관계를 회복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화병 혹은 우울증에 빠질 확률도 높아지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사회·경제적인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야기된 우울 증세인 ‘코로나 블루’가 갱년기 시니어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가족과 따뜻한 말 한 마디를 주고 받으며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보는 것은 어떨까. 갱년기 증상들을 극복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