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효식품이 좋은 과학적 이유
■ 유산균 종류별 건강 효과
■ 유산균 건강기능식품, 어떻게 선택할까
■ 발효식품 주의할 점 & 건강하게 먹기

4. 유산균 똑똑하게 먹기
유산균 제품 보관법
유산균이 오래 살도록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두면 좋다. 유산균 발효유의 유통기한은 3주 안팎이다. 제조일로부터 2~3일 뒤 유산균 수가 가장 많으므로 이때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의 유통기한은 1년 6개월 내외다. 유산균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1개월 내 먹을 때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1개월 이상 두고 복용할 때는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김치는 가열하지 말고
유산균은 70℃ 이상의 열에 약하기 때문에 김치를 익히거나 끓이면 대부분 죽는다. 따라서 김치찌개나 김치볶음 등으로 조리해서 먹으면 김치의 발효 건강 효과를 보기 어렵다. 김치를 그냥 먹어도 유산균은 위에서 많이 죽고 30~40% 정도만 장에 도착한다.
청국장도 그냥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처음부터 청국장과 다른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인 찌개에는 바실러스균이 10만 마리 남고, 재료부터 끓인 뒤 청국장을 넣으면 100만 마리, 생청국장에는 8000만 마리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요거트 얼리면 좋아
유산균은 고온에 약한 대신 저온에는 강하다. 요거트를 얼리면 유산균이 더 이상 증식하지는 않지만 죽지 않고 그대로 생존하므로 나중에 마셔도 변비나 설사 예방 등 유산균의 기능을 그대로 발휘한다. 요거트병 안의 유산균은 실온에서 6시간 이상 두면 유산균이 줄어든다. 밀봉된 공간에서 급속도로 개체수가 늘면서 증식에 필요한 영양분을 다 사용해버리기 때문이다. 실온에서 오래 보관하기보다는 냉동보관하는 게 좋다.
막걸리는 두 잔이 적당
쌀이 누룩곰팡이와 유산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 물질이 비만 예방 효과를 낸다. 사람의 지방세포를 추출해 막걸리 농축액을 주입했더니 지방세포 수가 덜 증가하고 지방 축적이 덜 됐다는 국내의 연구가 있다. 염증 억제 효과도 있다. 면역세포에 독소(엔도톡신)를 넣은 뒤 한쪽은 별다른 처치를 하지 않고, 다른 쪽에는 막걸리 농축액을 넣었더니, 막걸리를 넣은 쪽에서 염증 반응의 부산물인 산화질소 양이 적게 나왔다. 하지만 막걸리의 건강 효과를 보겠다고 과음하면 역효과를 낸다. 전문가들은 하루 두 잔 정도(400mL)가 적당하다고 본다. 막걸리도 알코올이기 때문에 과음하면 알코올성지방간,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가 다른 술을 마실 때와 똑같이 나타난다.
김치 담그고 보름 뒤 먹어야
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함유된 유산균의 종류가 달라진다. 보통 김치를 담근 뒤 15~20일(냉장보관 기준)이 지난 후에 먹는 것이 가장 다양하고 많은 수의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다.
위에서 죽는 유산균은 쓸모없나?
죽은 유산균도 필요 없는 게 아니다. 죽은 유산균이 살아있는 유산균의 먹이가 돼 유산균을 활성화시킨다. 일부 회사에서는 유산균에 코팅을 씌운 제품을 출시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도 좋지만 제품에 더 많은 양의 유산균을 첨가해서 결과적으로 장에 도착하는 유산균 수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요거트 집에서 만드는 법
최근 요거트를 가정에서 만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단, 만드는 과정에서 잡균에 오염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산균과 우유를 섞어서 발효시키면 되는데, 유산균은 시중에 나와 있는 농후발효유로 대체해도 되고, 종균을 직접 구입해 사용해도 된다. 해외 제품의 경우 정식 수입 경로를 거친 제품이 안전하다. 한글 라벨이 붙어 있고, ‘제조 판매업체’가 명시된 걸 고르면 된다. 우유는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한 유기농 제품이 유산균이 장 속에 머물도록 하는 데 좋다. 지방이 있어야 발효가 잘 된다. 저지방·무지방·멸균우유·칼슘우유·저온살균 우유는 발효 시간이 길고 맛도 떨어지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유산균과 섞는 비율은 여름에는 우유 10에 유산균 1이, 겨울에는 우유 10에 유산균 2~3이 적당하다. 요거트가 완성돼 굳기 시작하면 냉장고에 보관한다.

