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소울푸드] 허기진 파리 유학생에게 '송아지 간'은 축복이었다

입력 2019.12.20 09:05

[2] 박철화 문학평론가

문학평론가 박철화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서울 시내 모처에서 신춘문예 심사로 바쁜 문학평론가 박철화(54)를 만났다. 날 흐리던 12월 중순의 금요일, 그의 미식(美食) 취미가 떠올랐다. 그는 전설 같던 80년대에 미문의 평론으로 후학들의 시와 소설을 빛내주던 불문학자 고(故) 김현의 애제자다. 스승처럼 박철화도 프랑스로 떠났다. 파리 8대학에서 보들레르를 공부했고, 송아지 간을 먹었다. 90년대 초반이었다.

"강의 듣고 지쳐 집에 돌아오면 큰 에너지 들이지 않고,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요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동네 마트에서 핑크빛…."

송아지 간이었다. 손바닥만했다. 얄팍했다. 우유로 씻어 냄새를 없애고, 팬에 오일을 둘러 살짝 익혀냈다. 와인 한잔에 바게트 한 조각. 가난한 유학생의 사치한 한 끼 저녁은, 우울로 빠지기 쉬운 파리의 일상을 밝혀주었다. 요리 쉽고 입에 맞으니 수시로 사다 먹었다. 당일 도축된 간일 땐 소금만 찍어 날로도 먹었다.

"귀국할 때까지 수백개는 먹었을 겁니다. 송아지로 치면 100마리가 넘겠죠."

문학평론가 박철화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어릴 적 눈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가 생간과 간전을 챙겨주셨다. 박철화는 "어릴 때 경험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재료"라고 했다. 이후 20년, 그리웠지만 맛보지 못했다. 2년 전 한국문학번역원 초청으로 이탈리아에 강연 갔을 때 조우했다. 올리브오일에 송아지 간과 소금만 얹힌 파스타를 주문했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젊은 날이 떠올랐다.

송아지 간은 프랑스어로 푸아드보(foie de veau). 푸아그라(foie gras)와 비교하면? 박 평론가는 두 종류의 '푸아(간)'를 아이스크림에 빗대어 설명했다. 말하고 나서 송아지에게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피로 회복엔 비타민C보다 비타민B가 직방이다. 동물들 간(肝)엔 비타민B가 풍부하고 송아지 간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질 좋은 단백질과 미네랄, 그리고 뇌·신경계에 좋은 영양소 콜린(choline)까지. 송아지 간은 그러니까, 피로와 지적 허기를 한꺼번에 느꼈을 파리의 가난한 유학생에게 작은 축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