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쌓여 하지혈관 막혀… 60세 이상 20%가 앓아 팔뚝·발목 혈압 비교해 진단… 아스피린·스텐트로 치료 금연·유산소 운동하면 증상 완화 효과 있어
2년 전부터 걸을 때 왼쪽 다리가 아팠던 박모(62)씨는 최근 다리에 난 작은 상처가 덧나서 병원에 갔다가 말초동맥질환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왼쪽 다리 혈관이 거의 막혀서 보행 시 다리 통증이 생기고 상처가 덧난 것"이라며 "만약 병을 계속 방치했다면 발을 절단하는 상황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는 "국내 60세 이상의 20%는 말초동맥질환을 갖고 있는데, 환자의 70~80%는 자신이 말초동맥질환일 줄 모르다가 혈관이 완전히 막히고 나서야 진단받는다"고 말했다. 말초동맥질환은 이처럼 심각한 병이지만, 우리나라 60세 이상 중 이 병에 대해 들어 본 사람은 12%에 불과했다(건국대병원 조사).
말초동맥질환은 상완발목혈압지수검사로 간단하고 정확하게 진단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무슨 병인가=신장 아래로 뻗어있는 크고 작은 동맥에 지방·혈전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병이다. 초기에는 걸을 때만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다.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생기고,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며, 피부가 파랗게 변한다. 더 심하면 감각이 마비되고, 발·다리의 조직이 괴사하거나 피부에 난 상처가 썩어 들어간다. 말초동맥질환자 약 5%가 이 때문에 발·다리 등을 절단한다.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발도 말초동맥질환의 하나이다.
▷누가 위험한가=심혈관질환과 위험 요인이 유사하다. 동맥경화가 주요 원인이며, 고혈당이나 혈전, 혈관 염증 등도 이 병을 유발한다. 70세 이상, 당뇨병·고지혈증·동맥경화·고혈압·심뇌혈관질환을 앓는 50세 이상, 10년 이상 흡연자가 고위험군이다.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권태원 교수는 "말초동맥질환을 앓는 사람의 70%는 심혈관질환을 동반하지만, 다른 혈관에 큰 이상이 없이도 발병하므로 심혈관질환이 없다고 안심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스텐트삽입술과 외과적수술을 동시에 하는 하이브리드수술 전₩후의 혈관 CT. /서울아산병원 제공
▷발견 왜 늦나=고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학제 교수는 "동맥이 완전히 막히기 전에는 확실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늦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환자는 다리 저림이나 통증이 뼈나 근육 문제에서 생긴다고 생각하고 정형외과에 간다. 이 경우, 우연히 척추관협착증 등을 함께 가진 사람은 척추 치료만 받고 끝내기 때문에 말초동맥질환은 발견하지 못한다. 장 교수는 "척추 질환 치료에도 여전히 다리가 아프면 말초동맥질환 검사를 받아보라"고 말했다.
▷어떻게 진단하나=팔뚝과 발목의 수축기 혈압을 동시에 재서, 다리 혈압을 팔의 혈압으로 나누는 상완발목혈압지수검사만 하면 된다. 이 지수가 0.9 이하이면 말초동맥질환이다.이어서, 혈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촬영)로 어느 위치의 혈관이 얼마나 막혔는지 정확히 찾는다.
▷치료는 이렇게=혈관이 꽉 막히지 않고 통증이 심하지 않으면 아스피린을 복용한다. 약을 먹으면서 담배를 끊고 꾸준히 운동하며 혈압·혈당을 관리하면, 상당수가 증상이 완화된다. 이 치료로 호전되지 않으면, 스텐트삽입술(금속망을 좁아진 혈관에 넣어서 넓힘)이나 내막절제술(막힌 혈관의 내막을 긁어내 뚫어줌), 혈관우회술(막힌 동맥 사이에 인조혈관 등을 붙여 새 길을 냄) 등의 치료를 한다. 이렇게 치료해도 막혔던 곳의 위치에 따라 5~70%는 5년 안에 재발하기 때문에, 금연·저지방식운동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