5. 발효식품의 두 얼굴
나트륨 함량 많아
발효식품이 무조건 건강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서양식 발효 식품인 치즈, 요거트 등과 달리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장류(醬類)·젓갈 등에는 모두 소금이나 간장 등 염분을 넣는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500mg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일일 나트륨 권장섭취량인 2000mg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총 나트륨 섭취량 중 배추김치 섭취로 인한 나트륨 섭취량이 1위다. 한국소비자원의 시험결과에 따르면, 김치를 통해 하루 섭취하는 나트륨은 평균 450mg으로 WHO일일 권장섭취량의 22.5%에 해당한다. 김치뿐 아니라 된장, 간장, 젓갈처럼 우리나라의 대표 발효식품에는 나트륨이 많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을 높인다.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장류 및 김치 등을 제조할 때 저염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장류 제품의 경우 염도 1.0을 낮추면 제품 100g당 나트륨을 약 400mg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저염 간장 한 숟가락(10g)을 사용할 때마다 일반 간장에 비해 나트륨 40mg을 덜 먹는 셈이다.
콩 발효식품과 암
된장, 청국장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 식품을 만드는 데 쓰는 콩은 발효와 관련해 논란이 적지 않다. 콩에 들어 있는 성분인 이소플라본 때문이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식물성 단백질로, 콩의 발효 과정에서 함량이 크게 증가한다. 의학계에서는 이소플라본이 항암 작용을 한다는 주장과 오히려 암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이 때문에 유방암, 자궁암, 골다공증 등 여성호르몬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은 콩 발효 음식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항암 작용을 한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영양학회는 암환자용 건강 식단의 하나로 “하루 25g의 콩류를 섭취하라”고 권장하며, 국내 전문의들도 “일상 식사를 할 때 콩 발효식품을 먹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여성호르몬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은 건강보충제를 통해 이소플라본 성분을 추가로 섭취하지 말라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발효식품 속 ‘바이오제닉아민’은 독?
바이오제닉아민은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이 부패하거나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1960년대 유럽에서 발효음식인 치즈를 먹은 후 편두통과 고혈압이 나타나면서 바이오제닉아민의 독성 관련 문제가 불거졌다. 치즈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바이오제닉아민이 혈관을 급격히 수축시킨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바이오제닉아민을 과다 섭취하면 신경계나 혈관계가 자극되고, 식품 알레르기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발효식품 속 바이오제닉아민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제닉아민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이라서 장기간 몸속에 축적돼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고, 현재까지 좋거나 혹은 나쁘다고 할 만한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우리가 통상적으로 먹는 양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6. 발효식품 싱겁게 먹으려면
저염 김치 담그기
일반적으로 김치 담글 때 배추는 12~15% 농도의 소금물에서 5~6시간을 절인다. 그러면 김치의 최종 염도는 2.5~3%가 된다. 저염 김치는 물 1L에 소금 40~60g을 넣고 절임수를 만든 뒤, 절임수에 배추를 넣고 10도 이하 저온에서 48시간 넘게 절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최종 염도는 1~1.5%가 된다.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을 덜 넣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액젓을 적게 넣으면 감칠맛이나 깊은 맛이 줄어드는 대신 건강에 덜 해롭다.
다시마 우린 물로 국물을 만들면 염분 섭취를 더 줄일 수 있다. 다시마에 많이 들어 있는 알긴산이 염분을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다시마 대신 북어 대가리를 써도 좋다. 젓갈을 넣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북어 대가리로 만든 육수는 김치를 잘 무르지 않게 하고, 시원한 맛과 감칠맛을 더한다. 김치 담글 때 북어 대가리와 멸치, 표고버섯을 넣고 한소끔 끓여 국물로 사용하면 된다.
잘 숙성시키기
김치를 잘 숙성시켜 먹으면 소금을 적게 넣었어도 김치의 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신맛이 소량만 섞여도 짠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치가 잘 숙성돼 신맛이 나면 짠맛 성분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면 보통 김치보다 소금을 적게 넣었어도 평소와 다름없는 맛의 김치를 먹을 수 있다. 다만, 빨리 숙성시키려고 처음 하루 이틀간 김치를 실온에 보관하는 건 안 좋다. 김치는 발효 온도가 높으면 발암물질로 알려진 니트로사민이 많이 만들어진다. 담그자마자 냉장고에 넣어서 숙성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치 요리는 물에 헹궈서
김치로 요리할 때는 물에 한번 헹구자. 잘 헹군 김치에 김치 국물 대신 멸치나 다시마 우린 물을 넣고 끓이면 감칠맛이 배가 된다. 다른 양념은 넣지 않아야 한다. 너무 싱거워서 간을 하고 싶다면 간장을 추천한다. 간장에는 아미노산이 들어 있어서 음식의 풍미를 좋게 한다.
