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콜린성 약물을 오래 복용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항콜린 성분은 체내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 작용을 억제해 몸의 부교감 신경을 억제한다. 소화액 분비 억제, 근육 이완 등의 다양한 효과를 내 감기, 알레르기, 우울증, 요실금, 파킨슨병, 전립선비대증 등에 쓰이는 약 800개 의약품에 들어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역학연구실 조성일 교수와 정경인 박사(약학정보원 학술정보센터장) 연구팀은 2002~2013년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해 국내 19만1805명의 60세 이상 노인을 항콜린성 약물 복용량에 따라 네 그룹(하루 최저 용량 수준으로 1년 중 ▲120일 이상 복용 ▲50~119일 복용 ▲10~49일 복용 ▲0~9일 복용)으로 나눴다. 그리고 9~ 12년 추적해 그룹별로 치매 위험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항콜린성 약물을 가장 많이 복용한 그룹과 그 다음으로 많이 복용한 그룹이 항콜린성 약물을 가장 적게 복용한 그룹보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각각 39%, 19% 높았다.
항우울제나 요실금 약에 흔히 쓰이는 항콜린 성분을 오래, 많이 복용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02년에 60~65세였던 비교적 젊은 노인만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항콜린성 약물 복용량이 많아질수록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 이들에서는 항콜린성 약물을 가장 많이 복용한 그룹과 그 다음으로 많이 복용한 그룹이 항콜린성 약물을 가장 적게 복용한 그룹보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각각 83%, 43% 높았다. 한편 전체 노인 중 항콜린성 약물을 1년 중 50일 이상 과도하게 복용한 비율은 약 13%에 달했다.
정경인 박사는 "아세틸콜린은 뇌에서 인지 기능과 기억력을 담당한다"며 "항콜린 성분으로 아세틸콜린 기능이 억제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은 아세틸콜린이 감소해 있다. 항콜린성 약물이 인지기능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실제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는 전 세계 2~3건 정도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임과 동시에 대규모로 진행돼 의미가 크다.
정경인 박사는 "노인들은 여러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항콜린성 약물을 중복 복용하기 쉽다"며 "감기 약 등을 단기간 복용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우울증, 파킨슨병, 요실금 치료제 등을 장기간 중복 복용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며 이들 약을 처방 받을 경우 다른 약 복용 사실을 의사, 약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