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대 증원, 최소 규모로 시작… 필수의료 전공자 증가 효과 확인 후 조정을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최준용 교수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최준용 교수/연세대 의대 제공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그간 2025년부터 2000명증원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든 보고서 3개을 읽었고,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2023년 6월 27일에 개최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동영상도 꼼꼼히 살펴봤다. 학술지에 발표된 관련 기타 논문들도 읽어봤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들은 의사 인력이 향후 일정 기간 동안 (영원히 부족하지는 않고, 향후 10년-20년 사이에 부족하다가 이후에 과잉이 된다) 부족하다는 예측은 동일하지만, 부족한 의사 인력의 규모, 의대 증원의 시기와 규모 등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었다. 과연 2025년 2000명은 어떤 이유로 결정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2024년 2월 6일에 개최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회의록과 회의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으나,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2025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내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느껴지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여러 논문에서 제시되고 있는데, 왜 무리한 2000명만이 정답이라고 못박아서, 다른 논의를 못하게 가로막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간의 궁금함이 얼마 전 대통령담화를 통해서 조금 해결되었다. 대통령께서는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려면, 마지막에는 초반보다 훨씬 큰 규모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갈등을 매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후에 2만 명 증원을 목표로 하고 지금부터 몇백 명씩 단계적으로 증원한다면, 마지막에는 1년에 4000 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의대 지망생의 예측 가능성과 연도별 지망생들 간의 공정성을 위해서도 증원 목표를 산술평균한 인원으로 매년 증원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2000은 20000을 10으로 산술평균한 숫자거나, 10000을 5로 산술평균한 숫자였다.

대통령께서는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합니다.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입니다.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법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읽어본 보고서들에서 과학적 방법으로 제시한 몇가지 의대 증원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싶다.

한국개발연구원(KDI)와 서울대학교에서 연구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 연구에서는 “2023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매년 5%씩 2030년까지 확대한 후 2030년 이후부터는 2030년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이 2050년까지 필요 의사 인력 충족에 가장 가까운 수치라고 제시했다. 또한, 2050년 이후부터는 의료서비스 수요 감소가 전망되므로, 이후 의사 인력의 과도한 공급을 방지하기 위해 의대 정원의 추가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세대학교에서 발표한 또다른 논문인 “의사 인력의 수급 현황과 추세에 따른 적정 조정” 논문에서는, 2042년 이후에 연간 1000명의 의사가 추가 배출되도록 하고, 2059년 이후에 감원하는 것이 적정한 인력 수급 계획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의사 인력이 부족한 지역과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유인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이와 연동한 단계적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학적 분석 방법을 적용한 예측 연구들은 하나의 숫자만 정답이라고 제시하지 않고, 최소값, 최대값, 중위값 등을 제시한다. 정부가 참고한 보고서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의사 인력 부족 혹은 과잉의 범위를 제시했고, 2025년에 2000명이 최소값이라고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에서 자료를 검토한 분들은 인력 추계 연구 방법과 최소값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정부가 제시한 정책패키지가 어떻게 적용될지 모호하고, 이를 적용했을 때 의사 인력 분배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만일 정책패키지가 필수의료 전공자를 증가시키지 못한다면, 의대 정원 증가는 미래 의료비만 증가시킬 뿐이지, 10년 후 필수의료 의사를 증가시키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필자는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갑작스런 2000명 증원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선은 대학에서 잘 교육시킬 수 있는 최소 규모로 시작하고, 필수의료 전공자를 늘릴 수 있는 정책패키지의 효과를 확인한 후에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통해 의대정원을 점차 조정하는 방법이 좋지 않을까? 그러면, 현재의 극심한 혼란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씀대로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를 놓고, 혼란에 빠진 필수의료를 살리면서 10년 후 고령화도 대비할 수 있는 건설적인 대화가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가지 첨언하자면, 필자는 수익감소를 걱정해서 2000명 증원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병원에서 당직을 서며 환자를 돌보고 있는 필수과 의사임을 밝히고 싶다.  

(*이 칼럼은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최준용 교수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