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환자,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어떤 부작용이? 최초 연구 나와

입력 2021.09.03 10:20

이스라엘 조사, 97% 즉각적인 반응 없어
피부반응검사로 접종 가능 여부 판단
알레르기 원인 물질 정확하다면 아나필락시스 우려 없어

알레르기
사전검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걱정하는 이유는 부작용이다. 실제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등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희귀혈전증과 같은 질환이 생길까 접종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특히 원인 모를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적 있거나, 가볍더라도 특정 성분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지 않았다가 감염 후 심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일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적 있거나 가볍더라도 특정 성분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접종 전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아나필락시스 있어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 無
최근 해외에서 충분한 사전준비만 된다면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사람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셰바 메디컬 센터(Sheba Medical Center) 연구팀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발생 위험이 큰 사람을 대상으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결과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연구팀은 아나필락시스 이력이 있거나, 광범위한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 다중약물 알레르기나 음식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고위험 알레르기 환자 429명 중 420명의 환자(97.9%)에서 즉각적인 알레르기 반응이 없었고, 6명(1.4%)에서 경미한 알레르기 반응이, 3명(0.7%)에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났다. 연구 기간에 이들 중 218명이 2차 접종을 받았고, 214명(98.2%)은 알레르기 반응이 없었다. 4명(1.8%)은 가벼운 알레르기 반응만 있었다. 일부 지연성 가려움증이나 피부 발진을 제외하면 이들의 이상반응은 일반인 대상 이상반응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아나필락시스 고위험군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지만, 사전 위험도 평가 설문과 의료감독이 있으면,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나필락시스는 고위험군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됐으나, 실제 아나필락시스 고위험군에 백신 접종을 해보니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는 "과거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했더라도 아주 소수의 고위험군을 제외하면 대부분 걱정 없이 코로나19 백신은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연구를 봐도 백신 접종 후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중증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아나필락시스는 발생 확률 자체도 낮은데다 응급처치만 잘하면 충분히 회복되기에 백신 접종 후 생긴 아나필락시스가 문제가 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아나필락시스 초고위험군' 존재
그렇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피해야 할 '아주 소수의 아나필락시스 고위험군'은 어떤 사람들일까?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나 '폴리소르베이트 80'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이다. PEG는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계열 백신에, 폴리소르베이트 80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 백신에 포함된 성분이다.

PEG는 대장내시경용 하제, 화장품, 세제, 다양한 주사제 등에 포함되어 있다. 폴리소르베이트 80은 비타민 수액, 영양제, 주사제, 백신 등 굉장히 광범위한 의약품에 함유되어 있다. PEG는 폴리소르베이트 80에 비해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확률이 약 20배 높아, 화이자나 모더나를 접종할 때 아나필락시스 반응 여부를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PEG나 폴리소르베이트 80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코로나19 백신 아나필락시스 초고위험군은 아니다. PEG 또는 폴리소르베이트 80이 함유된 약이나 화장품 등을 사용하고 나서 두드러기나 발진, 가려움 등이 동반된 피부증상, 호흡곤란, 혈압저하 등 전신 반응을 경험한 경우라도 접종 전 피부반응검사를 통해 접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권혁수 교수는 "PEG나 폴리소르베이트 80을 사용하고 나서 단순 복통이나 가벼운 가려움증 정도가 아니라 심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 접종 전 피부반응검사를 통해 아나필락시스 위험도를 평가해 접종을 보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PEG와 폴리소르베이트 80는 구조가 비슷한 친척 성분이라 드물게 두 가지 성분에 다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엔 접종하지 않는 걸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이들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서울대병원 약물안전센터 강동윤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아나필락시스 고위험군이 정의되어 있는 건 아니고, 현재 명확하게 코로나19 아나필락시스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경우는 코로나 백신 1차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강동윤 교수는 "1차 접종을 하고 나서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경우, 2차에는 같은 종류의 백신 접종을 금지하고는 있으나 PEG와 폴리소르베이트 80 모두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이들에게는 피부반응검사를 한 후 2차 접종 여부와 백신 종류를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레르기 원인 정확히 알고 있다면 피부검사 불필요
소염제, 항생제, 계란, 새우 등 특정 약물이나 음식에만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코로나19 백신 아나필락시스 고위험군이 아니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 피부반응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권혁수 교수는 "항생제, 소염제, 계란 등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도 괜찮으냐고 묻는 것은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데 상추를 먹어도 되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특정 약물이나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어 코로나19 백신 접종 아나필락시스를 우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물질에 아나필락시스가 있는지 정확한 진단을 받았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 피부반응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과거 대장내시경 하제나 다른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있었던 경우, 불특정 약물에 심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던 경우, PEG나 폴리소르베이트 80이 든 화장품을 사용하고 나서 전신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경우 정도다"고 밝혔다.

◇아나필락시스, 충분히 예방 가능
사전 검사를 했어도 아주 드문 확률로 아나필락시스가 생길 수도 있다. 코로나19 백신엔 PEG 또는 폴리소르베이트 80성분만 들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나필락시스는 보통 원인 물질과 접촉하고 나서 30분 이내에 발생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관찰시간을 충분히 둔다면 의료기관 내에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

강동윤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2~3일이 지나 후두 부종이나 혈압저하 등 아나필락시스 반응으로 사망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는 의료기관은 아나필락시스 응급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모두 되어 있고, 아나필락시스는 처치만 잘하면 후유증도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권혁수 교수는 "예진 과정에서 알레르기 물질을 의료진에게 알려주면 의료진이 판단해 필요할 경우 피부검사를 통해 백신접종을 결정하고 있으니 아나필락시스 발생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단, 알레르기 반응은 최대 30일 내에 발생할 수도 있으니 평소와 다른 신체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좋다. 강동윤 교수는 "간혹 아주 드물게 스티븐존슨증후군(SJS)과 독성 표피 괴사융해증(TEN) 등 아나필락시스보다 치명률이 높지만, 발생확률이 훨씬 낮은 지연성 알레르기가 접종 후 3~30일 내로 발생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런 증상은 백신 때문인지, 백신 부작용에 사용한 다른 약물 때문인지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만일 피부에 수포, 두드러기가 생기면서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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