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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
교통사고나 낙상 등에 의해 출혈이 많은 중증 외상을 입으면 한 시간 내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사망확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가깝거나 큰 병원만 찾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중증 외상 환자만을 위한 의료진이 24시간 대기하는 병원을 찾는 게 우선이다. 이런 병원은 서울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이 유일하다.

서울 유일의 ‘중증외상센터’
국립중앙의료원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중증외상센터를 갖춘 병원이다. 정부가 전국에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고 있는데, 서울에선 국립중앙의료원이 그 역할을 맡았다. 2014년 4월 외상중환자실과 응급외상병동 문을 열었으며, 2020년 원지동으로 병원을 이전하면 권역외상센터를 공식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국내 15개 군역외상센터(공식지정을 앞둔 국립중앙의료원 포함)가 지정됐고, 내년까지 17개로 늘어날 계획이다.
권역외상센터는 외상 전담 전문의들이 365일 24시간 대기하고, 외상 환자들을 위한 전용 수술실, 중환자실을 갖춘 곳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외상센터를 갖추게 된 데는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점이 큰 몫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 이진석 센터장은 “중증 외상 환자만 돌보는 팀을 구성하는 것은 병원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손해인 경우가 많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은 경제적인 이익보다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병원이라는 사명감으로 외상센터 설립에 적극 참여했다”고 말했다.
▷ 중증 외상이란?
외상이란 질병이 아닌 외부의 충격에 의해 몸이 다친 것이다. 중증 외상의 기준은 생리학적 기준, 해부학적 기준, 손상 기전에 의한 기준에 따라 다르다.
대표적인 외상 사고
- 교통사고
- 낙상 (넘어지거나 떨어져 생긴 손상)
- 관통상(총알 등이 몸을 관통해 생긴 손상)
- 자상 (칼이나 송곳 등 날카로운 데 찔린 손상)
생리학적 기준
• 기도가 폐쇄됐거나, 호흡이 저하된 상태
• 도착 전 숨쉬기가 어려워 기도를 삽관한 상태
• 호흡 횟수가 1분에 10회 미만이거나, 30회를 넘는 상태
• 수축기 혈압이 90mmHg 미만인 상태
• 수혈을 하며 실려 온 상태
해부학적 기준
• 머리, 가슴, 배 관통상
• 팔꿈치, 무릎 위쪽 관통상
•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져 숨쉬기 어려운 상태
• 개방성 혹은 함몰성 두개골절
• 사지가 마비됐거나 척수 손상이 의심되는 상태
• 골반뼈가 부러진 상태
• 맥박이 소실된 상태
• 손목이나 발목이 절단된 상태
손상 상황에 따른 기준
• 자동차 간 충돌사고에서 같이 탄 사람이 사망
• 사고 후 차 밖으로 이탈된 사람
• 시속 60km 이상의 차와 차가 충돌했을 때
• 시속 30km 이상의 차와 사람이 충돌했을 때
• 성인 6m 이상, 소아 3m 이상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
• 폭발에 의해 손상 입었을 때
국립중앙의료원
6·25전쟁 때 한국의 의료를 지원한 스칸디나비아 3국(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과 국제연합한국재건단(UNKRA)의 합의로 1958년 개원했다. 한국이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 병원의 운영권을 인수한 것은 1968년이다. 2010년 병원이 법인화되면서 명칭이 ‘국립의료원’에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바뀌었다.
교수급 외상 전문 의료진 24시간 대기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는 권역외상센터의 조건에 맞춰 중증 외상 환자를 언제든 수술할 수 있는 수술실과 입원실 등을 마련했다. 이진석 센터장은 “위중한 환자가 불시에 실려와도 남는 수술실이 없어 바로 수술하지 못하는 병원이 적지 않다”며 “외상센터에 오면 이런 걱정 없이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깝다는 이유로 작은 응급실로 갔다가 중증 외상 환자를 볼 시설·인력이 부족하거나, 환자가 많은 큰 병원에 갔다 수술 병상이 꽉 차 있으면 바로 처치가 안 되고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이동 시간을 불문하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환자를 옮기긴 어렵다. 이진석 교수는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으면 우리 외상센터를 찾고, 그렇지 않으면 주변 응급실을 찾아 처치한 후 외상센터를 찾게 하는 단계적 절차를 확립하기 위해 서울시, 119구조대, 응급의학과 의사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 내 의료진은 총 19명이다. 주요 진료과 교수들은 모두 외상외과 세부 전문의다. 주요 진료과는 외과(위·장·간 등 횡경막 아래쪽 장기 수술), 흉부외과(폐·심장 등 횡경막 위쪽 장기 수술), 신경외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다.

