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실수 많고 이직 잦은 사람, 혹시 성인 ADHD 아닌 지 의심해야"

입력 2019.02.08 15:49   수정 2019.02.11 15:18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ADHD 명의'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정 교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즉 ADHD는 소아청소년에게만 잘 알려진 병이다. 그러나 어릴 때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60~65%는 성인이 돼도 ADHD가 이어진다. 성인 ADHD는 소아청소년기와 달리 이직, 해고, 이혼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중독 등의 정신질환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소아 ADHD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성인ADHD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ADHD 명의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정 교수를 만나서 ADHD의 원인, 특징,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ADHD는 왜 생기나?
ADHD는 뇌의 전두엽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전두엽은 집중력, 판단력, 계획력, 충동 억제 등에 관여한다. 뇌의 기능을 살필 수 있는 fMRI를 찍으면 전두엽이 비활성화 돼 있는 것을 확인할수 있다. 또한 뇌에서 주의력, 충동조절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부족이나 이상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엄마가 임신 중에 음주와 흡연을 했거나 납중독으로 인해 ADHD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ADHD는 환경적 요인이나 부모의 양육태도 때문에 생기는 정도는 비교적 적다는 것이 학계의 일관된 견해이다. 환경보다는 신경생물학적인 문제나 유전적인 원인이 더 결정적인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ADHD는 얼마나 많나?
전 세계적으로 약 5.3% 정도가 ADHD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아동 가운데서는 3~8% 정도가 ADHD 아동으로 추정되며, 평균적으로 한 학급 당 적어도 한두 명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성인 ADHD의 유병률은 4.4% 정도이다.

-ADHD 증상은?
일반적으로 ADHD 아동은 크게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 등 3가지 증상을 보인다. 이에 따라 ADHD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첫째로 과잉행동-충동형 (hyperactive-impulsive)은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주로 나타나는 경우로, 행동이 눈에 띄게 산만하고 외형적이며,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거나 몸을 쉴 새 없이 꼼지락거리는 특징이 있다.

두 번째로 주의력결핍형 (inattentive)이 있다. 주의력이 부족하지만 산만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주의력결핍형은 ‘조용한 ADHD’라고도 한다.

대체로 조용하고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으며, 공상에 잘 잠기고, 생각을 잘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실수가 잦은 편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혼합형 (combined)은 가장 흔한 유형의 ADHD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충동성 등 3가지 증상을 모두 보인다.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성인 ADHD 증상은 소아청소년과 어떻게 다른가?
성인이 되면 ADHD 증상이 사회생활 속에서 나타나는데, 오랜 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성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면 성격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성인 ADHD를 의심해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먼저 이직이 잦다. 업무에 집중을 못하고 성과가 떨어져 해고를 당한 경우도 많다. 동료나 상사에게 성격이 게으르고 나태하다고 평가 받는다. 실제 성인 ADHD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퇴직률이 2~4배 높고, 이직률은 52% 높으며, 결근 및 업무 성과 저조는 연평균 22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동성도 높다. 흔희 분노조절장애라고 이야기하는데, 기분이 나쁘면 갑자기 ‘욱’하는 성격이 나온다. 뇌 속 충동성이 결여돼 화가 나면 자제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인관계, 부부관계 등이 원활하지 못하다. 결혼생활에서도 부부 싸움이 잦다. 이성에 대한 유에 약해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실제 ADHD 성인의 이혼률은 2배 많고, 혼외정사는 4.6배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과속, 속도 위반, 음주 운전 등 운전 관련 문제가 많고, 약물,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성인 ADHD 진단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소아 ADHD는 비교적 진단이 잘 된다. 학교 수업을 받고 선생님이나 부모로부터 코멘트를 들을 기회도 많다. 그러나 성인은 그렇지 못하고 성격 문제로 생각을 한다. 또한 대부분의 성인 ADHD 환자들이 우울증, 알코올 중독, 불안장애, 성격장애 등 동반질환이 있어 이런 질환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이 ADHD였단 사실을 알게 된다.

성인 ADHD는 질병 인지율이 크게 떨어진다. 환자의 1%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20~44세 성인 중 약물 치료 환자는 8335명이다. 성인 ADHD 유병률이 4.4%인 것을 고려하면 20~44세 ADHD 환자가 82만 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1%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성인 ADHD 환자는 대부분 치료를 받지 않고 ‘인생의 낙오자’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크다.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성인 ADHD 치료는 어떻게 하나?
ADHD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결핍돼 있기 때문에 도파민 분비가 자생적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돕는 약물을 써서 치료를 한다. 대표적인 약물 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이다. 최소 3년, 일정 기간 꾸준히 약물을 투여하면 향후에는 약물의 도움 없이도 뇌 내 도파민 분비가 스스로 이뤄져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치료 반응률은 소아의 경우 80%, 완치율은 60~65% 된다. 성인은 아직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행동 치료 요법도 같이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20분 정도 집중하고 20분은 쉬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시간 관리(Time management)를 해준다. 또한 기록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플래너를 사용하게 한다. 자신이 할 일을 기록하는 것이다. 기념일 등도 기록한다. 병원에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오면 된다.

김의정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다. ADHD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ADHD 평가 척도의 개발, 약물 치료의 효과, 임상 가이드라인 등 ADHD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활발하게 해왔다. 최근에는 소아청소년 뿐 아니라 그 범위를 넓혀 성인 ADHD에 대한 평가 척도 개발, 임상 진료지침 개발 등 연구와 진료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산하 성인 ADHD 연구회 학술부장을 맡고 있다. 그 밖에 한부모 가족의 삶의 질과 정신 건강에 대한 연구, 뇌전증 소아청소년 환자에서 사회성의 문제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연구 발표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의학 출판사 인텍(InTechOpen)에서 사회성에 대한 챕터를 집필했다. 다양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7년 마르퀴즈 후즈후 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