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곽미영(29)씨는 생리 시작하기 10일 전만 되면 며칠 동안 관절, 어깨 등 몸 전체가 아프고 두통, 구토가 심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힘들다. '월경전증후군(PMS)'인줄 알고 참고 견뎠지만 신체 증상이 너무 심해 참기 어려울 정도다. 심한 우울증과 함께 심지어는 자살충동도 생긴다. 참다 못해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정신과로 보냈고, 그곳에선 '월경전불쾌장애(PMDD)'란 병이라고 진단했다.
PMS란 생리 전 7~10일쯤 에스트로겐은 줄어들고 프로게스테론이 늘어나는 등 호르몬 균형이 깨어져 각종 신체적·정신적 이상 증세들이 나타나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 가임기 여성의 약 80~85%가 이런 증상을 겪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안현영 교수 "PMS는 생리 중에 자궁이 수축되고 자궁점막이 떨어져 나가 복부 등이 아픈 생리통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PMDD는 이런 PMS 증상이 훨씬 심각하면서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까지 동반되는 질환. 2005년 보건복지부가 국내 가임기 여성 31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29세 여성의 약 3%가 PMDD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교수는 "PMDD는 정신과 질환 중 하나로 분류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인데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생리 전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억지로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피임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아시아 태평양 내 호주, 홍콩, 태국, 파키스탄 등 4개 국가에서 생리 전 고통을 호소하는 18~39세 여성 20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1:1 심층 조사를 한 결과, 호주에서는 응답자의 43%가 PMDD에 대해 알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있었으나 홍콩, 태국, 파키스탄에서는 대부분의 응답자가 조사 시기 전까지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으며 PMDD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PMDD를 가만히 놔두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PMDD를 겪는 여성들은 심한 근육통, 복통, 두통, 유방통 등을 겪을 뿐 아니라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무력감, 자책감 등이 생기며 졸도나 구토 등을 경험한다.
호주 멜버른대 신경정신과 로레인 데너스타인 교수는 "PMDD를 겪는 여성의 절반 정도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다. 주기적인 증상 때문에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자살을 시도하는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방콕 출라롱콘대 공중보건의료연구소 학장 수라색 타니파니치스쿨 교수는 "자신이 PMDD 증상이 있으면 소극적으로 대처해 생활이 망가지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병원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PMDD의 치료법으로는 호르몬을 조절하는 피임약을 복용하게 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과 항우울증 약과 일반 진통제를 복용하게 하는 방법 등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