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 '방문 약사'가 필요하다

[약사통신]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롤과 크리마스마스 트리, 구세군의 종소리는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해준다. 항상 연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과 정을 나누고 따스함을 나누고자 한다. 직장인들은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연탄 나르기, 독거노인 방문 등 춥고 외로운 노인들에게 따뜻한 이웃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그런데, 필자의 딸이 회사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독거노인을 만나고 와서 하는 얘기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한 할머니가 골절 예방을 위해 골다공증 약을 드셔야하는데, “4시간 서 있기가 너무 힘들어서, 약을 못 먹고 있다"면서 "약은 먹어야 하는데 어째야 하는지 걱정”이라고 했다는 거다. 딸도 약사인지라 약을 체크해보니 약 봉투에는 “이 약은 물 한컵과 함께 공복시 드신후 30분동안은 눕지 마세요”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고 한다.

사실 노인이 되면,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다. 따라서 약도 여러 종류를 먹고 용법도 다양하다. A병원에서 처방 받아 B약국에서 조제해 온 C약, D병원에서 처방받아 또 다른 E약국에서 조제한 F약, 본인도 이렇게 많은 약을 먹으면 안 좋을 것 같아 몇 개는 빼고 먹기도 하고 때론 반으로 잘라 먹기도 한다. 남은 약은 쌓이고 또 쌓인다. 문제는 이러한 약들을 새로 받아온 약과 오래된 약이 섞여서 어느 게 어느 건지 모르기도 하고, 아까워서 오래된 약부터 먹기도 한다. 문제는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먹으면 심각한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약을 잘못 먹을 경우엔 심각한 이상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노인들의 안전이 정말 걱정된다.

더욱이 노인들은 눈도 침침하고, 귀도 어두워져서 때론 약국에서 일러준 복약지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흡입해야 하는 캡슐을 물로 삼키기도 하고, 때론 귀약을 눈에 넣기도 하고, 유효기간이 지난 오래된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병원을 가게 되고, 병은 좋아지지도 않고 약만 늘어난다. 이런 노인들은 가끔 찾아오는 아들. 딸, 며느리가 모든 걸 챙기기엔 전문적 영역이라 난감하다. 다시 딸이 방문했던 할머니 이야기를 하자면, 아무도 찾지 않는 집에서 하루 종일 시계만 보면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할머니가 못내 눈에 밟혔다고 한다. 물론 할머니를 종종 찾아오는 사회복지사도 있고, 자원 봉사자 등 여러분야에서 독거 노인과 함께 하려고 노력이 있다. 약사회에서도 독거노인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많은 독거노인들에게 혜택을 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처럼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독거노인을 마냥 방치하고, 모른채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필자는 방문 약사 제도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약사들이 독거노인을 방문해 그들의 약의 복약 순응도도 체크하고, 중복되는 약도 가려내고, 쓸데없이 먹는 약, 건강식품 등을 챙겨주는 거다. 실제로 호주, 일본, 대만,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방문 약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호주의 HMR(home medication Review)제도는 주치의가 방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환자가 있을 때 약사에게 요청하면 약사는 환자를 방문하여 약물 리뷰와 상담을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방문 요청을 요하는 환자는 약을 5개 이상 복용하거나 하루 약을 12회 이상 투여하는 환자, 최근 퇴원한 환자, 약물 이상 반응을 경험한 자, 약물 농도의 안전영역이 좁아서 주의를 요하는 약을 복용하는 환자, 문맹, 언어 장애, 시력 저하 등으로 의약품 관리가 어려운 경우, 여러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이다. 노인들이 이 경우에 속하는 경우가 많고, 약사의 상담 내용을 반영해 주치의가 환자 약물처방을 조정하며 상담료는 메디케어에서 지불하게 된다.

김예지 약사
김예지 약사 /사진-헬스조선DB

2030년대엔 우리나라 인구의 4명 중 1명이 노인이 되고, 2040년대엔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 노인의 의료비는 2015년 21조7천억원에서 약 100조에 달하고 2050년엔 281조에 달할 것이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도 있다. 노인의 안전한 약물 복용과 국가 의료재정의 손실을 막는 방법 중 하나로 방문 약사 제도도 고려해 보는 건 어떨까? 더 이상 독거노인들을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占쎌꼶利뷸�⑨옙 占쎈똻�� 占싼딅뮞�놂옙占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