5개 과(科) 동시에 환자 진찰, 1시간 내 수술 시작
외상센터는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5개 과(외과·흉부외과·신경외과·정형외과·응급의학과) 의료진이 동시에 환자를 진찰한다. 이진석 센터장은 “일반 응급실에서는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진료과 의사에게 먼저 연락하고 이후 과별 의견을 조율한다”며 “외상센터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의료진이 동시에 환자를 보기 때문에 더 신속하게 처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증 외상 환자는 사고가 발생하고 한 시간 내에 수술을 해야 생존율이 높다.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에는 외상 세부 전문의가 많은 만큼, 환자마다 각기 다른 케이스에 맞춰 최선의 방법을 찾는 노하우가 있다. 이 센터장은 “수술 자체가 외상이 될 만큼 상태가 심각한 환자는 안정을 시킨 후 수술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는 외상 수술 경험이 많은 전문 의료진이 아니면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는 지난해 상태가 유독 심각한 환자 여러 명을 살리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심장으로 들어가는 굵은 혈관인 대정맥이 칼에 찔려 심정지에 가까운 상태인 환자, 자동차 사고로 간이 부스러진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며 “모두 신속한 응급 처치와 수술로 무리 없이 퇴원했다”고 말했다.
치료과정
1. 대량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 상태로 환자가 병원에 실려 옴.
2. 심폐소생술을 함과 동시에 굵은 혈관을 찾아내 수액·혈액을 투여하고 지혈함. or 출혈이 너무 많아 출혈 부위를 못 찾는 경우, 다량의 거즈를 배 안에 채운 뒤 다시 꿰맴. 수술하는 것조차 외상이 될 정도로 환자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 역시 지혈을 위해 상처 부위에 거즈만 넣고 다시 꿰맴.
3. 생명과 관련 있는 응급수술을 함(주로 대량 출혈이 있는 혈관을 꿰매는 수술).
4.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지켜봄.
5. 환자가 안정을 찾으면 생명과 관련 없는 수술을 함(골절 수술 등).
6. 회복 후 퇴원

전국 환자 데이터베이스 기반으로 연구 활발…“국내 외상센터의 헤드쿼터 목표”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의 목표는 전국에 있는 권역외상센터의 헤드쿼터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병원보다 국내 환자 데이터를 쉽게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지난 3년간의 국내 외상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상 기전(상황)에 따른 분석을 진행했다. 복부 외상 환자 중 간 손상은 몇 명이고, 어떤 경우 수술했고, 사망률은 어땠는지 등을 분석해 결론 내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국가 자료를 토대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다른 외상센터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더 나아가 다른 병원들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센터로 자리매김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예방 가능 사망률(신속한 대처를 했으면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환자들의 사망률)도 20%를 목표로 정했다. 미국이나 독일같이 체계적인 외상센터를 갖춘 선진국은 예방 가능 사망률이 15~20%인 반면, 한국은 35%나 된다. 이 센터장은 “예방 가능 사망률을 낮추는 것은 병원뿐 아니라 전국의 외상센터가 활발히 운영돼야 가능하다”며 “이 시스템을 알리기 위해 우리 병원은 6개월에 한 번씩 119구급대원들에게 외상센터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팀원들과 컨퍼런스도 연다. 이 센터장은 “팀원들과 환자 케이스를 논의하며 잘 진행된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을 정리한다”며 “센터를 구성하는 여러 진료과 중 한 과만 실수해도 환자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어 팀워크를 높이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