김치 좋아한다면 다른 채소도
평소에 김치를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다른 생채소를 곁들이면 좋다. 칼륨이 많이 함유된 채소를 섭취하면 염분이 몸에 흡수되는 걸 막을 수 있다. 배춧잎, 상추, 깻잎 등으로 김치를 싸먹거나, 오이와 당근 등을 적당히 잘라서 함께 먹으면 된다.
싱거운 된장 만들기
흰콩을 푹 삶아 으깬 뒤 된장에 섞어 사용하면 된장의 풍미를 살리면서 싱겁게 먹을 수 있다. 된장으로 찌개를 끓일 때 된장 대신 청국장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청국장은 된장과 달리 소금을 넣고 발효시키지 않으므로 염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7. 주목할 만한 해외 발효식품
독일 ‘사우어크라우트’
사우어크라우트는 독일어로 ‘신맛이 나는 양배추’란 뜻이다. 채썬 양배추를 소금에 버무린다음, 병이나 질그릇 등에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발효시킬 때 향신료의 일종인 캐러웨이 씨앗을 조금 넣기도 한다. 독일식 김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사우어크라우트의 비타민C 함량은 100g당 14.7mg이다. 유산균 섭취도 가능하다. 사우어크라우트의 원료인 양배추에는 비타민U가 들어 있다. 비타민U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켜 위 점막을 보호한다. 위산 분비도 억제한다. 위염 있는 사람들이 먹으면 좋다.

몽골 ‘콤부차’
콤부차는 설탕을 넣은 홍차나 녹차에 여러 효모 세포와 미생물로 구성된 박테리아 유익균을 첨가한 후 발효시킨 것을 말한다. 발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소량의 알코올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콤부차를 마시면 해독, 면역력 증강, 신진대사 촉진 등에 도움된다. 글루콘산이 체내 해독에 관여하며, 유산균이 들어 있어서 면역력 증강에 좋은 것이다.

그리스 ‘그릭요거트’
그릭요거트는 우유가 절반으로 줄 때까지 농축한 뒤 유산균을 투입, 발효한 것이다. 그릭요거트에는 인공향이나 인공감미료, 아미드 펙틴 등 발효유를 단단하게 만드는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아서 어린이는 물론 6개월 이후 영아 이유식에도 적합하다. 우유를 농축·발효하므로 단백질·칼슘 등 우유의 영양소를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 유산균에 의해 유당이 분해되면 유당 함량이 우유보다 훨씬 낮아지기 때문에,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먹어도 괜찮다. 떠먹는 요거트와 달리 인공감미료 같은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일본 ‘낫토’
대두를 삶아서 볏짚으로 싸서 따뜻한 곳에 하루 정도 두면 낫토가 된다. 최근에는 대량 생산을 위해 삶은 콩 위에 배양한 낫토균을 뿌리는 방식을 주로 택한다. 낫토는 우리나라의 청국장과 비슷한데, 젓가락으로 콩을 집었을 때 실처럼 끈끈한 점액이 늘어지는 게 특징이다. 발효균 때문이다. 청국장은 여러 균이 함께 들어가 발효되지만, 낫토는 낫토균 만으로 발효시키기 때문에 점액의 정도나 맛이 조금씩 다르다. 낫토에는 유산균이 풍부하다. 1g에 약 10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다. 콩으로 만들기 때문에 단백질도 풍부하다. 낫토 100g에는 17.72g의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콩에 든 단백질은 LDL콜레스테롤(나쁜콜레스테롤)을 낮춘다. 하루 50g의 콩단백질을 섭취하면 LDL콜레스테롤이 3%가량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콩 발효식품에는 콩단백질이 분해된 ‘콩펩티드’가 함유돼 있는데, 일부 콩펩티드는 혈압을 높이는 효소 활성을 저해한다. 즉, 낫토가 혈압이 높아지는 걸 예방한다는 의미다.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낫토 100g에는 식이섬유가 5.4g 들어 있다. 이는 찐 고구마(100g당 3.8g)나 바나나(100g당2.5g)보다 많은 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