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백신 전문가 및 소아감염 명의'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경효 교수
백신은 중증 감염병을 막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12세 이하 어린이에게 17종의 예방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주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 예방접종률이 97%에 달해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의료선진국보다 2∼9%포인트 높았다. 백신만 맞으면 소아 감염병은 안심해도 되는 걸까. 12세 이하 아이들이 17종이나 되는 백신을 필수적으로 맞아야 되는 데 부담은 없을까? 부모 입장에서는 궁금한 것이 많다. 국내 손꼽히는 백신 전문가이자 소아감염 명의인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경효 교수를 만났다.

Q.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률이 의료 선진국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예방접종을 잘하는 편이다. 백신에 대해 신뢰를 하고 있으며 의료진에게 협조적인 분위기이다. 국민들의 성격인 것 같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2013년 자궁경부암 백신이 부작용(길랑바레증후군,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을 유발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결국 정부에서 백신 접종 권장을 중단한 적이 있다. 결국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서 자궁경부암 백신과 부작용은 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일본은 아직도 일부에서 ‘안티 백신’ 분위기가 있다 보니, 백신 접종에 부모들이 우리만큼 적극적이지 않다. 수십 년 전에 일본은 백신 개발에 선진국이었지만, 지금은 우리보다 뒤떨어져 있다.
Q. 백신은 꼭 맞아야 하나? 선택의 문제 아닌가?
인류의 건강을 위해 이룩한 가장 훌륭한 성과 중 하나는 백신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천연두 백신으로 세계보건기구는 1976년 10월 26일 전세계에서 천연두가 박멸되었음을 선언할 수 있었다. ‘소아마비’라고 불리는 폴리오와 홍역, 풍진이 다음 박멸 대상 감염병이다. 디프테리아, 파상풍, B형 간염, 일본 뇌염, HIB에 의한 뇌수막염도 백신 접종으로 현저히 줄었다. 무서운 감염병이 발생할 때 인류는 이를 해결할 백신이 왜 아직 없는지 무척 아쉬워한다. 그러나 실제 좋은 백신이 있어 감염병이 퇴치되면 사람들은 그 병과 그 병을 퇴치한 백신 모두 잊어버린다. 2014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병은 약 3만명이 감염되고 약 1만 2000명이 사망한 치사율이 40%나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었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병은 치료제도 적절한 것이 없고 효과적인 예방 백신도 없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국제기관의 많은 지원 끝에 2014년 11월 11일 WHO는 다국가 연구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2009년에 전세계를 휩쓴 ‘신종 플루’도 신속하게 개발된 예방 백신과 적극적인 예방접종을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신종 플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에볼라, 신종플루 모두 이제 퇴치가 가능한 병이 된 것이다.
Q. 최근 홍역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홍역은 백신이 있는데 왜 유행하나?
2010년 이후 영국과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홍역이 다시 유행하였다. 2014년 필리핀과 베트남에서도 홍역이 유행하여 많은 소아들이 사망했다. 모두 백신 접종을 거부해 면역이 없는 사람들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백신을 맞지 않으면 본인이 병에 걸리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까지 병을 전염시키는 피해를 준다. 2012년에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렸는데, 당시 홍역이 유행해 국내 참가 선수들이 홍역 예방접종을 한 번 더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영국에서 홍역에 걸려오면 국내에서도 홍역이 유행할 수 있기 때문에 내린 조치였다. 우리나라는 홍역 접종을 의무적으로 하고 접종률도 높기 때문에 홍역이 크게 유행하지 않는다. 간혹 국소적으로 한 학교나 병원에서 홍역이 발생하긴 하지만 추가 전파가 되지 않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홍역 예방 접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 면역 보호 체계 아래에 있다고 보면 된다.
Q. 백신을 맞아서 집단 면역이 생기려면 접종률이 얼마나 돼야 하나?
병마다 다르다. 홍역처럼 전파가 잘 되는 질환은 집단면역의 보호체계에 들어가려면 접종률이 95% 이상은 돼야 한다. 어떤 병은 80%만 넘어도 효과가 있다. 최소 접종률이 80%는 넘어야 집단 면역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아직도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나?
진료를 보다보면 가끔 있다. 다들 출처 없는 정보나 소문을 믿어서 백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일부 육아 카페에서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백신을 맞으면 뇌손상이나 자폐증 등이 올 수 있다거나, 백신 보존제로 사용하는 수은에 중독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글이 대표적이다. 몇 년 전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 개설자가 '수두파티(수두 백신을 맞히지 않고 수두에 걸린 아이들과 함께 놀게 해 수두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를 언급해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과거에는 뇌수막염 같은 중증 감염병이 적지 않았다. 뇌수막염은 치료가 잘 돼도 합병증으로 귀머머리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이런 환자가 많이 줄었다. 백신 접종 효과는 진료 현장에서 크게 느껴진다.

