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많이 탄다면 코로나 블루도 위험…체크해보세요” [헬스조선 명의]

입력 2020.04.13 08:00   수정 2022.11.29 15:35

‘명의톡톡’ 명의의 질환 이야기
우울증 명의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홍진표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코로나 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연일 확진자가 나오고, 모임 등을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해 이 같은 조치는 꼭 필요하지만, 별개로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도 늘어났다. ‘코로나 블루’라고 부를 정도다.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특정 전염성 질병이 최악 수준으로 유행하는 것)’ 선언을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정신 건강도 챙겨야 한다. 우울증 명의인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에게 코로나 블루 극복에 대해 물었다.

Q. 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우울함을 느낀다고 해서 만들어진 신조어가 코로나 블루입니다. 코로나 블루, 왜 생기나요?

A. 코로나19가 계속 이어지다보니, 코로나19 노출을 체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주변에 없다 해도, 미디어나 주변 사람을 통해 노출됩니다. 그 중에는 극단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몇 달간 이런 상황에 노출되면 정신적 내인성이 한계에 도달할 수 있고, 코로나 블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장기간 경험하면 스트레스 반응으로 교감신경계가 과활성화 되고, 사소한 자극에도 심한 불안과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운동, 사교적 만남, 종교나 화생활 등의 데일리 루틴이 망가지는 것도 원인입니다. 또한 재택근무, 학교 등교 연기 등으로 가족들이 장기간 집안에서 머물면서 가정 내 공간스트레스가 증가해 우울함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감염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 다가오는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인 접촉 단절 등도 원인입니다.

홍진표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Q. 일반 우울증과 달리, 코로나 블루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코로나 블루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고 그 종료시점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주위의 지지나 설득을 해도 심리적으로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또한 일반 우울증 발병과는 달리, 코로나 블루를 호소해도 누구나 그렇다는 반응을 받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직접적인 도움을 청하기 어려워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늦기 쉽습니다.

Q. 코로나 블루에 특히 잘 걸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A. 본인의 성격이 어떤지 살펴보면 도움이 됩니다. ▲불안 감수성이 높거나 ▲건강염려증 경향이 있거나 ▲외로움을 잘 느끼면 코로나 블루에 취약합니다. 과거 우울증이나 공포증을 경험한 적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 약 20%가 이에 해당합니다. ▲활동량이 적으면서 균형 잡힌 정보를 습득하기 어려운 노인이나 사회취약계층 ▲가짜 뉴스나 주변 어른들의 태도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소아청소년 ▲소아청소년의 부모 ▲치사율 높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취약합니다.

Q. 스스로 코로나 블루인지 알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있다면?

A.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사태로 불안하고 우울해지는 게 특징입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척도 중 하나로 체크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항목을 읽고, 지난 2주간 얼마나 자주 다음 같은 문제로 곤란을 겪었는지 해당하는 숫자를 표시해 더합니다. 10점 이상이면 심한 코로나 블루입니다.


우울증 진단 표
코로나 블루 체크리스트로 활용 가능한 우울증 진단표./삼성서울병원 제공

Q. 코로나 블루가 심각하다면 어떻게 치료하나요?

A. 정신적인 고통이 심하거나, 가정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하기 어렵거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면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때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코로나 정보 노출을 하루 15분 이내로 줄이고, 재난알림문자를 차단하길 권합니다. 코로나 블루는 우울증상과 함께 건강염려증이나 부정적 반추가 심한 양상으로 나타나므로 ‘코로나 예방수칙을 잘 지키면 예방이 가능하다’ 또는 ‘감염이 의심될 때 초기 대응을 잘 준비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반복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덜 하려면 몸을 활동적으로 움직이면 좋습니다. 증상이 2주일 이상 지속되면 ‘코로나 19 통합심리지원단’에 전화해 상담을 받거나, 평가와 상담을 하고 전문치료가 필요하면 근처 의료기관을 방문합니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라면 근처 의료기관으로 가야 합니다.

Q. 가벼운 코로나 블루라면 어떻게 하나요?

A. 우울이나 불안 증상이 하루 중 잠시 나타나거나, 자신의 일에 큰 지장이 없다면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좋아집니다.

다음은 코로나 블루 극복에 도움이 되는 생활수칙입니다. 첫째, 코로나 관련 정보는 신뢰성 높은 것만, 하루 30분 정도 본다. 둘째, 하루 두 번 명상, 스트레칭, 복식 호흡 등으로 이완운동을 한다. 셋째,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관심을 가진다. 넷째, 산책을 하루에 한 시간 한다. 단 이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타인과 적절한 거리유지가 가능한 시간과 장소에서 한다. 다섯째, 수면에 영향을 주는 기본 수칙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비타민이 풍부한 식사를 섭취한다. 여섯째, 가족간에 심리적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서로 잔소리나 간섭을 피한다. 일곱째, 평소 소원했던 가족이나 친지들과 위로하고 힘이 되는 통화나 문자로 소통한다. 여덟째, 걱정이 많다면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의료인과 지원인력을 보며 결속감이나 연대감을 느껴본다.

홍진표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Q.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견디고 있는 사람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면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기피하며, 정서적 연대가 파괴된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이웃과 동료를 의심하고 배척하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 시기, 유태인이나 집시가 원인이라며 집단학살을 한 안타까운 역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전염병을 이유로 소수집단을 소외시키는 심리를 갖기 쉽습니다. 노출된 분에 대한 동정심과 관심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도 가해자가 되기 쉽습니다.

또한, 사회적 거리를 두게 되면서 가족 간 공간 스트레스는 증가합니다. 억눌러있던 가족간 갈등이 수면으로 올라오거나, 미숙한 대화방식 때문에 말싸움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족이 서로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서로에게 적응하는 법을 훈련하는 시간으로 여겨야겠습니다.

인생은 크고 작은 위기들의 연속입니다. 마음을 잘 다스리고, 연대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언제 닥칠지 모를 또 다른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홍진표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으로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울장애 및 공황장애 진료를 맡고 있으며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영향을 개선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국민의 올바른 정신건강정보와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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