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감 백신 효과 10%” 논란…왜 이렇게 효과 없나?

  •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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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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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감 백신 효과가 10%에 불과하다는 발표가 잇따르면서 독감 백신의 효과에 대해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헬스조선DB

    올겨울 독감의 유행이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북미·유럽 등 북반구 지역 국가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CBS방송은 의학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올겨울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는 10% 수준에 그친다”고 전해 독감 백신의 효과와 관련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독감 백신의 실제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건강한 사람이 독감 백신을 맞았을 때 70~80%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영유아나 노인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40~60% 정도에 그친다. 다른 백신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독감 바이러스의 타입에 따라 효과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남반구에 있는 호주의 경우 지난해 9월 독감 유행 시즌 당시 백신의 효과가 10%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WHO 예측과 달리 ‘야마가타’형 유행
    독감 백신의 효과가 유독 낮은 이유로는 가장 먼저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측이 빗나간 점이 꼽힌다. WHO는 매년 초 그해 겨울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발표한다. 전문가들이 모여 전년도에 유행한 독감 바이러스의 역학 자료를 분석하고 올겨울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를 선정하면, 백신 제조사들은 이 권고에 따라 해당 바이러스가 포함된 백신을 생산한다. 올겨울 유행할 바이러스는 지난해 2월 발표됐다. A형 가운데는 H1N1형과 H3N2형, B형 가운데는 빅토리아형이 선정됐다. 올해 보건소에서 접종한 백신(3가 백신)에는 이 세 가지 바이러스가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올겨울엔 예상과 달리 B형 가운데 포함되지 않은 야마가타형의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검출된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 558건을 분석한 결과, A형이 45.9%, B형이 54.1%로 나타났다. 보통 A형은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B형은 2월 말부터 4~5월까지 유행하는데, 이번 겨울의 경우 이례적으로 A·B형이 유행하고 있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B형 독감 바이러스 대부분이 야마가타형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매년 불규칙하게 변이 일으켜
    WHO의 예측이 틀린 것은 이번 한 번뿐이 아니다. 실제로 2년에 한 번꼴로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 2015년 홍콩에서는 독감으로 204명이 숨졌는데, 당시 WHO가 발표한 예상 바이러스와 실제 유행한 바이러스가 달랐던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바이러스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예측이 이렇게 자주 빗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독감 바이러스가 워낙 독특하기 때문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한상훈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는 특이하게도 유전자가 8개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며 “8개 조각 가운데 하나만 바뀌어도 변이가 발생하는데, 어떤 조각에서 변이가 일어날지는 정해진 패턴이 없어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독감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라는 특징도 있다. DNA 바이러스보다 변이 가능성이 크다. 보통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면 자신의 DNA를 복제해 RNA라는 정보를 인간의 몸에 저장하면서 질병을 일으킨다. 그러나 RNA 바이러스인 독감 바이러스는 체내에 침투해 인간의 DNA를 복제하고 나서, 다시 RNA를 복제·저장한다. 복제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다 보니 그만큼 변이 가능성이 커진다.

    ◇‘4가 백신’도 뚫릴 수 있다
    유행 예측이 매우 어렵다 보니 WHO 등은 네 가지 바이러스 유형이 모두 포함된 4가 백신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그렇다면 야마가타형까지 포함된 4가 백신을 맞았을 땐 독감을 예방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100% 예방하진 못한다. 유전자형에 따라 세부 유형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H3N2형이라도 홍콩형·텍사스형·스위스형 등 수많은 유형으로 분류된다. 백신에 H3N2 홍콩형이 포함됐더라도 올해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H3N2 텍사스형이라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 H3N2의 족보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세부유형은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만, 먼 곳에 있는 세부유형이라면 예방 효과가 낮다.

    또한, 접종자의 상태에 따라서도 예방 효과에 차이가 있다. 독감 예방접종을 하면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의 ‘항원’에 신체의 면역기능이 반응해 ‘항체’가 만들어진다. 이 항체는 다음에 유사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그 바이러스의 항원과 결합해 증식을 차단하고 예방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면역기능이 약한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항체가 조금 형성되고, 결국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유정란 백신 효과 떨어질 수도?
    일각에서는 백신 생산 방식에 따라서도 예방 효과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백신은 크게 유정란을 재료로 만드는 방식과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방식으로 나뉜다. 그런데 계란을 사용한 백신은 배양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환경에 적응하려는 성질 때문에 항원에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처음 생산하려 했던 항원과는 조금 다른 항원이 생산되는 것이다. 생산 과정에서 항원성이 변하면 완성된 백신의 항체 생성률 역시 낮아진다. 실제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가 2016~2017년 독감 유행 당시 사용됐던 독감 백신을 분석한 결과, 유정란 방식으로 생산된 백신의 90% 이상이 반응성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A형 가운데 H3N2형의 반응성이 특히 저하됐고, 나머지 세 유형의 반응은 양호했다.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는 “2013~2014년 겨울에도 유정란 백신과 관련해 항원성 변이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독감 바이러스가 해마다 변하는 것처럼 항원성 변이 역시 불규칙하게 나타나서 예측하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작년에 항원성 변이가 나타났더라도 올해는 전혀 안 나타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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