Q. 백신을 맞고 자폐증을 올 수 있다는 소문의 근거는 어디인가?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에 대한 불신은 1998년에 영국의 대장외과 전문의인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자폐증에 걸린 어린이 12명을 조사하면서 'MMR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일으킨다'고 기고한 논문 때문에 시작됐다. 이 일로 영국에서는 MMR 백신 접종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당시 연구 결과가 조작됐음이 밝혀져 2008년 영국 의학위원회는 웨이크필드의 의사 면허를 박탈하고 그 논문이 엉터리였음을 밝혔다. 영국의 한 의학학술지에서는 '홍역은 백신이 나오기 전 영국에서 한 해에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숨지게 한 치명적인 병'이라며 ‘웨이크필드의 행각은 지난 100년 간 의학계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친 사기'라고 규정했다.
Q. 백신 속 수은은 괜찮나?
미국에서는 일부 학자들이 소아용 백신에 부패 방지를 위해 첨가된 보존제 티메로살(thimerosal) 내의 수은이 자폐증을 일으킨다고 주장하였으나, 1999년 미국 소아과학회는 티메로살이 무해하고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백신 보존제로 쓰여 온 수은은 중독을 일으키는 무기수은이 아닌 유기수은으로, 모두 몸 밖으로 배출된다. 더욱이 최근 백신들은 이 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백신 한명으로 여러 명이 나눠 맞아서 보존제를 썼지만 지금은 일인용을 쓰기 때문에 보존제를 쓸 필요가 없다.
Q. 여러 백신을 동시에 맞아도 괜찮나?
이미 3~4가지 백신을 동시에 맞아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 이를 바탕으로 학회에서 예방접종 스케줄을 짠 것이다. 그러나 주사를 여러 번 맞으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여러 개의 백신을 하나의 주사로 맞을 수 있는 혼합백신이 나왔다. 5가지 병을 예방하는 5가 혼합백신까지 있다.
Q 선택 접종 꼭 해야 하나?
최근 정부 지원 덕분에 왠만한 백신은 거의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돼 있다. A형간염, 폐렴,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 최근 필수접종으로 들어갔다. 이제 선택 접종으로 남은 것이 장염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 예방 백신과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수막구균 백신이다. 로타 백신은 비용을 따로 지불하고라도 맞출 것을 권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로타 백신의 국가 필수 접종 전환을 위한 적정성 평가를 하고 있다. 수막구균 백신은 미국 유학을 하거나 중동, 아프리카 등지를 유행할 때 맞는 것이 좋다.

Q. 백신 접종을 꼼꼼히 하면 소아 감염병 걱정은 덜어도 되나?
적어도 소아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은 어느 정도 예방이 된다. 백신을 만들 때는 첫째 해당 질환이 중증 질환인지, 둘째 예방이 가능한 성격의 질환인지 따져서 개발 계획을 세운다. 그렇지만 인간은 엄청나게 다양한 미생물과 공존하고 있고, 미생물은 살아남기 위해 계속 변신을 하기 때문에 백신이 모든 감염병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일례로 요즘 한창 유행인 수족구병은 백신이 없다. 수족구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타깃을 잡아 백신을 만들기 어려운 것이다. 다만 수족구병 중에서도 엔테로바이러스 71형에 의해 감염이 된 경우에는 사망 위험이 있는 뇌염까지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현재 수족구뇌수막염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Q.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이화의대 백신효능연구센터는 뭘 하는 곳인가?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하면, 객관적으로 해당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 평가하고 분석하는 센터이다. 특정 백신 개발 회사와 무관하게 대학 내 설립된 순수한 연구센터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가진 연구소는 세계에서 몇 안 된다. 국내 최초 개발된 LG생명과학 Euforvac-HibTM (DTP/HepB/Hib 혼합백신) 백신 임상시험의 면역원성 항체 평가를 완료해 2012년 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성(Pre-Qualification) 획득에 공헌을 했다.
백신 기초 및 임상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Hib 백신, 폐구균백신, MMR백신,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수막구균백신, 일본뇌염백신 등 다수의 연구를 완료하였고, 2012년에는 식약처 연구 과제평가에서 ‘폐렴구균 혈청형 분석 및 백신 면역원성 평가 시험법 연구’로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김경효 교수
이화여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화의대 백신효능연구센터장. 소아 감염과 백신 관련 기초 연구 및 임상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이다. 대한소아감염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소아청소년 상기도 감염 항생제 사용 지침’ ‘하기도 감염 항생제 사용 지침’을 만들었고, 소아 예방접종 지침서도 만든 바 있다. 이화백신효능연구센터를 이끌면서 국내 개발 백신의 객관적인 임상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WHO 사전 적격성 평가 인증을 받아 해당 백신(LG생명과학 DTP/HepB/Hib 혼합백신)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의 기초 연구와 정책 연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